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삶과 생각] 발전된 조국의 모습들

2023-11-29 (수) 윤관호/국제PEN한국본부 미동부지역위원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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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11월, 팬데믹 사태이후 4년만에 한국을 방문했다. 뉴욕 존 에프 케네디 공항을 떠난 비행기가 15시간 25분만에 인천공항에 도착했다. 공항 안에서 공항버스표를 사고 밖에 나가 버스에 올랐다. 지갑이 분실된 것을 알고 두 개의 가방을 끌고 공항 안 버스표 판매기에 가보았으나 찾지 못했다. 그 지갑 안에 미국운전면허증과 크레딧카드, 데빗카드, 달러화와 한국원화가 모두 들어 있었다. 분실물 센터에 가서 신고하고 연락처를 알려주고 공항을 떠났다.

오후까지 연락이 없어 잊어버렸다고 생각하고 일정대로 움직였다. 다음날 아침, 동기동창들과 윤동주 문학관을 방문하고 북악산 산행을 했다. 한국에서 중고교를 다닐 때 바라보기만 하던 북악산을 친구들과 함께 가니 감회가 깊었다. 계단을 잘 만들어 놓아 크게 힘들이지 않고 산행을 즐길 수 있었다.

청와대 뒷산이라 예전에는 일반인이 들어갈 수 없던 곳을 오르며 사방을 둘러보니 서울의 발전된 모습이 빛을 내고 있었다. 1.21사태 때 무장공비와 국군의 교전으로 총탄 10여 발을 맞은 소나무도 보았다. 아직도 온전한 평화를 누리지 못하고 있는 조국의 현실이 안타깝다. 산행에 참여하지 못했으나 식당으로 온 친구들과도 오랫만에 만나 회포를 풀 수 있었다. 옛 모교 자리에서 단체로 기념촬영도 했다.


출판사에 가서 나의 시집들을 찾아 우체국에 가서 뉴욕으로 보냈다. 우체국 부근에 탑골공원이 있기에 학창 시절 후 처음으로 들러 손병희 선생 동상과 삼일운동 관련 유적들을 답사했다. 교보문고를 향해 걷는데 민주노총 데모대가 시위를 하고 있었다. 경찰의 안내방송도 예전보다 훨씬 친절하고 부드러웠다.

종로 거리에 셀 수 없이 많은 고층빌딩들이 반짝이고 있었다. 시내 어디를 가더라도 전철과 버스 연결이 잘 되어 있어 편리하다고 느꼈다. 올림픽 공원에서 친구들과 산책도 하고 담소도 나누었다. 명동에 가니 일본인 관광객들이 많이 보였다. 용인에 가서 나의 졸시를 3편이나 액자에 걸어 놓은 친지의 집을 방문하여 실제로 보니 기뻤다.

가평군 양수리에 가서 SNS로 교류하던 친구를 졸업 후 처음으로 만나 함께 걸으며 아름다운 경치를 즐겼다. 대학교수로 정년퇴직한 그의 서재는 귀한 책들이 가득했다. 청평댐을 지나 산골짜기에 있는 고풍스러운 카페에 들러 베토벤 음악을 감상하며 차를 마셨다. 서울로 고속도로를 타고 돌아오는 길에 있는 터널도 잘 지어졌고 주위에 고층아파트들이 서울이나 지방이나 별로 차이 없이 하늘로 치솟고 있었다.

3박 4일 동안은 전남 광주광역시에서 국제PEN힌국본부가 주최한 제9회 세계 한글작가대회에 초대되어 토론에도 참여하고 행사에 빠짐없이 참석했다. 김대중 컨벤션센터에서 2일, 전남대학 강당에서 1일 동안 문학에 대한 강의도 듣고 더 나은 문학작품에 대한 도전의식을 갖게 되었다.

전통음악과 춤 공연도 있어 한국문화의 향기를 느낄 수 있는 알찬 행사였다. 마지막 날은 광주문학관과 박용철 생가를 둘러보았다.

경기도 광주시에 있는 선영에 성묘를 했고 시제와 종친회에도 참석했다. 떠나기 전날 강서경찰서에서 보낸 이메일을 보고 잃어버린 지갑을 보관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떠나는 날이 일요일이기에 김포공항 근처에 있는 카페에서 친절한 유실물 담당자를 만나 잃어버린 돈을 되찾았다.

인천공항으로 가서 뉴욕행 국적기를 탔다. 나의 조국 한국의 눈부시게 발전된 모습을 10일 동안 직접 목격한 뜻깊고 즐거운 여행이었다.

<윤관호/국제PEN한국본부 미동부지역위원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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