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신앙 에세이] 놀라운 사랑의 편지

2024-01-12 (금) 김영란/탈북 선교사·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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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해가 돋을 때 만물 신선하여라 나도 세상 지낼 때 햇빛되게 하소서(1절) 새로 오는 광음을 보람있게 보내고 주의 일을 행할 때 햇빛 되게 하소서(2절) 한 번 가면 안오는 빠른 광음 지날 때 귀한 시간 바쳐서 햇빛되게 하소서(3절) 주여 나를 도우사 세월 허송않고서 어둔 세상 지낼 때 햇빛되게 하소서(후렴)” (찬송가552장)

20여년이 가깝도록 우리 기도모임을 위하여 당신의 집과 정원과 여러 음식을 만들어 정성껏 대접해주던 아름다운 마음과 미소의 권사님, 작년여름부터 식사만 하시면 위가 쿡쿡 찌르며 쓰리고 아프다고 하셔 자녀들이 병원에 모시고 가서 여러 가지 정밀검사를 하고 치료 하면서도 기도팀들을 끝없이 도왔다.

기도 장소를 제공해주던 권사님이 몸이 불편하셔서 다른 기도처를 정하자고 의논하였는데 권사님은 끝내 우리 기도팀이 다른 곳에 가지않기를 간절히 소원하셔 2024년 새해 첫 수요일까지 기도회로 모여 권사님을 위하여 주님께 눈물의 기도를 올렸다.


권사님은 그날은 통증이 덜 한 지 같이 앉아서 찬송가 552장 아침해가 돋을 때를 부르자고 하여 우리 모두 큰소리로 불렀다. 기도모임이 끝난 후 집사님들과 나는 부엌에 들어가 음식을 간단하게 만들고 있는데 권사님이 조용히 나를 부르셨다.

커다란 샤핑백 하나를 주시면서 가방 안에 들어있는 카드를 꺼내서 기도팀에게 하나씩 돌리라고 하여 꺼내보고 나는 놀라움을 금치못했다. 늘 모이는 기도팀 숫자대로 권사님이 손수 만든 예쁜 카드에 그림도 그리고 하나님 말씀도 손수 쓰신 것을 보며 나는 눈물이 앞을 가리어 읽기 힘들었다.

당신이 머지않아 하늘나라로 가실 것을 생각하고 그동안 통증이 조금 덜할 때마다 정성껏 만든 새해카드였다. 기도팀들은 이 귀한 하나님 말씀과 고통 중에도 정성껏 만든 카드와 손수 쓰신 놀라운 사랑의 편지를 받고 새해 첫날 받고 우리 모두 늦은 밤까지 권사님댁에서 감사 찬송이 끊이지않았다. 카드 안에는 예쁜 꽃그림과 함께 이사야서 41장 10절 말씀이 곁들어있었다.

“두려워말라/ 내가 너와 함께 함이니라/ 놀라지말라 나는 네 하나님이 됨이라/ 내가 너를 굳세게 하리라/ 참으로 너를 도와주리라/ 참으로 나의 의로운 오른손으로 너를 붙들리라”

우리는 서로 쳐다보며 입을 열 수가 없었다. 이 많은 카드와 꽃그림을 그릴 때 또 하나님의 말씀을 쓰실 때 얼마나 힘이 들고 고통스러웠을까 생각하니 그저 크게 감사할 뿐이다.

나는 지금까지 권사님과 40여년을 믿음의 친구로, 20여년을 탈북선교회 친구로 서로 기도로 가정과 자녀들을 위하여 변함없이 도우면서 한결같은 신앙생활을 해왔다. 권사님의 삶을 바라볼 때 어려운 나라에 선교하러 시간과 몸을 아끼지 않고 다녀오는 것을 보면서 나는 부끄러움을 많이 느끼곤 했다.

그렇게 열심히 주님께 귀한 시간 바쳐서 햇빛을 비추이더니 2024년 1월초 화창한 아름다운 날에 주님의 품에 안기셨다. 우리 기도팀에게 마지막 사랑의 편지와 금보다도 귀한 하나님의 말씀을 선물로 주고 떠나셨다.

<김영란/탈북 선교사·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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