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발언대 - 코리아타운과 한인회장

2023-06-09 (금) 주동완/코리안리서치센터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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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리아타운이 형성된 곳에는 한인회가 있다. 한인회는 멀리는 조국의 독립과 자유민주주의를 기반으로 한 대한민국의 건국을 위해서, 가까이는 조국의 산업화와 민주화를 위하여 해외에서 많은 중심적인 역할을 해왔다.

또 한인회는 한인 2세들의 한글과 한국 문화 교육을 통한 정체성 확립 및 한인 정치 지도자 배출을 위한 정치력 향상에도 많은 노력과 활동을 해왔다.
최근에는 코리아타운이 한국 상품의 해외 진출의 전진 기지가 되고, 한류를 비롯한 K-컬처를 주류사회에 알리는 중심지가 됨에 따라 한인회의 역할이 문화적, 공공외교적인 분야에까지 확대되고 있다.

이렇게 한인회의 역할과 기능이 변화하면서 한인회의 성격도 한인들을 위한 ‘봉사기관’에서 한인사회를 대표하는 ‘대표기관’으로 변화하고 있다. 한인회의 성격이 변화하면 그러한 변화에 따라 한인회의 조직 구성이나 운영체계도 달라져야 한다.


한인회의 조직과 운영을 대표하는 것은 한인회장이다. 한인회의 성격 변화와 함께 한인회장도 ‘봉사자’에서 ‘대표자’로 그 이미지와 역할이 변화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한인회장의 성격이 변하는 이유는 첫째, 미국 주류사회에서 한인사회를 보는 눈이 달라졌음을 의미한다. 즉 미국 정치에서 한인들의 영향력이 커짐에 따라 한인 대표자의 중요성과 필요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둘째는 한인사회에 연령별, 성별, 서비스 종류별로 그에 맞는 전문적인 봉사기관들도 많이 생겨났기 때문이다. 이는 그만큼 봉사기관으로서의 한인회의 역할이 감소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셋째로 한인회는 보통 1~2년 마다 한인회장이 바뀜에 따라 한인들을 위한 봉사프로그램이 지속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이유 등으로 한인회는 봉사적 기능보다 대표적 기능이 증가했다고 보여진다.

한인회가 봉사기관으로서 역할을 하는 경우에는 이사회에서 회장을 선출하는 것이 옳다. 하지만 이제 한인회의 역할이 봉사적 기능보다 대표적 기능이 증가하고 있는 상황에서 한인회장 선출방식으로 선거가 더 유효해졌다.

하지만 한인들의 참여가 저조하여 1%정도의 한인들의 지지를 받은 한인회장이 99%의 한인을 대표할 수 있는가 하는 대표성에 문제가 있다.

마침 뉴욕에서 한인회장 선거가 치러지고 있는 이 때에 제언을 하자면 새로 선출되는 한인회장은 시대가 요구하는 한인회의 역할을 잘 파악하여 조직과 운영방식을 개선하고 한인회의 대표성을 확보하기 위하여 무엇보다 한인회의 회원을 늘리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 회원은 개인 회원과 단체 회원으로 구분할 수 있다.

참고로 필자의 경험을 이야기 하자면 금년 초에 뉴욕한인회에 회원 가입신청을 했다. 며칠 후에 아주 멋진 한인회 회원 카드가 예쁜 봉투에 담겨 우송되어 왔다. 그런데 카드만 왔을 뿐 어디에도 한인회 회원으로서의 의무와 권리 등에 관한 내용은 없었다.

앞으로 뉴욕한인회는 이렇게 형식적으로 회원을 모집할 게 아니라 회원으로서의 책임과 혜택과 같은 내용들을 분명히 해서 개인 회원들을 늘리는데 노력해야 한다.

아울러 뉴욕지역에 많은 단체들이 있는데 이러한 단체들과 협력하여 단체 회원도 늘려야 한다. 즉, 한인회는 지역 단체들을 조직화해야 한다. 이렇게 해서 개인 회원과 단체 회원들을 늘리고 회장 선거 시에는 이 회원들이 회장을 선출하도록 해야 한다.

단체의 회장은 그 단체의 회원들이 선출하는 것이 기본이다. 한인회장의 대표성은 이렇게 개인과 단체 회원들의 지지에서 나온다.

<주동완/코리안리서치센터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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