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독서칼럼/ 자제력

2023-07-31 (월) 김창만 목사 / AG 뉴욕신학대학(원)학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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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앞에 누렇게 잘 익은 콩밭이 가을바람에 흔들리는 것이 보였다. ”오늘은 우리들의 생일날이다. 굶주린 배를 채우고 하루만 쉬었다가자.“ 오리들은 환호성을 지르며 콩밭에 내려앉았다. 이튿날 아침이다. 붉은 태양이 콩밭 사이로 떠오를 때 오리들은 큰 날개를 펼쳐 하늘로 오른 다음 목적지를 향하여 출발했다.

하지만 한 오리만 “하루만 더 쉬었다 가야지”라고 말하면서 주저앉았다. 다음 날이 되었다. 그 오리는 “하루만 더 쉬었다가 내일 출발 해야지.” 하면서 또 주저앉았다. 이렇게 하기를 몇 날을 더 반복하였는데, 어느 날 갑자기 찬바람이 불고 눈이 내리기 시작했다. 놀란 오리는 두 날개를 펼쳐 하늘로 솟구쳐 올랐다. 이게 웬 일인가. 날을 수 없었다. 몸이 비대해지고 무거워졌기 때문이다. 오리는 눈보라에 묻혀 콩밭에서 죽고 말았다. 이듬해 봄이 되자 친구 오리들이 다시 돌아왔다. 콩밭에 묻혀 죽어있는 동료를 보고 안타깝게 말했다. ‘조금만 자제했더라면 이런 비극은 없었을 텐데...‘“ (제임스 콜린스의 ‘The Mind of Kierkegaard’ 중에서)

훌륭한 경마를 갖고 싶은 조련사가 있었다. 이 조련사가 여러 곳을 다니면서 준마(駿馬) 100마리를 찾아냈다. 조련사는 이 말들을 우리에 가둔 다음 먹을 것을 충분히 주면서 마실 물은 주지 않았다. 우리 건너편에는 넓은 시냇물이 흐르고 있었고, 푸른 풀밭을 타고 불어오는 바람이 실어다 주는 물 냄새가 말들의 코를 미칠 정도로 자극했다. 하지만 우리 안에 갇혀있는 100마리의 말들은 한 모금의 물도 마실 수 없었다.


목이 말라 거의 목줄이 타오를 지경이 되었을 무렵에야 조련사가 문을 열었다. 목줄이 타는 말들은 건너편 시내를 향해 미친 듯이 내 달렸다. 말들이 거의 시냇가에 도달했을 무렵이다. 조련사는 말들을 향하여 갑자기 풀피리를 불었다. 그러자 100마리 증 네 마리만 주인의 풀피리 소리를 듣고 그 자리에 멈춰 섰다. 나머지 말들은 물을 들이키느라고 도무지 정신이 없었다. 조련사는 꼼짝하지 않고 그 자리에 멈춰 서있는 네 마리만 우리로 데려와 집중적으로 조련해 세계적인 명마(名馬)로 만들었다. 이 말들이 아라비아 말의 혈통이 되어 경마대회를 휩쓸고 있다.

사람도 마찬가지다. 자제력을 지킬 줄 모르는 사람은 리더가 될 자격이 없다. 현대 사회에서 절제력을 무너뜨리는 가장 큰 세력은 신용카드 대출업자, 도박장, 광고업자들이다. 금융신용 불량의 이유로 가장파탄과 사회적 위기를 겪는 미국인이 매년 수백만 명이 넘는다.

막스 베버(Max Weber)는 그의 저서 <프로테스탄트 윤리와 자본주의 정신>에서 말했다. “청교도(Puritan)가 우리에게 중요한 의미를 지니는 이유는 그들이 근면, 절제, 성결의 삶을 통해 쌓은 물질을 대학교, 인쇄소, 마을 도서관, 연구소 같은 지적 자본에 대대적으로 투자했기 때문이다.”

<김창만 목사 / AG 뉴욕신학대학(원)학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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