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발언대] “두 명 퇴출(Two Down)이라고?”

2024-01-10 (수) 신응남/변호사·15대서울대미주동창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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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초 대학의 시작은 BC387년 플라톤이 아테네에 세운 ’아카데미아’라 한다. 그곳에서는 수학 기하학 천문학 등 통치자가 알아야 할 철학을 가르쳤다. 대학은 상아탑이라고도 불리운다.

그것은 한 시대의 인류 문명을 견인하며, 요구되는 정의 지성 도덕을 가르치는 지성인의 모임이라고 할 수 있다. 그 존재 목적을 위해서는, 절대적인 학문의 자유를 보장하여, 학자들의 자유로운 사상의 표현, 발표를 통해 “진리 탐구’에 매진토록 해야한다.

그런 대학의 목적을 상징하여, 유명대학들은 모토로 진리(VERITAS)를 사용한다. 하버드는(VERITAS), 예일대는 (LVX ET VERITAS), 서울대는 (VERITAS LUX MEA)가 로고에 들어간다.


작년 10월 7일 하마스의 이스라엘 공격으로 발단이 된,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전쟁의 여파가 미국대학으로 번져 많은 대학 캠퍼스에서 친팔레스타인 그룹과 친이스라엘 그룹간의 적대적 대결시위가 끊이지 않고 있다. 하마스의 공격을 시작으로 이스라엘인 1,200명, 팔레스타인이 최소 2만명이 사망했다.

대학내 반유대 시위에 미온적 대응에 대한 비판이 정치계로 번져, 12월5일 국회교육위원회는 3 개 대학총장을 상대로 청문회를 열었고, 후폭풍으로, 2개 대학총장이 물러나는 사태가 일어나 사회적 커다란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지난 2일, 하버드대 클로딘 게이 총장이 자진 사임했다.

학내 반유대 문제에 미온적인 대응을 했다는 비판이 제기되면서, 친유대계 중심으로 퇴출운동이 벌어진 결과이다. 이스라엘과 하마스 전쟁 이후 학내 반유대 논란으로, 아이비리그 대학총장이 퇴출당한 건, 청문회후, 12월 9일 엘리자베스 매길 UPEN 총장에 이어 두 번째다.

하버드 최초 흑인, 두 번째 여성 총장인 게이 총장은 2일 사임 입장문에서 “내가 사임하는 게 하버드에 이익이 된다는 것이 분명해졌다”고 밝혔다. “ 증오에 맞서고 학문적 엄격함을 지키겠다는 나의 약속에 의문이 제기되는 건 괴로운 일이었고, 인종적 적대감으로 인해 인신공격을 당하는 것은 두려운일이었다. 그러나, 대학에서 공동의 인류애를 새롭게 발견하고 증진시키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고 토로했다.

반유대주의 시위에 대한 학교 측의 소극적인 대처에, 월가 중심으로 후원 거부 운동이 벌어졌다. 지난 12월 5일 미하원 교육·노동위원회는 청문회를 열고, 게이 총장과 매길 총장, 샐리 콘블러스 MIT 총장을 증인으로 불렀다.

이들은 ‘유대인 학살을 주장하는 학생들의 발언이 대학 윤리규범 위반에 해당하느냐?’ 는 질문에 “상황에 따라 다르다”고 모호하게 답해 친유대계 비판을 키운 것이 화근이 된 것이다.

지속된 게이 총장 사퇴 압박은 지난달 논문표절 의혹으로, 하버드의 ‘큰 손’ 기부자인 헤지펀드 거물 빌 애크먼 등이 이를 공론화했다. 새해에도 그 논란이 사그라지지 않자, 게이총장은 이날 전격 사퇴를 발표했다. 압박을 주도해 왔던 공화당 스테파니 하원의원은 SNS에 “Two Down”이라며 크게 환영했다.


유대민족 고난의 역사를 이해 못하는 것은 아니나, 이스라엘 땅에 정착후, 공존해야할 팔레스타인에게 가한 억압 등도 고려해야 할 것이다. 또한, 이번 하마스 공격은 비인도적인 전쟁범죄에 해당하는 무차별한 토벌작전이었다는 비난을 피하기가 어려우며, 최근 대학총장의 사퇴 등은, 향후 커다란 저항을 불러일으키게 될 것이다.

다소 편파적인 미 정부 입장에도 많은 이들은 유감을 표시하고 있는 현실이다. 중국 초나라 정치가이며 시인 굴원의 어부사(魚父辭)를 읽으며 두 총장을 위로하고자 한다.

“머리를 감은 사람은 갓의 먼지를 털어서 쓰는 법이고. 몸을 씻은 사람은 옷의 먼지를 털어서 입는 법이다. 어찌 깨끗한 몸으로 오물을 뒤집어쓴단 말이냐, 차라리 상강에 뛰어들어 고기밥이 되는 게 낫다”

굴원의 그 고고한 자세에 대해, 어부가 웃으면서 부르는 노래가 바로 ‘창랑지수’ 이다. “창랑의 물이 맑으면 갓끈을 씻고, 창랑의 물이 흐리면 발을 씻는다.” 예나 지금이나, 현실과 이상의 갈등은 답 없는 인생의 영원한 주제인가 보다! 갑진년 새해는 밝아가고...

<신응남/변호사·15대서울대미주동창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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