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발언대 - 뉴욕한인회장 선거가 남긴 것

2023-06-15 (목) 주동완/코리안리서치센터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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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례가 없는 우여곡절 끝에 38대 뉴욕한인회장이 선출됐다. 당선인에게 축하하고 낙선인에게 위로의 말을 전한다.

선거에 참여한 선거관리위원회의 위원들과 양측 후보 선거운동원들에게 감사와 격려를 보낸다. 누구보다 이번 선거에 참여한 6,116명의 대 뉴욕지구 한인들에게 경의를 표한다. 그리고 이번 ‘뉴욕한인회장 선거가 남긴 것’에 대해서 생각해보고자 한다.

필자는 5월 8일(코리아타운 한인회 무엇이 문제인가?)과 6월 9일(코리아타운과 한인회장)자 한국일보 오피니언 ‘발언대’를 통해 두 차례에 걸쳐 한인회와 한인회장에 대한 필자의 견해를 피력했다.


간단히 요약하면 한인회는 한인들을 위한 봉사단체인지 한인들을 대표하는 대표단체인지 그 정체성을 분명히 해야 한다고 하고, 한인회장의 대표성의 문제에 대해 이야기했다. 이 정체성과 대표성은 사실 동전의 앞뒷면처럼 같은 사물을 다른 관점에서 본 것이다.

즉, 한인회의 정체성을 봉사단체로 보면 대표성은 큰 문제가 아니다. 그러나 한인회의 정체성을 대표단체로 생각하면 대표성은 가장 중요한 문제가 된다. 또 한인회가 봉사단체인 경우에는 이사회에서 회장을 선출하는 게 맞다.

반면 대표단체라면 선거를 통해야 한다. 단, 선거를 통해 회장을 선출할 경우 그 선거 참여율이 문제다. 흔히 ‘60만 뉴욕 동포’라고 하는데 1% 남짓한 6,116명이 참여하여 0.6%의 지지를 받은 당선인이 나머지 99.4%를 대표한다는 것은 문제다.

한인회가 점점 대표단체로서의 위상을 높여가고 있는 시점에서 대표성을 갖는 회장을 선출하는 방법은 한 가지다. 회원을 늘려야 한다. 그동안 여러 회장들이 한인회 회원을 늘려보려고 많은 노력을 했다.

또 회원들의 회비를 받느냐 안 받느냐도 논란이었고 회원들에게만 투표권 주느냐 마느냐 하는 문제도 야기되었었다. 어쨌든 회원제의 결과는 지지부진했고 회장이 바뀌면 유야무야 되어왔다.

이제는 바뀌어야 한다. 한 가지 제안하자면 한인회의 회원을 늘리기 위해서는 한인회가 중심이 되어 한인사회를 조직화해야 한다. 조직화는 개인 차원과 단체 차원에서 이루어질 수 있다.

개인 회원 가입은 현재 뉴욕한인회 웹사이트에 올라와 있는 회원가입을 이용해서 그대로 하면 될 것 같다. 단체 회원 가입은 한인사회의 각종 단체들과 협의해서 단체들의 회장을 한인회 이사회의 이사로 영입하고, 각 단체장들은 단체의 회원 수만큼의 한인 회비를 납부함으로써 한인회 이사로서의 자격을 부여받는다.


단체장이 한인회의 이사가 될 때, 회비와 함께 명단이 제출된 단체 회원들은 자동으로 한인회원으로 등록되도록 한다.
한인회 행사와 프로그램과 서비스를 실시할 때 개인 회원이든 단체 회원이든 똑같이 혜택을 볼 수 있으며, 회장 선거 시 개인과 단체회원만이 투표에 참여할 수 있는 자격이 주어지고 모든 회원은 한 표씩 행사하게 된다.

회원들은 회비를 냄으로써 참여의식을 갖게 되고 혜택을 받으며, 한인회는 회원들로부터 한인 회비를 징수하여 재정에 보탬이 될 수 있고, 각 단체들은 단체들의 행사시 한인회로부터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이렇게 회원들의 권리와 의무, 책임과 혜택들을 명시하고 그에 따라 한인회를 운영하면 회원들은 금세 늘어나 한인회장의 대표성이 보장될 수 있을 것이다.

한인회장 출마를 위한 제출서류로 연봉 10만 달러 이상이 되어야 한다고 하고, 연봉 10만달러 이상의 연대보증인 2명을 세우라고 하고, 모든 한인회 경비를 책임지겠다는 각서를 제출하고 심지어는 배우자의 동의서까지 가져오라는 비상식적이고 코미디같은 모습은 더 이상 보여주지 않기를 바란다.

한인회장이 무슨 ‘봉’이나 ‘호구’도 아니고 혼자서 모두 ‘독박’을 쓰는 이런 선거 행태는 대 뉴욕지구 한인들의 수치이며 한인들의 얼굴에 먹칠하는 거다.

<주동완/코리안리서치센터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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