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발언대] 이해와 사랑

2023-08-03 (목) 최형무/전 저널리스트·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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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정치는 로칼”이라는 말이 있다. 이 말은 정치인들에게 ‘금과옥조’로 받아들여진다.

아무리 원대한 이상이나 포부가 있어도, 지역 주민들로부터 선출되는 첫 관문을 통과하지 못하면, 사회운동가는 될 수 있을지언정, 정치가로는 성공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어느 나라를 막론하고 정치인들은 전체적인 국가 이익이나 장기적 이익보다 자기 지역의 이익, 그 중에서도 단기적인 이익을 선호하는 정책을 발언하고 투표한다. 선거에서 뽑히지 못하면 아무 것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어떤 경우는 단기적으로는 손해가 되는 것 같이 보이지만 장기적으로 궁극적으로 도움이 될 수 있는데 성미급한 유권자들의 성화를 감당치 못한다.
매우 중요한 분야들의 정책 시행이 지연되어 중요한 시기를 놓치거나 훨씬 더 많은 비용을 지출하여야 되는 경우도 있다.

미국에서 기후변화가 있는지 없는지 승강이하면서 귀한 시간 수십년을 낭비하는 동안 중국은 태양광 패널에 500억 달러를 투자, 이 분야 세계 마켓을 석권하고 있다.

30만 명의 일자리를 창출했고, 현재 전 세계 태양광 패널의 80퍼센트를 제조하고 있다고 파리에 본부를 둔 국제 에너지기구 (International Energy Agency) 보고서는 밝히고 있다.

미국은 주로 마켓 주도로 재생 에너지 분야에서 상당한 진전을 이뤘다. (그러나 인터넷이나 GPS 등 역사상 획기적인 주요 과학 발전은 정부 주도로 개발되어 민간 사용으로 전환된 것이다. 코로나 팬더믹 시대에 제약회사들이 그렇게 짧은 시간 안에 방역 백신을 만들어 낼 수 있었던 것은 그동안 쌓아 놓은 기초 과학 발전에 힘입었는데, 기초 과학자들에 대한 수십 년간의 정부 지원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었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인간관계에서 이해의 중요성을 말한다. 서로 이해하려고 노력하고, 상대방이 처한 처지를 이해함으로써 오해에서 비롯되는 갈등을 막을 수 있고, 존재하는 갈등을 해소할 수 있는 통로가 열려진다. 더 나아가 상대가 처한 상황에 공감해주고 나뿐 아니라 상대도 잘 되었으면 하는 마음이 생기면 사랑하는 마음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같은 이해와 사랑의 관계가 21세기 국제 협력발전 모델의 기본 틀이 되고 있다. 국제 간의 관계에서 또는 글로벌 지구 전체 이슈에서 이른 바 제로 섬 게임의 시대는 오래 전에 지났다.

단순한 윈-윈 정책만으로도 더 이상 충분하지 않은 그 이상의 협력이 요구되는 긴급한 상황이 되었다. 낭만적인 이상주의가 아니라 아주 현실적인 이야기라고 할 수 있다.
세계는 서로 이해해야 모두 살아남을 수 있는 상황이 되었다. 인디라 간디 여사는 “꽉 쥔 주먹으로는 악수할 수 없다”고 말했다.


다른 나라를 이해해서 자국에 유리한 정보를 파내자는 것이 아니라, 이 지구는 함께 살아야 다 살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브라질의 아마존 삼림지대가 엄청나게 파괴되고 있을 때 남의 일이라고 가만 있다가는 자국민들도 기후 변화의 피해를 겪게 된다.

종족 보존 본능이 중요하지만, 만약 우연한 사고로 핵전쟁이 일어나 세상이 모두 파괴되면 자기 종족도 살아남지 못한다. (실제로 지난 수십년간 미국과 구 소련에서 몇 차례 핵 공격 경보 오작동 사례들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세계를 구한 사람’으로 불려지는 구 소련 공중방위군의 스타니스라브 페트로보 중령은 1983년 9월 26일 오작동된 핵 공격 경보시스템 아래 자동 핵 보복절차를 개시하지 않아 전면 핵 전쟁을 막았다.)

지구 온난화와 기후 변화, 환경 파괴로 숨쉬기 힘든 대기가 되고 마실 물이 없다면, 아무리 장벽을 높게 쌓아도 세상은 살기 힘든 세상이다. 인공지능의 무기화로 무기 시스템이 인간의 명령없이도 스스로 판단하여 인간을 죽일 수 있게 된다면 세상은 더 이상 누가 착한 사람이고 누가 나쁜 사람인지 알 수 없는 세상이 된다.

인공지능의 무기화는 전투용 드론과 같은 무기를 통해 전장터에서 이미 부분적으로 사용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형무/전 저널리스트·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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