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소식을 환하게 밝혀주던 하얀 꽃들의 향연도 봄을 진하게 물들이던 붉은 장미의 향기도 조금씩 옅어가고 세상은 온통 초록 물결이 밀려오고 있다. 나무가 많은 우리 동네 숲에서는 피톤치드가 퍼져있는 듯 아침 공기가 맑고 시원하다. 가슴 깊은 곳에서 행복이 꽃향기처럼 피어오르고 산책하는 발걸음이 새털처럼 가볍다.
능소화(Trumpet Creeper)의 예쁜 오렌지색 꽃이 담장을 타다가 나팔등불로 나를 비춰주고 어디선가 치자 꽃향기가 달콤하고 은은하게 풍기고 있다. 봄은 슬며시 바톤을 넘기고 떠나갔다. 새해가 왔다고 새 포부를 말하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벌써 반년이 흘렀다.
쏜살같이 지나간 시간앞에 죄지은 듯 희미한 기억을 더듬어 본다. 부와 지위와 명예, 생명까지도 삼킨다는 시간의 신, 그리스 신화의 크로노스를 들먹이지 않아도 우리는 자주 시간의 노예가 되어 살고 있다. 시간을 다스리며 살야야 하는데 주객이 전도되고 있다.
단테는 지식이 깊은 사람은 시간의 손실을 가장 슬퍼한다고 이야기했다. “시간이 없다”라고 이야기하지만 사실 흘려보내며 허비하는 시간이 너무 많다. 심각하게 생각을 안하면서 살지만, 인생의 승부를 걸어야 할 시간이 되면 지금 있는 시간을 저축해 놓지 않은데 후회가 크리라 본다.
자기개발을 위한 저축이다. 인터넷을 통해 취미를 살리거나 관심이 있는 분야를 지속적으로 연구하며 익히면 좋은 투자가 될 것같다. 스트레스를 안 받는 범위내에서 목표를 세워서 좋아하는 운동을 하거나 관람하고, 관심있는 분야의 미술을 그리고 전시회에 참가한다던가 음악동호회에서 음악을 감상하고 악기를 배우며 독서 모임에서 책도 읽고 새 지식을 습득하고 성경을 묵상하고 인생을깊이있게 논하는 등 자기개발을 하면서 삶을 즐기는 것이다. 삶의 황금시간은 지금 숨쉬고 있는 이 시간이다.
우리는 특정 시간에 정지할 수 없다. 공간과 달리 끊임없이 흐르는 시간은 나눌 수가 없다.
“진정한 시간이란 살아 움직임으로 인해 내적으로 시시각각 변화하는 창조의 시간이다” 라고 프랑스의 생성철학자이며 시간의 철학자인 앙리 베르그송은 이야기한다. “삶을 사랑한다면 단 1초도 기꺼이 아껴쓰라는” 그의 말이 나이가 들수록 더 심각하게 다가온다.
이 세상을 떠날 때에 우리 모두는 시간이라는 모래밭 위에 남겨 놓게 되는 발자국을 기억해야 한다. 우리 인생에서 돌아오지 않는 것이 네가지가 있는데 첫째는 입 밖으로 나온 말, 두번 째가 시위를 떠난 화살, 세번째가 흘러가 버린 시간, 네번째가 놓쳐버린 기회라고 한다. 우리는 종종 “시간나면…” 혹은 “이게 지나가면…” 등 미루며 게으르게 되기 쉽다. 오늘이 마지막 이라고 생각한다면 한결 더 인생의 무게를 느끼게 될 것이다.
꿈꾸는 사람은 계획을 세우고 실행해야 한다. 문학을 함께 공부하는 사람이 있다. 꿈이 많은 그녀는 처녀처럼 젊고 몸도 날씬하다. 무척 힘들었던 미국 이민생활에서 처음엔 밤을 낮처럼 뛰고 일하면서 두 자녀를 키웠다. 남편과 이혼하는 불행한 시간속에서 죽음을 넘보는 때도 있었지만 꿈은 잃지않고 살았다.
그녀의 꿈은 글을 쓰고, 높은 산을 등반하는 것이다. 산은 트레킹도 하지만 험준하고 위험한 알래스카나 캐나다, 미국 록키 산맥등 정상을 향해 산장에서 몇 주간을 숙박 하며 위험한 암벽이나 빙벽을 타면서 갈등과 긴장, 자신의 한계를 시험하며 스릴을 느끼는 멋진 삶이다.
가끔 그림같은 풍경이나 산을 배경으로 한 글과 사진을 보내기도 한다. 산악인이 된다는 게 결코 쉬운 것이 아니어서 여행가기 전에 그들은 지구력 위주의 높은 체력과 기술을 요하는 피나는 단련, 운동을 한다고 한다.
자기투자가 철저한 것이다. 육십이 다 된 나이에 기적처럼 꿈이 같은 남편을 만나 평생 하고 싶었던 꿈을 함께 실현하며 행복한 삶을 즐기고 있다.
햇살을 받고 있는 녹색잎이 점점 푸르러 간다. 시간도 새롭게 녹색빛으로 물들어져 새 길을 열어 보이고 있다, 마치 햇빛속에서 색을 얻는 생물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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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수잔 / 워싱턴 두란노문학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