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인사이드] 김영란법과 김건희 여사

2023-12-06 (수) 여주영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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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물이 통하지 않는 사회, 그런 사회야 말로 선진사회가 아닐까. 뇌물 하면 으레 현금이 떠오르지만 현금이 아니고 고가의 명품이라도 뇌물 아닐까. 명품 옷이나 가방이라면?
오래전 한국에서는 옷 로비 사건으로 나라가 시끄러웠던 적이 있었다. 특별검사팀까지 꾸려질 만큼 파장이 큰 사건이었다.

1999년 당시 외화밀반출 혐의를 받고 있던 신동아그룹 최순영 회장의 부인이 남편의 로비목적으로 고위층 부인들에게 고가의 옷 로비를 한 사건이다.

당시 대통령인 김대중 정권의 도덕성에 치명적인 손상을 입혔음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한 장관의 부인은 구급차에 실려 와서 조사를 받기도 했다. 나라 전체가 이 사건으로 난리도 아니었다. 국회 청문회는 물론, 사상 첫 특별검사까지 도입해 수사를 벌였다. 드러난 일부 사실중에는 부인이던 이형자씨가 당시 김태정 검찰총장 부인과 같은 직위의 사람들 부인의 옷값을 대신 내주었단다.


당시 김대중의 참모들은 법무장관 경질과 국민에게 사과하는 모양새를 보이면서 문제가 일단락되었다. 그 후에도 수많은 뇌물 청탁 사건들이 계속 이어졌다. 그래서 만들어진 게 김영란법. 당시 국가권익위원장이던 김영란의 이름을 따 2015년 3월에 만든 이른바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 금지에 관한 법률’이다.

처벌기준은 공직자가 1회 100만원, 매 회계연도 합산 300만원의 물품을 수령한다면 형사처벌을 받을 수 있다고 한다. 이후에는 식사도 1회 5만원 이상이면 안 된다는 식으로 더욱 엄격해진 모양이다.
그런데 요즘 윤석열 대통령의 부인 김건희 여사가 고가의 명품 가방을 선물 받았다는 소문이 나돌면서 꽤나 시끄럽다. 유튜브 영상을 보면 내용을 좀 더 확실하게 알 수 있다.

영상은 김 여사가 지난해 9월 13일 자신의 서초동 아크로비스타 사무실에서 한국을 자주 찾는다는 미주 한인 최 모 목사로부터 수백만원 상당의 디올 브랜드 가방을 자연스럽게 받는 듯한 모습이다.
이게 사실이라면 김영란법 위반은 물론, 윤석열 정권의 도덕성에 적지 않은 상처를 입힐 수 있을 것이다.

김건희 여사가 명품을 좋아하는 것은 알려진 사실이다. 예로, 김건희 여사가 대통령선거 사전투표 때 입은 소위 ‘꿀벌 셔츠’나 대통령 취임식 후 세 번째 주말 용산 청사를 방문할 때 착용한 신발도 디올 제품이었다. 오죽해 김건희 패션이라며 인스타그램 소비자들의 폭발적인 관심을 받았을까.

김 여사의 페이스북 공식 팬클럽인 ‘건희 사랑’에는 그녀가 입거나 두른 다양한 고가의 명품 사진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오죽해 '디올 협찬설'까지 나왔을까.

대통령 내외가 유럽순방 당시 김건희 여사가 경호원을 대동한 채 명품 의류매장에서 쇼핑을 한 것은 팩트이다. 해당 매장은 한국의 한 방송과의 통화에서 김 여사 일행이 다녀간 게 맞다고 확인해 주었다고 한다. 물론 무엇을 샀는지는 알려줄 수 없다고 했다.

리투아니아 순방에 동행한 김건희 여사의 명품기행은 현지에서 보도된 내용이다. 용산 대통령실은 김 여사의 방문은 맞지만, 가게 직원의 호객으로 들어가 본 것뿐이고 물건은 사지 않았다고 해명했다고 한다.

차라리 김 여사가 시원시원하게 자기 돈으로 명품 쇼핑 좀 했다 해도 불법도 아닌데 무슨 상관인가. 문제는 타인에게서 명품 제품을 받았느냐 여부이다. 이 목사는 오래 알지도 않은 사람이라는데, 이렇게 쉽게 수백만원짜리 물품을 받다니...

보수의 생명은 정직과 투명이라고 한다. 아니, 21세기 민주주의 사회에서 보수 진보를 떠나 고위공직자는 청렴해야 하는 게 당연하지 않은가. 그렇게 침이 마르게 한국이 선진국이 되었고 민주주의의 모범국임을 자랑하면서 대한민국 국민들에게 부끄럽지도 않나. 멀리 뉴욕에서도 궁금하다. 그 진위가 무엇인지...

<여주영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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