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목회자 칼럼] 날 연보(Day-Offering)를 드렸던 우리 선배들

2024-01-24 (수) 김재열/뉴욕센트럴교회 담임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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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초대교회 시절에 듣기에 생소한 ‘날연보’라는 제도가 있었다.
복음을 받고 변화를 받은 성도들이 드릴 헌금이 없을 때에… 하루 이틀 사흘…일정한 기간을 정해서 하나님께 드리는 것이 날연보였다.

경제적인 여유가 없던 농촌교회 성도들이 농한기를 이용해서 날연보를 많이들 선호했다고 한다. 헌금하고 싶지만 가진 것이 없을 때에 몸과 시간을 헌납하는 그 정성이 오히려 금전헌금 못지않게 귀하게 여겨진다.

이 ‘날연보’는 1904년 11월 북장로회 선교구역인 평북 철산사경회에서 처음 시작되었다고 한다.


그다음 주간에는 선천사경회에서는 625일을, 의주 교인들은 524일을, 강계 교인들은 720일을 날연보했다는 기록이 있다. 2년 사이에 이 ‘날연보’ 헌신이 전국 각지로 확산되었고 곳곳마다 집회 마지막날에는 의례적으로 성회 감사헌금 대신에 시간을 바치는 날연보 헌신운동이 일어났다.

총 1천일을 바치는 교회도 있었는데 진남포에서는 어느 부인 성도가 1년 중 6개월을 전도하는 일에 바치겠다고 서약했다고 한다.
이런 날연보 헌신과 운동이 ‘백만 구령운동’의 큰역할을 제공했다. 1910년 한 해 동안에 바쳐진 날연보가 10만일을 넘었는데 계산해보면 274년에 해당하는 시간이다. 참으로 놀라운 헌신이 아닐 수 없다.

날연보를 했던 성도들은 무급으로, 자비량으로 헌신하며 전도를 일삼았다고 한다. 이런 한국의 날 연보가 아프리카 선교사들에게도 알려져서 많은 효과를 보게 되었는데 평양신학교 교장이었던 마펫선교사의 보고서에 이런 대목이 있다.

“아프리카 서편 흑인교회에서 조선교회 성도들의 날연보 소문을 듣고 이것을 모방하여 암놀교회에서는 교우들이 날연보한 일수가 3,465일이요, 풀런교회에서는 5,995일을 전도하기로 작정하여 신입교인들이 229명이 되었다’는 보고가 있었다고 합니다.”

오래전에 서울의 아파트 타운에 있는 교회에서 대청소의 날을 정하고 교인들에게 나와 봉사하도록 광고를 했다.

정작 그날이 되었을 때 웃지못할 해프닝이 벌어졌다. 교회당에 청소 하러 나온 사람들은 집사님, 권사님들이 아닌… 고급아파트에 살고있는 사모님들을 대신해서 가정부들로 교회당에 가득했다고 한다. 웃어야 할지? 이나마라도 좋게, 고무적인 섬김으로 받아드려야 할지? 잘 분별이 서지 않는다.

현대는 ‘시간이 돈’ 이라는 관념이 굳어진 산업화시대이다. 직장도 시급으로, 일당으로 계산되는 현실에서 시간을 드리고 날을 드린다는 것이 더욱 어려운 현실이 되었다. 이제 새롭게 시작한 새해의 원단의 시간들을 날연보로 본을 보여준 선배들을 따라가는 것이 어떨까?

내가 아는 한 사람은 20살에 솔로몬의 일천번제에서 힌트를 얻어 한 해 동안 예배당에 나가 일천 번 기도하겠다고 서원을 했다.
그리고 시작된 새벽기도와 저녁 기도, 주일 낮과 밤, 수요 기도회, 금요 청년 기도회, 토요일 찬양대 모임에 나다니면서 1,000번 예배당 기도를 마쳤다. 그 일년의 습성이 본성을 바꿔 버렸다.

게으르고 잠자기 좋아하던 육체의 본성을 깨뜨려 영성으로 승화시켜 50년 이상을 지속하고 있으니 참으로 놀라운 변화가 아니겠는가? 아직도 새롭게 시작한 첫 해 첫 달이 채 지나기 전에 ‘날 연보’를 드리며 헌신했던 우리 신앙의 선배들의 뒤를 따라가는 것이 어떨까요?

<김재열/뉴욕센트럴교회 담임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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