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발언대 - 전체주의 감시국가

2023-07-13 (목) 최형무/전 저널리스트·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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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중국의 외부 세계에서 오는 뉴스와 내부에서 발표되는 뉴스가 같은 내용을 두 가지 각도에서 보는 것이라고 생각했었습니다. 내가 두 개의 다른 세상을 보게 되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었습니다.”

중국에서 ‘생각하는 프로그램’이라는 인터넷 블로그를 비밀리에 운영하며 보다 자유로운 사고를 추구하다가 지난해 체포되어 수감된 베이 제닝씨가 한 말이다. 중국 공안 당국은 그가 중국의 정치제도를 중상하여 정부 전복을 음모했다고 주장했다.

중국에서 경제활동이 활발하게 이루어지는 반면 정부에 대한 정치적 비판은 극도로 탄압된다. 특히 인터넷을 통한 정보 공유는 정부의 공식 입장에 맞지 않을 경우 철저히 금지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예를 들어, 전 세계에서 가장 큰 패션 소매 기업으로 알려진 H & M 이 2021년 중국의 모든 이-카머스 인터넷 프로모션에서 갑자기 사라졌다.
개별 점포를 계속 열도록 허용은 했으나, 판매 경제활동의 주축인 인터넷에서 전면 금지한 중국 정부당국의 조치가 내려졌기 때문이다.

그 이유는, 중국의 신장 자치구역에서 일어나고 있는 위거인 소수인종 탄압과 종교 및 언어 말살 정책, 강제 수용과 강제 노동에 대해 이 회사가 비판하는 입장에 섰기 때문이다.

현재 중국의 정치 현실에 대해 전체주의 (Totalitarianism) 로 보아야 하느냐, 아니면 권위주의 (Authoritarianism) 로 보느냐에 대해서는 의견의 차이가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전체주의가 인류가 직면한 최대 위협 중의 하나라는 데에는 많은 사람들이 동의한다.

20세기 이후 일어났던 전체주의 국가로, 스탈린 치하의 소련, 나치 치하의 독일, 2차대전 당시의 천황제 군국주의 일본, 그리고 북한의 전체주의 사회통제 등이 거론된다. 문화혁명 시기의 중국도 이에 해당될 것이다.

현대 전체 주의 국가에서는 과학 기술의 발달과 함께 국민 전체에 대한 감시 기능이 더욱 강화되어 인간을 무력한 존재로 만든다.

조지 오웰이 1949년에 내놓은 소설 ‘1984’에서 묘사된 국민에 대한 철저한 정찰과 감시와 통제가 무섭게도 현실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이 소설에서 개인적인 사고가 철저히 처벌되고, 표현의 자유는 완전히 봉쇄되고, 인포메이션에 대한 정부의 완전한 통제가 시행된다.

테크놀로지의 발달과 함께 안면 인식 기능과 같은 과학 기술이 국민 감시와 통제의 수단으로 사용될 수도 있다. 전체주의와 감시국가 (Surveillance State) 가 합쳐질 때 ‘1984’에서 묘사된 것과 같은 무서운 현실이 나타날 수 있다.


전체주의 국가의 인권 탄압은 국제법상 더 이상 국가 내부 문제로 간주되지 않는다. 그런데 문제는 현실적으로 이를 방지할 수 있는 방법이나 수단이 아주 제한적이라는 것이다. 이같은 탄압이 정당하지 않다고 선언할 수는 있으나, 이 선언만으로 현실적으로 원하는 결과를 가져다주지는 않는다.

나치 독일이 연합군의 승리로 패망할 때는 핵무기가 존재하지 않았다.
지금 세상에서는 온 인류와 세상을 수천 번 파괴하고도 남을 위력을 가진 핵무기가 존재하기 때문에 모든 것을 무력에 의존 할 수도 없다.

국가를 지키기 위한 국방력 강화는 매우 중요하다. 또 중요한 것은 가능한 한 여러 방법으로 폐쇄된 사회와 교류와 통신을 추진하는 것이 긴장 완화와 개방에 도움이 될텐데, 이 분야의 가능성 여부에 대해서는 정부 정책 담당자들이 더 잘 알 것이다.

<최형무/전 저널리스트·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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