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신앙 에세이] 새해 첫 이야기

2024-01-26 (금) 원공 스님/한마음선원 뉴욕지원 지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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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나에게 들려준 첫 이야기는 지월 스님의 깨달음과 보살행이다. 지월 스님은 1911년에 태어나서 1973년에 열반에 드셨다. 스님은 평생 참선 수행에 정진하셨는데, 성격이 곧아서 옳고 그름을 분명하게 주장하셔서 때로 다른 스님들과 의견충돌이 있었다고 한다.

어느날 어떤 문제로 크게 화를 내시고 뒷산으로 올라가셔서 큰바위 위에서 산아래를 향해 움직이지 않고 삼일동안 선 그대로 선정에 들어계셨다. 나중에 선방스님들이 스님을 찾아나서서 눈이 덮인 채로 꽁꽁 얼어 서있는 스님을 발견하고 업어내려왔다. 그이후로 스님께서는 자비보살이 되셔서 한평생 화를 내지 않으셨다고 한다.

스님께서는 해인사가 총림이 되고 대중의 추대에 의해서 초대 주지를 하셨다. 스님께서는 주지직을 원하지 않으셨고, 자신이 주지라는 말씀을 한 번도 하신 일이 없다고 한다. 오로지 임무를 충실하게 하시고 말없이 사람들이 하기 싫어하는 일을 하시면서 스님들이 수행할 수 있도록 도왔다고 한다.


그당시 해인사 방장을 하시고 나중에 종정을 하신 엄격하기로 유명한 성철스님께서도 지월 스님의 수행을 찬탄하셨고, 한 번도 지월 스님이 하시는 일에 대해서 토를 다는 일이 없었다고 한다.

많은 스님들이 근래의 깨달은 큰스님들 중에서 가장 존경하는 스님으로 지월 스님을 말하는데, 그것은 아마도 스님의 자비하신 보살행의 실천 때문이라 생각한다. 스님의 소박한 일상의 삶은 많은 스님들에게 수행의 바른 길을 보여주는 잊혀지지 않는 가르침이 되었다.

한 번은 어떤 스님이 화를 참지 못하고 스님의 뺨을 세게 쳤다. 지월 스님께서는 그 스님의 손을 두손으로 감싸잡고 ‘손이 얼마나 아프십니까?” 하셨다. 그 스님은 눈물을 흘리면서 엎드려 참회하고 용서를 빌었다고 한다.

스님께서는 배움이 많기보다는 철저한 참선수행자로 사셨고 제자들에게도 철저한 수행의 삶과 자비와 인욕의 실천을 강조하셨다고 한다.
새해에 어떤 일 때문에 순간 화가 터져나왔다. 화가 폭발하면서 스스로도 놀랐다. 마음 속에 잠겨있던 집착과 스트레스가 터져나왔다는 것을 느꼈다.

화가 난 상태에서 어떤 상황이라도 이것은 잘못된 것이다 라는 것이 느꼈다. 그것은 ‘나라는 생각(ego)’이 주인이 된 상태이기 때문이다. 나(깨어있는 마음)를 잃어버린 마음이다. 그러면 바르게 보고 바르게 판단하는 지혜가 사라진다.

그리고 무엇보다 행복하지 않다. 두려움이 생긴다. 다른 사람들의 마음에 부정적 영향을 준다. 주변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는 것은 비록 마음 속의 일이라 할지라도 가르침들을 기억하며 반성하며 줄여가야할 일이다. 안타깝게도 가끔 무의식적 반응에 빠진다. 과거의 마음의 상처와 고통의 기억들이 남아있다 튀어나오는 것을 본다.

이러한 때에는 단순 소박한 지월스님의 삶이 얼마나 위대한가 느끼게되며, 생생하게 살아있는 가르침으로 다가온다. 새해에는 깨어있음과 놓아버림을 좀더 잘 익히는 한 해가 되었으면 하는 바램을 갖는다.

<원공 스님/한마음선원 뉴욕지원 지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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