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전망대] 사기(詐欺) 도둑질

2024-01-19 (금) 조성내/컬럼비아의대· 정신과임상조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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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2024/1/11)에, 3건의 사기 보도가 있었다. “구직자 두 번 울리는 취업사기”, “한국 자동차 절도 전문 기아(KIA)보이 체포”, 그리고 “46억 횡령, 건보직원, 1개월 만에 필리핀서 잡혔다” 이다.

직장을 구해준다고 해놓고 돈을 횡령한 사람, 기아 자동차를 도둑질해서 돈을 버는 사람, 그리고 직장에서 돈을 횡령한 사람, 돈을 손에 쥘 때, 그 순간은 기분이 황홀했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 황홀했던 기분이 얼마나 오래갈 수 있겠는가.

A라는 여인은, 어느 날, 전화를 받았다. A는 아마존에서 많은 물건을 샀었다. 전화는 아마존이라면서, 계산이 잘못되어서, 그녀에게 400달러를 더 받았었다고 했다. 이제 그 400달러를 되돌려주겠다면서, A에게 소셜 시큐리티 번호며 은행계좌번호까지 물었다.


A는 기분이 좋아서 다 알려주었다. 얼마 후, A는 무언가 꺼림칙했다. 은행에 전화를 걸었다. 그런데 이미 늦었다. 범인은 그녀의 은행 통장에서 벌써 5,000 달러를 빼앗아갔다.

A는 원통해 했다. 하지만 아무리 원통해 해도, 한번 빼앗긴 돈을 되찾을 수는 없다. 억울해하는 여인에게 “액땜을 하셨네요!”하고 위로해주었다. 사기당한 것에 분노하지 말라고 말해주었다. 범인을 증오하지 말라고 말해주었다.

범인은 언젠가는 스스로 경찰에 잡히어 처벌을 받게 될 것이다. 범인을 증오하면, 그 증오심이 결코 범인을 괴롭히지는 않는다. 오히려 그 증오심이 자기 자신을 괴롭히는 것이다. 자신을 괴롭히고 싶지 않다면 범인을 미워하지 말아야 한다.

사기를 쳐서 먹고 사는 그 범인을 오히려 불쌍하게 여겨주어야 한다. 그 범인에게 자기 돈 5,000 달러를 희사했다고 생각해버린다. 그리고 범인을 불쌍하게 여겨준다. 그러면 당신 속도 편안해지고, 밤이면 잠도 잘 자게 될 것이라고 A를 위로해주었다.

사기꾼들은, 꼬리가 길면, 어느 땐가는 체포된다. 사기꾼들은, 잡히면, 대개의 경우, 참회하지 않는다. “이런 실수를 했었기에” 전번에 잡혔는데, “앞으로는 이렇게 하면 체포되지 않을 것이다” 하고 영창에서 새로운 사기 방법을 연구해낸다.

영창에서 나오자마자 다시 사기를 치고 도둑질을 행한다. 그러다가 늙어 죽는다. 이런 삶은 결코 좋은 삶은 아니다. 도둑질을 많이 했는데도, 체포되지 않고 편안하게 살다가 죽은 자들도 있다. 하지만 죽은 후에 그 죗값을 치르게 된다.

죽음은 삶의 끝이 아니다. 죽으면 다시 태어난다. 부처는 도둑질을 많이 익히고 많이 행하면 지옥에 갈 것이오, 혹 인간으로 태어 나더라도 재물에 어려움이 많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전생에 도둑질을 많이 했다면, 다시 태어날 때는, 가난하게 태어난다고 했다.

혹은 부자로 태어난다고 해도, 하는 일마다 재물을 얻기가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다음 생에서 좋은 복을 갖고 태어나고 싶다면 도둑질을 안 하는 게 좋다.

<조성내/컬럼비아의대· 정신과임상조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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