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독서칼럼] ‘최소량의 법칙’

2025-07-15 (화) 08:16:55 김창만/목사·AG 뉴욕신학대학(원)학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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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이 자라는 데는 산소, 수소, 탄소, 질소, 인, 황, 칼륨, 칼슘, 마그네숨, 철분 등 10가지 기본 원소가 반드시 필요하다. 만약 하나라도 누락되거나 부족하면 다른 원소가 아무리 넘쳐도 식물은 병든다. 이처럼 식물의 성장은 결핍된 원소 몇 개 때문에 현저히 제한된다. 특정 원소가 결핍되지 않도록 지속적으로 공급해 주어야만 식물은 정상적으로 자란다. 이것을 ‘최소량의 법칙(Law of Minimum)’이라고 한다. (홍성태, 조수용의 ‘나음보다 다름’ 중에서)

장점을 집중적으로 강화해서 차별화를 꾀하는 것은 훌륭한 전략이다. 하지만 결정적인 단점이 보완되지 않은 채 그대로 남아 있다면, 아무리 장점이 커도 총체적 수준은 낮아질 수밖에 없고 실패를 낳는다.

최소량의 법칙을 설명하는 폰 리비히((von Liebig)의 물통 비유는 유명하다. 나무판자로 만든 물통에 물을 채울 때 다른 판자들이 아무리 높아도 그중 한 판자의 높이가 현저히 낮으면 엄청난 물이 빠져 나간다.


캐나다 순록 보호단체가 늑대가 순록 감소의 주범이라고 판단하고 늑대를 다 잡아 죽였다. 그 결과 자연 생태계가 붕괴되고 큰 교란이 일어났다. 물개가 대구의 천적이라고 단정하고 물개를 무자비하게 살상한 결과 바다 생태계는 파괴되고 텅 빈 바다로 도태되기 시작했다.

느헤미야는 바벨론 포로기 이후, 이스라엘 회복기에 등장한 탁월한 정치-종교적 리더이다. 느헤미야는 수많은 원수들의 훼방과 악조건에 맞서 싸우면서 예루살렘 성벽을 중건했다. 느헤미야가 대 역사를 완공하는데 소요된 시간은 52일이다. 그 당시 52일은 상식을 초월한 기념비적 숫자다.

느헤미야의 혁신적 성공 비밀도 알고 보면 ‘최소량의 법칙’을 잘 활용한 지혜로부터 나왔다. 대 공사를 순적하게 달성하기 위해선 작은 지파 모두를 아우르는 다양한 협력이 필요했다. 느헤미야는 이 진리를 일찍부터 깨달았다.

느헤미야는 건축 구간을 42구역으로 다양하게 나누었다. 38의 가문을 참여시켜 공동체 협력에 대한 자부심과 사명감을 갖도록 했다. 귀족이나 고관들은 애초부터 참여하지 않았다. 척박한 삶을 회피하지 않는 하찮은 서민 중심으로 모인 숫자는 75명에 달했다.

그들은 밤낮으로 수고하여 ‘52일의 기적’을 창출했다. 다양성의 조화와 협력이 충만한 그 자리에 강렬한 꿈이 넘칠 때 상식을 뛰어넘는 기적은 산출된다. ‘52일의 기적’은 이 사실을 웅변으로 말한다.

작은 것을 크게 보라. 일본의 천재 시인 이시카와 다쿠보쿠는 극심한 생활고와 가출한 아내에 대한 아픔을 이기지 못해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고 바닷가에 나갔었다. 거기서 우연히 작은 바닷게 한 마리가 작은 집을 짓고 열심히 살아가고 있는 것을 보고 삶의 의미를 다시 깨달았다.

작은 게 한 마리는 그를 일본 최고의 시인으로 올려놓은 아름다운 시어(詩語)의 화두가 되었다. 이시카와 다쿠보쿠의 시 ‘게’를 옮긴다. “동해 바다 작은 섬 갯바위의 흰 백사장/ 나 눈물에 젖어/ 게와 놀았다네.“

유대인들은 독일 나치스 독재정권 치하의 강제수용소에서 빵 한 조각을 서로 나눔으로 절망을 희망으로 바꿨다. 이웃과 연결된 빵 한 조각의 사랑은 아처럼 위대하다. 시인 고두현은 발화(發話)했다. “잊지 말라./ 지금 네가 들어 온 문이/ 한 때는 다 벽이었다는 걸/ 쉽게 열리는 문은/ 쉽게 닫히는 법,/ 들어올 땐 좁지만/ 나갈 땐 넓은 거란다.” 당신은 리더인가. 작은 것을 크게 보라. 서로 상보하도록 연결하라.

<김창만/목사·AG 뉴욕신학대학(원)학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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