한국일보

[발언대] 코리아타운과 K-푸드(한식)

2024-01-29 (월) 주동완 / 코리안리서치센터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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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한국문화(K-Culture)에 대한 세계인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특히 K-Culture 중의 하나로 K-Food, 즉 한국음식에 대한 외국인들의 관심이 많아지고 실제로 한국 식당을 찾는 것은 이제 그들의 일상이 되어가고 있다.

이러한 때에 지난 1월 4일 한국의 농림축산식품부와 한식진흥원이 해외 주요 18개 도시에서 현지인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해외 한식 소비자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조사결과 현지인들은 60.0%가 한식에 대해 ‘잘 알고 있다.’고 하여 한식에 대한 높은 인식 정도를 보였으며 한식에 대한 만족도는 92.5%로 나타났다.

구체적으로 ‘한식’하면 떠오른 연상 메뉴로는 1위가 김치(40.2%)였다. 2위부터 10위까지를 보면 비빔밥(23.6%), 한국식 치킨(16.2%), 불고기 (13.3%), 고기구이(12.0%), 떡볶이(11.7%), 김밥(9.0%), 라면(8.3%), 삼계탕(3.2%), 자장면(3.1%) 등이었다.
반면 가장 좋아하는 ‘한식’ 메뉴는 1위가 한국식 치킨(16.5%)이었고, 라면(11.1%), 김치(9.8%), 비빔밥(8.9%), 불고기(6.1%) 등이 뒤를 이었다.


조사결과를 보면 조사대상자들이 비교적 젊은 층에 집중되어 있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지만 어쨌든 중요한 것은 이러한 조사를 근거로 하여 한식을 세계에 알리고 ‘한식 세계화’를 위한 정책수립을 한다면 생각해볼 문제가 있다. 우선 김치가 한식이냐 하는 것과 현지인이 가장 선호음식이 한국식 치킨이라는 것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물론 식당 비즈니스를 위해서는 위와 같은 조사결과가 유용하게 활용되어질 수 있다. 이러한 비즈니스 차원은 그냥 현지 식당들에게 맡겨 놓으면 된다. 하지만 한식을 하나의 한국문화로 정부차원에서 홍보하고 국가차원에서 지원하는데 있어서는 좀 더 신중할 필요가 있다.

한식의 특징은 다른 나라 음식과 달리 반찬이 발달해 있다. 한식은 밥과 국 그리고 여러 반찬들이 어우러져 있다. 밥 종류만 해도 십여 가지가 되고 국 종류만 해도 수십 가지다.
또 반찬 가운데 주요 반찬이 되는 고기와 생선류에 따라서 여러 종류의 한식 세트가 마련될 수 있다. 나아가 이러한 밥, 국, 반찬 등을 어떻게 조합하느냐에 따라 수백, 수천 가지의 한식 메뉴가 나올 수 있다. 거기에 찌개류나 탕류가 추가되면 한식 메뉴는 그야말로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수 있다.

이게 한식이 갖고있는 특성이고 무한한 발전의 가능성이다. 이렇게 다양한 한식 가운데 김치는 하나의 반찬일 뿐이다. 더구나 김치 종류도 현재 알려진 것만 해도 323가지나 된다.

정부가 할 일은 이러한 한식의 특징을 잘 파악하여 한식을 홍보하고 대표적인 한식메뉴의 표준을 마련하여 한식의 고유한 형태를 유지하고 어떻게 하면 간편하게 먹을 수 있도록 하여 대중화시킬 수 있는지를 연구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리고 이러한 정보들을 한식 세계화에 첨병 역할을 하고 있는 각 국에 산재해 있는 코리아타운의 한인 식당들에 제공해야 한다. 나아가 한인 식당들이 고유한 한식메뉴를 유지하고 그 맛을 보존할 수 있도록 한식재료들의 유통체계를 지원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연말에 스페인과 포르투갈의 여러 도시에 있는 코리아타운을 둘러보고 한인 식당들을 방문해봤다. 그 결과 머지않아 이 지역 한인 식당들은 상당수가 식재료 유통을 독점하고 있는 중국인들의 손에 넘어갈 것을 걱정하는 한인 식당 주인들을 만났다.

이미 몇몇 한인 식당들은 간판만 한국어로 되어 있고 실제는 중국인들이 고기구이(B.B.Q.) 위주의 메뉴로 한식 식당처럼 운영하고 있었다. 또 간장국물에 두부만 썰어 넣어 한식순두부라고 메뉴에 소개된 것을 보고, 한식의 맛도, 한인이 아닌 주방장들에 의해 기이하게 변형된 맛으로 변하지 않을까 염려되었다.

바르셀로나의 한 한인식당 주인으로부터 전해들은, 스페인 총영사관이 지역 한인식당들과 협력하여 한식의 맛을 보존하기 위하여 실시하고 있는 ‘한식 인증 제도’는 올바른 K-푸드 세계화를 위한 귀중한 시도이다.

<주동완 / 코리안리서치센터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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