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삶과 생각] ‘기적을 만들어내는 사람들’

2024-01-16 (화) 채수호/자유기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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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새해가 밝자 마자 하마터면 대형 참사로 이어질 뻔 했던 항공기 사고가 일본에서 발생했다.

지난 1월2일 오후 5시47분 승객과 승무원 379명을 태운 일본항공 516편 에어버스 A350 항공기는 도쿄 하네다공항에 착륙하던 중 동일한 활주로에서 이륙 준비중이던 일본 해상보안청 소속 소형 항공기와 충돌했다.

일본항공 에어버스 A350 기는 불이 붙은채 활주로 위를 1km정도 달리다가 멈춰섰다. 기내는 짙은 연기로 자욱했으며 창문 밖으로는 불타는 기체의 모습이 보였다. 공포에 질린 승객들의 비명소리와 스며드는 검은 연기로 기내는 순식간에 아수라장으로 변했다.


승무원들은 기내방송시스템이 작동하지 않자 즉시 메가폰으로 승객들에게 대피안내 방송을 실시하였다. 당황하지 말고 침착하게 행동할 것과 머리 위 짐칸에 있는 소지품을 절대 내리려 하지 말고 승무원의 안내에 따라 신속하게 비상구로 몸만 빠져나가도록 지시하였다.

8개의 비상구 중 화재가 발생한 뒷쪽의 5개는 접근이 불가능했으므로 앞쪽 3개의 비상구만 사용할 수 있었다. 공황상태에 빠져 어쩔줄 몰라하던 승객들은 승무원의 지시에 따라 차례대로 비상구 슬라이더를 통해 지상으로 미끄러져 내려가기 시작했다.

충돌로 인한 화재가 발생한지 17분이 지난 오후 여섯시 4분, 승객과 승무원 379명은 모두 안전하게 대피하는데 성공하였다. 기장은 모든 승객들이 무사하게 대피한 것을 확인한 후 맨 마지막으로 탈출하였다. 그로부터 10분 후 A350 항공기는 굉음과 함께 폭발, 전소되었다.

세계의 언론들은 그 많은 승객들이 단 한명의 희생자도 내지않고 모두 무사하게 탈출한 것은 기적과 같은 일이라고 찬사를 보냈다. 그러나 그것은 기적이라기 보다는 평소 재난관리 훈련을 반복해서 실시하고 실제상황 발생시 그것을 신속하게 실천한 승무원들의 투철한 직업의식과 사명감이 이루어낸 결과였다.

다른 한가지 요인은 과학기술이다. 기내에서 사용되고있는 카페트와 좌석커버, 벽지 등 내장재와 모든 기자재들은 내화성이 뛰어난 재질로 만들어져있다. 화재 발생 시 독한 연기와 화염의 발생을 최대한 늦추어줌으로써승객들에게 대피할 수 있는 시간을 벌어주는 것이다.

지금까지 밝혀진 바에 의하면 관제탑과 소형기 조종사간의 원활하지 못한 커뮤니케이션이 사고 원인인 것으로 되어있다. 세상의 거의 모든 사고가 그렇듯이 사고를 내는 것도 사람(人災) 이고 사고 발생 시 영웅적인 용기와 지혜로 재난을 극복하는 것도 사람(人材)이다.

<채수호/자유기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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