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발언대 - 로비스트

2023-07-27 (목) 최형무/전 저널리스트·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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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로비스트들은 의회에서 제정하는 법이 의뢰인이나 단체에 유리하게 제정될 수 있도록 막대한 돈을 쓰며 의원들에 영향력을 미쳐 왔다.

미 로비스트들의 활동은 미 수정헌법 1조에서 보장하고 있는 언론의 자유 조항과 국민들이 정부에 청원할 수 있도록 보장하는 규정에 따라 국민의 정당한 권리 행사로 간주되어 왔다.

어떤 나라들은 일부 이해단체가 법 제정에 지나치게 영향력을 미쳐 국민 전체에 필요한 법을 제정하지 못하게 한다고 생각하여 이를 규제하거나 금지하기도 한다.
(미국에서 ‘외국 에이전트 등록법’에 따라, 외국의 정부나 정당, 조직, 기업, 개인을 위해 로비활동을 하는 에이전트는 등록하여 활동 내역을 공개하도록 되어 있다.)


미국의 로비스트들은 2022년에 40억 달러의 돈을 쓰며 로비활동을 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20년 전에 비하면 연간 지출비용이 약 2배로 증가한 것이다.

미 상공회의소라든지 제약연구제조협회라든지 은퇴자협회라든지, 총기협회라든지 여러 단체와 기업, 노조가 여러 좋은 목적을 위해 로비하기도 하지만, 얼핏 보면 사소해 보이는 작은 법 규정 하나로 인더리스트의 수백 억 수천 억 달러 이상의 이해관계가 걸리기도 한다.

한 예를 들어 미국에서 병원과 같은 건강관련 기관들은 제약회사들과 약의 가격에 대해 협상해 왔는데 유독 65세 이상의 미국인들이 가입되어 있는 메디케어만은 제약회사들과 약값에 대해 협상하는 것이 오랫동안 금지되어 왔다.

메디케어가 관련된 엄청난 제약 수가와 전체 의료수가를 낮춰야 하는 사회적 국가적 필요로 볼 때 전문가나 관계자들이 이해하기 힘든 일이었다.
이것은 관련 연방 법 조항에 작은 금지 조항을 살짝 집어넣었기 때문인데, 로비스트들이 의원들에 막강한 힘을 행사한 것이다.

작년 8월 바이든 대통령이 사인한 ‘인플레이션 감소법’에 따라 메디케어에 대한 이같은 금지조치가 철회되어 금년 9월부터 우선 10가지 약에 대해 제약회사와의 협상을 시작하기로 되어 있다.

총기협회를 위해 일하는 로비스트들은 총기에 대한 어떤 형태의 규제도 막기 위해 막대한 돈을 쓰고 있다. 미질병통제방지센터 (CDC)에 따르면 2020년 미국에서 4만5,000여 명이 총기에 의해 사망했고, 이 중 자살이 절반 이상, 살인이 40퍼센트 이상이다.

과거 로비스트들은 질병관계기관이 총기사고 사망이나 부상 통계를 집계하지 못하도록 의회에 로비했다. 이같은 통계가 부각될수록 인더스트리에 불리한 법이 제정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미 수정헌법 2조가 총기 규제반대자들에 우상처럼 사용되는데, 헌법이 어떤 형태의 규제도 하지 못하게 한다고 하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 미국 민주주의의 근간인 수정헌법 1조의 언론 자유 조항 하에서도, 꼭 필요한 “시간, 장소, 방법”에 대한 규제는 할 수 있다는 것이 오랜 연방대법원의 결정이다.

수정헌법 2조에 따라 개인의 적법한 총기 소지가 합헌이라고 결정한 것은 2008년 연방대법원에서 5대4로 결정된 ‘헬러’ (District of Columbia v. Heller) 판결에 따른 것이다. 그 전에는 수정헌법 2조가 ‘militia’에 관련된 것이고, 개인의 총기 소지에는 적용되지 않는다고 보았었다.

또 한 가지의 예로, 미국민과 인류의 운명이 관계되는 지구 온난화와 기후 변화에 대한 인더리스트 로비스트들의 과거 활동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오일 회사들을 위해 일하는 로비스트들은 주류 과학자들이 기후 변화의 위험을 인지하기 시작한 오랜 후에도 기후변화를 부정하는 이야기를 뿌렸다. 더 이상 그런 논리가 받아들여지기 힘든 상황이 되자 화석연료 감소가 경제를 수축시킨다는 이야기들을 전파해 왔다.

경제학자들은 화석연료 감소가 특정 분야의 경제를 감축시킬 수 있지만, 전체 경제 활동으로 볼 때 비교가 안 될 정도의 경제적 이익을 줄 수 있다고 말한다. 대체 에너지 등의 발전으로 수많은 기업과 고용이 창출되고, 기후 변화로 인해 일어나는 엄청난 손실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최형무/전 저널리스트·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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