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살며, 느끼며] 기후변화와 문학

2023-10-06 (금) 민병임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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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9일 오전부터 뉴욕시 전역에 시간당 3인치에 달하는 폭우가 쏟아져 곳곳이 물바다가 되었다. 전철과 버스 등 주요 대중교통이 마비되고 고속도로 곳곳이 폐쇄되었다.

이 모두가 기후변화가 원인이다. 지난 2월 6일에는 튀르키예 중부와 남부. 시리아를 강타한 지진이 수만 명을 사망케 했고 9월 10일에는 리비아 동부에 내린 대홍수가 데르나 시를 사라지게 하며 1만명 이상의 목숨을 가져갔다.

지난 2월초에 시작된 캐나다 산불은 8개월이 지난 지금도 이어지면서 역대 최악 기록을 세우게 생겼다. 캐나다 매니토바 주와 온타리오 주 산불 연기는 노스다코타, 사우스다코타, 미네소타, 위스콘신, 미시간, 일리노이, 인디애나, 오하이오, 아이오와, 네브래스카까지 덮었다.


뉴욕도 지난 6월달에 대기질 지수가 위험도를 넘는 오렌지빛 하늘이더니 3일에도 뉴욕 하늘을 뿌옇게 만들었다. 인류역사상 이처럼 버라이어티한 기후변화 재앙이 일어난 적이 있던가 싶다.

오래 전부터 기후변화와 환경문제를 다룬 다큐멘터리와 영화가 심각한 경고를 해왔고 문학에서도 판타지나 초현실주의 SF 장르를 통해 지구의 절망적인 미래를 예견해 왔다. 최근 읽은 PEN 문학지 9·10월호가 특집으로 ‘지구환경과 문학’을 실었다. 그 중 한 대목을 소개한다.

“인류는 지구에 대한 막대한 책임감을 느끼는 것이 마땅하다. 지구환경생태문제에 최선 최대의 노력을 기울여 다른 종들과 함께 동등하고 조화롭게 살아가는 상황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지구생명공동체 관리자로서의 무거운 사명을 우리가 다 해야 하지 않을까? 여기에 문인들이 문학으로 앞장서야 한다.”고 정정호씨는 말한다.

작가들이 창작품을 통해 인류세 시대의 인간을 각성시키고 교육시켜 더 이상의 지구개발과 지구 학대행위에 저항해서 문학의 기능을 극대화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인류세(Anthropocene)는 지구의 지질학적 역사에서 전혀 다른 차원의 시기, 즉 지구 자체의 작용이 아니라 인간의 환경 파괴 행위로 지질학에 영향을 미치는 시기를 뜻한다.

“대중에게 개념이 아닌 실감으로 체화되기 위해서는 이야기의 힘이 필요하다”(복도훈), “소설 장르가 갖는 고유의 수사학적 특징이 기후변화를 다루는 데 적합하고 대중들의 인식변화에 동기를 부여할 수도 있다.” (신두호)며 기후위기 사태에 문학의 도전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오늘날, 지구의 미래와 인류의 평화를 위협하는 재앙 원인은 벌목과 난개발, 화석연료 사용 및 이산화탄소 격증, 기후변화, 오존층 파괴, 남·북극의 급속한 해빙과 해수면 상승, 질병 감염 등등이다. 이 모든 것은 인간의 탐욕에서 비롯되었다.

아무리 기후관련법 제정, 일회용품 사용금지, 분리수거, 재활용 등을 실천해도 그야말로 바위에 계란 치기이다. 현재의 문명생활 즉 에어컨, 난방기, 자동차, 스마트폰, 비행기, 크루즈여행, 이렇게 편하고 안락한 문명 생활을, 과잉소비와 개발 및 발전을 포기하지 않는 한 말이다.


모든 일상이 중지되고 원시시대 자연으로 돌아가면 이 기후대응 위기는 멈출 수 있다. 하지만 절대 가능하지 않다. 세계각국은 여전히 인공지능 개발 각축전을 벌이고 있다.
솔직히 기후위기 대응에 커다란 대안은 없다.

후손에게 물려줄 조금이라도 깨끗한 지구를 위해서는 기후위기가 심각하다고 말로만 하지 말고 뭔가 해보자. 탐욕의 반대는 충족감이다. 소박하고 단순한 의식주를 통해 삶의 여유를 찾아야 한다.

코로나19팬데믹 시절, 카페에서 커피를 사는 즐거움을 누릴 수 없었다. 무언가 뺏기고 손해 보는 기분이었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출근시간이 넉넉한 날이면 동네 카페에 들린다. 아메리카노, 카페라테, 카푸치노, 카페모카, 카페 마키아토 등 한잔의 커피를 돌아가면서 주문하고 한입 맛보는 그 시간, 이제 다시는 그 누구도 이 행복을 앗아가지 못하리라.

일회용 종이컵 대신 머그 보온병에 커피를 담아 환경보호에도 일조하기로 했다. 나부터 소소한 일상의 기쁨을 누리는 것은 어떤가.

<민병임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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