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인사이드] 하와이의 저주

2023-09-20 (수) 여주영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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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와이왕국의 마지막 공주가 지난해 12월 96세의 일기로 별세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드물 것이다. 그녀는 외증조부가 물려준 유산으로 장학사업 등 사회활동을 했던 미합중국 내의 마지막 왕족으로 알려진다.

지금이야 하와이는 엄연한 미국의 영토이며 50번째 주이지만, 100여년전만해도 왕이 다스렸던 왕국이었다고 한다. 1795년부터 1893년까지 오늘의 하와이 주는 바로 섬나라 왕국이었다는 것.

하와이 왕국은 카메하메하 1세 대왕이 하와이 제도의 다른 부족 국가들을 모두 정복하고 세운 나라였다. 하와이와 미국이 하나가 된 것은 1898년 7월 7일 미국이 하와이 공화국과 합병하고 난 후의 일이다. 1897년에 합병조약을 체결하고, 1898년에 뉴랜즈 결의안에 따라 하와이가 미국에 병합되었고, 1900년에 조직법(Organic Act)에 따라 미국의 주가 된 것이다.


하와이 왕국은 태평양을 항해하던 유럽 국가들과 자연 접촉을 많이 할 수밖에 없었다. 하와이는 1778년 영국 탐험가인 제임스 쿡에 의해 처음 발견됐는데, 그가 당도한 곳은 카우아이 섬의 와이메아 만(Bay)이었다. 그런 역사로 인해 지금도 하와이주 깃발 문양을 보면 영국국기인 ‘유니온잭’의 문양이 새겨져 있는 것을 보게 된다.

아메리카대륙 동부에 신생 미공화국이 대영제국에 대항해 건국될 무렵 북미대륙 반대편 하와이에서는 영국과 하와이가 화친을 맺을 정도였으니 역사의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이런 독특한 역사를 지닌 하와이주에서 얼마전 대형 산불이 발생해 엄청난 참사가 있었다. 고비는 간신히 넘겼으나 이 산불로 인해 사망자가 수백명, 실종자도 아직 많다고 한다. 산불은 도로에까지 번져 수백채의 집과 가게들이 전소했고, 현지 한인들도 큰 피해를 입었다. 자그마치 3000에이커에 이르는 지역에 불이 번져 2000여채의 건물이 막대한 피해를 입었다는 것이다.

안타까운 것은 이 끔찍하고 비극적인 모습이 연일 방영됐지만, 정작 바이든 대통령과 연방정부의 진정어린 대응은 별로 보이지 않은 점이다. 이 사태는 단순히 비상재난 정도가 아닌, 9.11사태에 준하는 국가적 비상사태라고해도 과언이 아닌데도 말이다.

하와이 관광청의 추산으로는 산불이 발생한 이후, 마우이 지역의 경제활동 손실규모는 매일 100만 달러이상, 하와이주 전체로는 하루 900만 달러에 달했다고 한다. 오는 대선에 재선을 위해 좋은 이미지를 구축해야 하는 민주당으로서는 매우 어려운 상황이다. 더구나 하와이주는 주로 민주당이 강세인 지역 아니었나...

자신을 지지해주는 유권자들이 다수인 지역의 참화를 전폭으로 대처하지 않는 바이든 행정부를 보며 과연 하와이 주민과 미 전역의 유권자들은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바이든이 대통령에 취임한지 3년이 되어간다. 그가 탁월한 리더십을 발휘하고 있다고 보는 국민은 얼마나 될까?

하와이 주가 기반인 정치인 털시 개버드는 민주당 출신이다. 그녀는 미 역사상 최연소인 21세 나이로 하와이주 하원의원에 당선된 당찬 여성이다. 그녀가 민주당이 소수 엘리트 전쟁광들의 손아귀에 들어갔다고 주장하며 민주당 탈당을 선언했다. 그리고 지금의 민주당은 미국사회를 분열시키는 원인이라고 비난하고 있다.

살인적 인플레이션이 국민들의 밥상을 공격하고 있는데, 오직 우크라이나 전쟁에만 올인 하듯 보이는 바이든 대통령. 수많은 난민들이 조만간 퀸즈 전역에서 활보하며 문제를 일으킬 것이 뻔한데, 아무런 국경대책을 세우고 있지 않는 현실. 과연 바이든은 내년 대선에서 승리할 수 있을까.

아직도 전 미국인은 마우이사태에 정부의 대응 추이를 지켜보고 있을 것이다. 하와이의 저주가 될지 축복이 될지 1년후면 그 답이 나올 것이다. 부디 현명하게 잘 수습해 주기를 바랄 뿐이다.

<여주영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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