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상업용 건물 보험 시장의 변화

2024-01-12 (금) 12:00:00 박기홍 HUB 천하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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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업용 건물 보험 시장의 변화

박기홍 HUB 천하 대표

흔히 요즘 보험 시장을 “셀러즈 마켓”이라고 부른다. 쉽게 설명하면 보험사가 손님을 가리는 형국이라고 볼 수 있다. 즉 보험사의 손실 위험이 크다는 판단을 내리면 신규 가입이나 갱신을 거부하는 경우가 일반화되고 있는 것이다.

이미 잘 알려진 것처럼 캘리포니아 주에서는 산불로 인해 막대한 손실을 입은 보험사들이 주에서 아예 시장을 떠나거나 제한적인 또는 매우 까다로운 조건을 내세우고 있고, 큰 폭의 보험료 인상을 단행하고 있다. 마치 소비자들에게 그 보험료를 부담하고 가입하든 지, 아니면 안 받겠다는 식이다.

이는 상업용 건물도 예외는 아니다. 보험사들이 상업용 건물에 대한 보험 가입을 검토할 때 가장 먼저 보는 게 스프링클러 설치 여부다. 이것이 없으면 메이저 보험사들은 아예 가입을 거부한다. 또 스프링클러가 설치돼 있어도 매년 작동 여부를 점검한 증빙 자료를 요구해 이를 제공하지 않을 경우에도 가입을 받아주지 않는다. 여기에 더해 보험사들은 ‘safeguards endorsement’란 조건을 붙여 화재 발생 시 스프링클러가 작동하지 않았을 경우 보상해 주지 않다는 점을 보험 계약서 분명히 명시해 놓고 있다.


사실 지난 수십년간 캘리포니아 주에서는 사고 빈도의 위험도에 대해 큰 변화가 없었다. 이로 인해 상업용 건물은 물론, 주택보험이나 자동차 보험에서 보험료가 대폭 인상되는 일은 드물었다. 여기에는 보험사들의 보험료 인상 요구에 대해 주 보험국이 직접 관리 감독한 것도 보험료 인상을 억제하는 요인 중 하나였다.

타주에 비해 캘리포니아 주는 소비자를 우선시하는 주 보험국의 영향력이 커 보험사가 마음대로 보험료를 인상하는 게 쉽지 않았다. 하지만 지난 수년간 잇달아 발생했던 대형 산물로 인해 막대한 재산 피해가 발생하면서 보험사들은 천문학적인 손해를 감당해야 했고, 결국 적자를 견디지 못해 2-3년 전부터 큰 폭으로 인상하기 시작했다. 당연히 상업용 건물에 대한 보험료도 놀랄 만큼 오르고 있다.

보험사들은 상업용 건물 보험 가입과 관련, 앞서 소개한 스프링클러 외에 지붕, 전기, 플러밍, 히팅 시스템에 대한 업데이트 자료를 요구하는 추세가 크게 확산되고 있다. 그리고 과거 에이전시의 설명에 의존하던 것과 달리 직접 현장을 방문해 확인하는 사례도 증가하고 있다. 여기에 더해 보험사를 바꾸려고 하면 신규 가입을 하게 될 보험사는 가입자 증가를 환영하는 대신 기존에 가입돼 있던 보험사를 떠나 자신들에게 오려는 게 어떤 문제가 있어서 그런 것이 아닌 지 하는 의구심을 먼저 갖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갖고 대해 건물주들을 더 힘들게 하고 있다.

이로 인해 건물주들은 보험 가입을 놓고 적지 않은 스트레스를 받고 있으며, 비즈니스 보험을 취급하는 보험 에이전시의 역할도 위축되고 있다. 소비자에게 최적의 보험 커버리지와 보험료를 찾기 위해 샤핑할 수 있는 보험사가 줄어들고, 보험사가 요구하는 각종 증빙자료를 제공하지 않을 경우 견적조차 받을 수 없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런 상황이 앞으로도 계속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는 점이다.

결국 건물 가치에 맞는 적절한 보험을 갖기 위해서는 건물주들이 적극적으로 건물의 위험 요소를 파악하고 필요한 조치를 취하는 것이 매우 중요해졌다. 물론 이를 위해서는 적지 않은 비용 부담이 발생하지만, 만약의 경우 이 비용보다 훨씬 피해가 발생했을 경우를 생각해 본다면 이런 노력은 꼭 필요하다고 하겠다. 그리고 이제는 소액 피해는 클레임을 신청하지 않도록 부담액인 디덕터블을 올리고 건물 관리를 철저히 하여 기존 보험회사에서 계약 취소를 피하는 방법도 고려해 봐야 한다.

보험시장은 분명 전과 다르다. 소비자가 보험사를 고르는 게 아니라 보험사가 원하는 손님을 고르는 형국이다. 그렇다고 해서 보험에 가입하지 않을 수도 없다.

내려올 줄 모르는 보험료가 부담이 되더라도 예상할 수 없는 일이 발생했을 때 재정적인 손실을 최소화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역시 보험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상업용 건물에 대한 문제점은 누구보다 건물주가 잘 파악하고 있다. 이를 숨기거나 무시하기 보다는 스스로 먼저 해결하고 위험 요소를 해결하는 노력이 중요하다. 동시에 다양한 보험사의 견적을 받을 수 있는 에이전시를 적극적으로 찾아보는 것도 필요하다.

문의 (800)943-4555, www.chunha.com

<박기홍 HUB 천하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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