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기자수첩 - VA 예비선거, 이변은 없었다

2023-06-25 (일) 유제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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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일 실시된 버지니아 예비선거에서 현역 중진 의원들이 떨어지는 이변이 벌어졌다.

선거구 재조정으로 지역구에 변화가 생겨 현역 의원도 사실상 초선이나 다름없는 어려운 이번 선거를 치를 수밖에 없었다. 지역구가 중복되는 현역 의원들 간의 경쟁이 불가피했고 일부는 당내 경쟁을 피하기 위해 조기 은퇴하며 불출마를 선언했다. 그리고 지난 20일, 5선에 도전한 챕 피터슨과 조지 바커 주 상원 의원이 민주당 경선에서 떨어졌다.

이들의 발목을 잡은 상대 후보는 주상원 37지구 사담 살림 후보와 설리 디스트릭 교육위원을 역임했던 스텔라 페카스키(주상원 39지구) 후보였다. 16년간의 의정 활동을 통해 지역사회에 이름이 알려왔던 피터슨 의원이나 바커 의원에 비해 상대적으로 인지도가 낮은 후보들이 주 상원에 도전해 민주당 후보로 당선된 것은 이변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이변이라고 하기에는 이미 예상됐던 결과로 지난 3월에 실시됐던 모의 선거를 떠올리게 된다.


페어팩스 카운티 민주당 위원회에서 개최한 모의선거(Pick Your Pony Straw Poll)는 당내 여론을 반영하며 이미 이번 선거의 결과를 정확히 예측했다. 3월 모의선거에서 주상원 36지구의 조지 바커 의원이 38.86%에 그쳤던 반면 도전자 스텔라 페카스키 후보는 61.14%로 압승을 거두었다.

주상원 37지구에서는 방글라데시 이민자인 사담 살림 후보가 51.79%로 1위, 챕 피터슨 의원은 21.54%로 3위를 기록했다. 이날의 모의선거가 이번 민주당 예비선거에 그대로 반영됐다. 당시 여론은 이미 오늘의 결과를 예상하고 있었던 것이다.

현역 의원들은 당시 모의선거 결과를 애써 외면하며 정치 신인들이 동원한 결과라고 깎아내리기에 바빴다. 투표율이 저조한 경우 변화를 기대하기 힘들지만 모의선거, 여론조사의 목적은 분명하다. 표본에 대한 신뢰도가 중요하지만 일부러 조작한다고 의심할 필요도 없으며 결과를 수용해 선거에서 이기는 전략을 짜는 것이 중요하다.

현역 의원들 입장에서 이번 예비선거 결과는 이변일 수밖에 없지만 유권자 입장에서는 이변이 아니다.

지난해 공화당 글렌 영킨 주지사의 등장으로 위기의식을 느낀 민주당 유권자들은 새로운 변화를 갈망하며 민주당 기득권이 아닌 정치 신인들의 손을 들어 주었다.

버지니아 유권자들은 냉정하다. 4선의 중진의원이라고 무조건 뽑아주지 않는다.

민주당이면 민주당답게, 공화당이면 공화당답게 역할을 해야 한다. ‘견제와 균형’을 강조하는 전통에 따라 언제든 새로운 변화를 수용할 준비가 돼 있다.

본선 보다 치열했던 예비선거 결과에 실망한 사람들도 있겠지만 매년 치러지는 선거를 지켜보면서 유권자들의 선택에 감탄하게 되고 그나마 불완전한 민주주의 발전을 경험하게 된다.

<유제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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