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연말 단상

2023-12-27 (수) 여주영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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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고 넘치는 물질과 범람하는 정보속에 열심히 뛰어다니면 뭔가 좀 될 줄 알았다. 그런데 지나고 보니 모두들 그렇지도 않은 것 같다고 한다. 그러면 우리는 무엇을 위해 이 순간까지 허겁지겁 분주히 지내온 것일까.

일모도원(日暮途遠)-날은 저물고 가야할 길은 멀다고, 할 일은 많은데 이 해 시간이 얼마 남지 않고 곧 마감되려고 한다. 올해 초 계획도 다 제대로 못했는데 벌써 또 다른 한해가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마음이 분주하고 이래저래 바쁜 연말이다.

가슴 설레었던 새해가 엊그제 같은데 벌써 12월 한 해 끝머리에 와있다. 시간은 마치 끝없는 강물처럼 흘러가며 우리의 기억을 뒤로 하고 또 다시 새로운 날들을 기다리고 있다. 저마다 과거를 돌아보며 그동안의 성장과 순간들을 회상하고 미래를 향해 새로운 꿈과 희망을 꿈꾸고 있다.


“시간은 금이다”라는 속담처럼, 우리가 소중히 여기는 것들은 시간을 통해 더욱 가치있게 우리에게 다가온다. 그 속에서 만난 사람들, 겪은 여러 경험과 발자취, 자아의 발견은 마치 아름다운 시와 같이 우리들 눈앞에 화려하게 펼쳐진다. 돌아보니 그 순간들은 우리의 삶을 더욱 풍성하게 만들어주고, 도전과 성취, 그리고 행복으로 가득 채워주었다.

연말은 한 해 동안 지나온 많은 것들을 회상하며 그 가운데 어떤 것들이 가장 감동적이고 뇌리에 남았는지 돌아보는 시간이다. 비록 어떤 순간들은 어렵고 힘들었어도 그 속에는 나 자신의 발전적인 성장과 보이지 않는 성취가 들어있다. 연말 하면 “새해, 새로운 시작”이라는 단어가 떠오르면서 마치 비바람이 지나고 맑은 하늘이 펼쳐지는 듯한 느낌을 갖게 한다. 그 시작은 우리에게 새로운 기회와 도전, 미지의 영역으로의 모험을 기약한다.

“당신은 이미 모든 순간을 살아가고 있습니다. 단지 그 사실을 잊고 있을 뿐입니다.”라는 명언처럼, 우리는 이제 과거의 아픔이나 미래의 불안에 사로잡혀 있기보다 현재의 순간을 깨닫고 감사함과 더불어 또 다시 새로운 희망을 꿈꿀 시간이다. 마지막은 어느 때보다 소중하며, 우리는 다가올 새해에는 좀 더 윤택한 생활, 더 나은 사람으로 성장해 갈 수 있기를 희망한다.

우리 삶의 이야기는 앞으로도 계속 쉬지 않고 흐르는 시간과 함께 언제나 새롭고 놀라운 기적과 축복으로 채워질 것이다. 마치 새로 쓰여질 한 폭의 아름다운 시나 수필처럼... 이제 한 해가 막을 내리면 2024년 새해에는 더 많은 순간들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그 속에서 우리는 더 많은 희망과 놀라운 기적을 접하게 될 것이다.

올해 처음 시작할 때는 하고 싶은 것, 해야 할 것들이 꽤 많았지만 이제 와서 보니 제대로 하지 못한 것들이 너무 많다. 오히려 좀 여유를 부리고 한 해를 짜임새있게 잘 지내왔다면 몸과 마음이 더 살찔 수 있지 않았을까. 이제까지의 실수와 후회들이 앞으로는 다시 빛나는 보석이 되어 내 삶을 보다 풍요하게 그리고 건강하게 살찌울 수 있기를 기대한다. 그러자면 좀 더 여유있고 천천히 그리고 쉬엄쉬엄 하면서 살아가야 보다 행복하고 윤택한 생활이 되지 않을까.

지나간 날들을 돌아보면 희망적이고 밝은 소식보다는 절망적이고 어두운 소식들이 꼬리를 이었다. 새해에는 좀 나아질까? 좀 풀릴까? 희망을 갖는 것은 설사 내년에도 어렵다 할지라도 내일이 오늘보다는 나을 것이라는 기대감 때문이다.

누군가 말하기를 “행복은 저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 일상의 작은 즐거움과 기쁨에 있다”고 했다. 아무리 힘들어도 조그마한 즐거움과 기쁨을 소중히 여기면서 마음이 풍요하게 살아가는 새해가 되도록 연말을 잘 마감해야 하겠다. 그동안 함께 한 지인들과 친구들 모두에게 감사함을 전하는 것도 잊지 말아야 할 일이다. 다사다난했던 2023년은 이제 멀리 가고 희망찬 갑진년 2024년이여 어서 오라!

<여주영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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