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인사이드] 정치인 해임의 시대

2023-10-18 (수) 여주영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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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하원이 지난 3일 공화당 출신의 케빈 매카시 하원의장에 대한 해임결의안을 가결했다. 미국의 하원의장이 해임되다니... 처음 들어본 소리다. 미국에서 하원의장 하면 권력서열 3위 아닌가. 그런데도 이렇게 쉽게 날아갈 수가 있나 매우 의아스럽다. 하지만 대통령도 탄핵되는 세상이니 하원의장 쯤이야 뭐가 대수겠나.

한국에서는 최근 이재명 야당대표에게 구속영장이 청구됐었다. 물론 기각되기는 했지만 감투가 높다고 비켜갈 수 있는 세상은 아닌 것이 분명해 보인다.
미국의 도날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또 어떠한가. 여러 가지 이유로 대통령후보로조차 거론되지 못하는 상황에 놓여 있다.

그런 걸 보면, 이제는 공식 선출직 직함도 없는 사람을 소송이라는 방식으로 그 사람의 정치참여 자유마저 박탈하는 것도 사실상 우습다. 의회에서 활동하는 선출직 의원들이 다들 얼마나 깨끗한지도 믿기 어려운 상황에서 말이다. 여기에는 물론 현직 대통령도 포함된다.


하지만 특정인의 해임건은 보는 시각이나 견해에 따라 타당하다 아니다로 갈릴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찬반투표로 하면 이쪽저쪽으로 거의 균형을 이루기 때문이다. 이는 어쩌면 다수결의 원칙을 근간으로 하는 이른바 선거민주주의가 꽃을 피우고 있다고 말할 수도 있을 것이다.

아쉬운 점이라면, 정말 해임돼야 할 선출직 공무원들이 꽤 있다는 것이다. 사실상 주위를 보면 투표로 선출되었지만 무능하거나 정직하지 못한데도 계속 기득권을 누리는 정치인들이 얼마나 많은가. 정치인들의 기득권은 한번 그 자리에 올라서면 계속 그 자리를 떠나고 싶지 않을 만큼 특별한 권한이 생기는 게 사실이다.

능력과 상관없이 여러 보좌관과 오피스를 지원하는 예산이 세금으로 충당되고 있다. 그런데도 유권자들은 그들의 행적을 감시할 수 있는 여건이나 상황도 못된 채, 그저 잘해주기만을 바랄 뿐이다.

한국 지역구에서 활동하는 선출직 의원들의 행적을 보면 한국 세금은 참 어처구니없이 쓰여진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다. 외유에도 마치 무슨 중요한 출장이라도 가는 듯 꾸며 술을 가득 챙겨가다 걸리질 않나, 잼버리 견학 간다고 출장보고서를 만들어 제출해놓고 관광을 한 게 거의 전부이질 않나...

미국은 그 정도는 아니지만 뉴욕, 뉴저지만 봐도 해임 투표라도 진행하고 싶은 정치인이 없지는 않아 보인다. 하지만 정치인들끼리 서로 봐주는 카르텔이 형성돼 있기 때문에 아주 특이한 상황 아니고서야 꿈같은 소리일 뿐이라는 것이다.

이번 매카씨 하원의장의 해임건은 우크라이나 전쟁지원 같은 거대한 정치현안이 걸려 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가차없이 날려 버린 거라지만 말이다.

뉴욕시에서는 시장이나 주지사부터 제대로 일을 하고 있는지 해임할 정도의 무책임한 리더십을 멋대로 보여주고 있는지에 대한 안건을 주기적으로 올리면 어떨까. 불신임투표를 1년에 한 번씩 한다든지... 한번 뽑히면 무사안일로 임기를 그냥 채운다는 것이 현 사회 정서에 맞는 것인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고 본다.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 말은 호랑이 담배피던 시절의 이야기다. 우리는 지금 카톡이네 유튜브네, 인스타그램이네 하면서 전세계 일거수일투족이 실시간 모니터링되는 시대에 살고 있다.

그런데 강산이 1년에도 몇 번씩 바뀐다는 점을 못 느끼는 사람이 있을까. 차라리 무능하면 속히 죄송하다고 인정이나 수긍이라도 해주는 정치인이면 그나마 다행이다. 뻔뻔하지 않으면 마치 정치인으로 부적격인 듯 행동하는 그런 뻔뻔함을 더 이상 보고 싶지 않다.

이제는 어디든 동네 소식처럼 실시간으로 접하다보니, 한국정치의 뻔뻔함이든 미국의 한심한 정치 현황이든 아주 짜증이 날 정도다.

<여주영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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