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인사이드] 정치인 피습

2024-01-10 (수) 여주영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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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전 여름, 1981년 로널드 레이건 미 대통령을 습격했던 존 힝클리가 41년 만에 감옥에서 풀려났다. 오랜 복역으로 노령의 나이인 66세가 된 힝클리는 자신의 트위터에 “41년 2개월 15일, 마침내 자유다"라고 올렸다.

미 법원은 충분히 죄 값을 치렀다고 보았는지 힝클리에게 부과했던 모든 제재와 감시를 동시에 해제했다. 1981년 3월 30일 오후 워싱턴 DC소재 힐튼호텔앞에서 발생한 사건은 전세계를 경악케 했다.

저격된 직후 총격으로 폐에 손상이 생긴 레이건은 불행중 다행으로 즉시 병원으로 이송된 후 수술을 받고 빠르게 회복했다. 80년대는 전세계적으로 정치테러가 많았던 시기였다.


힝클리가 자유를 찾은지 한 달후,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가 피습을 당했다. 그의 ‘산탄총 피습' 장면이 전세계 미디어를 통해 전파됐다. 아베 신조 사망당시 개인들이 찍은 동영상도 트위터를 통해 퍼져나갔다. 유튜브 소식통들은 일본을 영원히 바꿀 수 있는 충격 사건이라고 시끌법적 떠들었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극우 세력의 대표적인 인물이라 보수의 상징이던 레이건 대통령 저격 사건을 떠올리게 했다. 전직 일본 자위대원이었던 가해자가 총 부품을 입수해 개조한 무기로 전직 총리를 노린 충격적 사건이라는 헤드라인이 뉴스를 탔다. 그렇게 아베는 이 세상을 떠났다.

한국에서도 정치인 피습사건은 심심치 않게 있어왔다. 2006년, 선거 유세 중 당시 보수당을 표방한 한나라당 대표였던 박근혜 전 대통령이 피습당했다. 서울에서 유세중 괴한 2명으로부터 당한 것이다.

사건은 박 대표가 시민들과 웃으면서 악수를 하며 유세를 하던 중 순식간에 벌어졌다. 그중 한 명이 박근혜를 죽이라고 소리치면서 달려들었다고 한다. 박 대표를 칼로 공격했던 괴한 은 징역 10년을 받고 수감됐다 출소했다. 그 후 한동안 정치인들을 향한 칼 테러사건은 잠잠했었다.

그런데 새해벽두부터 한국에서 또 정치인 피습사건이 벌어졌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새해 벽두인 2일 오전 부산에서 피습을 당한 것이다. 괴한의 흉기에 목 부위를 공격당하는 동영상이 유튜브에 즉시 퍼졌다. 부산 신공항 부지를 둘러본 후 기자들과 걸어 내려가던 중 싸인을 해 달라고 다가온 용의자에게 왼쪽 목 부위를 습격당한 것이다. 치명상은 아니었던지 다량의 출혈이 발생하지는 않았던 것 같다.

처음에는 이 60대 남성이 범행에 사용한 흉기가 등산용 칼이었고, 손잡이 부분이 테이프로 감겨 있었다고 전해졌다. 하지만 근처에 있던 사람들이 찍은 영상이나 일부 유튜브 채널에서는 이 대표가 흉기가 아닌 나무젓가락처럼 보이는 물체로 찔린 듯 보이기도 했다.

쓰여진 흉기와 관련, 온라인상에서는 각종 추측이 난무하고 있다. 하지만 정작 논란이 되고 있는 것은 왜 부산대학교 종합병원이라는 최고급 수준의 병원을 코앞에 두고 헬기를 태워 서울 소재 대학병원으로 두 시간이나 걸려 태워 보냈냐는 사실이다.


막상 서울대병원의 기자회견을 보니 큰 길이의 치명상은 아니라고 하는데, 오히려 가까운 부산 병원에서 응급수술을 하는 게 누가 봐도 타당하지 않느냐라는 공감대가 형성된 듯하다.
레이건 대통령 피습사건때는 현직 대통령이니 국가기밀이나 보안을 위해 비밀경호대의 의전을 따를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재명 당대표의 상태는 국가기밀의 수준이 될 수는 없을 것이다. 물론 개인 의료정보가 보호되어야 하는 것은 당연하겠지만 말이다.
어쨌든 이재명 급습 사건으로 예정되었던 이 대표 관련 모든 재판은 올스톱, 무기한 연기되었다.

한때 대통령 후보로까지 나왔던 홍준표씨는 자신의 소셜미디어 계정에 “2006년 5월 지방선거에 앞서 박 대표 피습 사건을 연상시킨다"고 말했다. 이후 그녀가 이끌던 보수당이 동정표가 작동했는지 총선에서 크게 승리한 걸로 알고 있다. 과연 이번 선거 결과는 어떻게 될까?

<여주영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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