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깨진 유리창을 방치하면…

2023-08-01 (화) 김동찬/시민참여센터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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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진 유리창 하나를 방치해 두면 그 지점을 중심으로 범죄가 확산되고 도시 전체가 무질서 하게 된다.

즉 사소한 무질서를 방치하면 큰 문제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로 미국의 범죄학자인 제임스 윌슨과 조지 켈링이 1982년 3월에 공동발표한 깨진 유리창(Fixing Broken Windows: Restoring Order and Reducing Crime in Our Communities)이라는 글에 처음으로 소개된 사회 무질서에 관한 ‘깨진 유리창 이론’이다.

바로 이 깨진 유리창의 이론을 응용해서 사회 정책에 반영한 유명한 사례가 1980년대 뉴욕의 지하철이다. 당시 뉴욕의 여행객들에게는 지하철만은 절대 타지 말라고 할 정도로 뉴욕의 지하철 치안은 엉망이었다.


그래서 깨진 지하철의 유리창들을 교체하고 낙서를 모두 지우면서 지하철에서의 사건과 사고가 급속히 감소하였다. 이와 비슷한 현상으로 누군가 사람이 살지 않는 집에 쓰레기를 불법으로 버렸는데, 자기 집이 아니라고 방치를 하다 보면 동네 사람들 모두가 그곳에 쓰레기를 버리게 되고 결국 동네 자체가 쓰레기장이 되어 버린다.

지금 일본이 동일본 대지진으로 발생한 후쿠시마 원자력 발전소 폭발로 더 이상 원자로를 제어하지 못하게 되자, 물을 부어서 녹아내리고 있는 핵연료를 냉각시키면서 나오는 방사능 오염수를 바다로 버리려고 주위의 눈치를 보고 있다.

자기나라에서 발생한 핵발전소 사고의 피해를 이웃국가를 비롯해서 전세계와 같이 공유하자는 것이다. 자신들만 피해를 감당하는 것이 너무 억울했던 것이다.

사실 바다에 버리지 않고도 얼마든지 해결할 수 있다. 하지만 바다에 버릴 경우 7년 6개월동안 매년 4억 5,000엔이 들고, 대기 중에 수증기로 방출할 경우 10년동안 매년 34억8,000엔이 들기에 돈이 적게 드는 해양방류를 일본 정부가 세운 것이다.

바다는 고여 있는 웅덩이 물이 아니다. 해류와 폭풍우 등에 의해서 끊임없이 움직여서 퍼져 나간다. 그리고 바다속에는 육지보다 더 많은 생물들이 있고, 이들은 해류를 벗어나서 수많은 곳으로 옮겨 가기도 한다. 그래서 태평양 안의 섬나라들과 연안 국가들은 시간의 차이와 농도의 차이는 있지만 일본이 버리는 핵 오염수의 영향을 모두 받게 된다.

그리고 각종 방사능 물질들이 어떻게 바다 생태계에 영향을 주고, 또 바다 생물과 해조류를 섭취하는 인간을 비롯한 육지 생물들에게 어떤 영향을 주는지는 수년에서 수십년이 흘러야 알 수 있다.
인류가 핵물질이 대거 발생하는 원자탄을 개발해서 처음으로 실험을 하고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떨어뜨려서 가공할 파괴력을 확인 했지만, 핵물질이 인체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는 무지했다.

그래서 인류는 1945년부터 1998년까지 지상, 지하, 수중, 대기권 외에서 모두 2053번의 핵실험을 했다. 그중 미국이 단연코 제일 많은 1054번의 폭발실험을 하였다. 그러다가 방사능 오염의 문제가 심각하게 대두되면서 1996년 포괄적 핵실험 금지조약을 맺고, 1988년 파키스탄의 핵실험 성공 후 더 이상의 폭발실험은 중지하였다. 그리고 2006년 북한이 지하 핵실험을 하였다.


그러나 반세기 동안 무분별한 핵실험으로 사실상 인류 전체가 방사능에 노출 되었다고 보아야 할 것이고, 그 후유증으로 핵실험장이 가까울수록 암 발생률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고 기형아 출산도 수없이 나타났다.

문제는 당시에는 방사능에 대한 무지로 인해서 무분별한 핵실험을 하게 되었지만, 일본은 체르노빌 원자력 발전소 폭발과 후쿠시마 원자력 발전소 폭발로 그 위험성을 실감 했음에도 불구하고 위험하지 않다고 주장하면서 전 인류가 사용하는 바다에 방사능 오염수를 버리려고 하고 있다.

깨진 유리창의 이론처럼 일본이 폐기물을 바다에 버리면 이제 수많은 나라들이 바다에 아무런 죄책감 없이 버리게 되고, 그렇게 되면 바다는 생명의 보고가 아니라 지구 생명을 파괴하는 죽음의 늪이 될 것이다. 이런 일에 미국이 가만히 있다.

정부는 북중러에 대한 동맹국의 가치를 우선 해서이겠지만, 미국의 시민들은 일본이 유리창을 깨지 못하도록 해야 하지 않을까?

<김동찬/시민참여센터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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