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발언대 - 그래도 가정과 가족이 우리의 희망이다!

2023-05-17 (수) 노재화/전 성결대 학장·사회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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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은 계절의 여왕이라 하리만큼 신록의 대지와 청명한 하늘 사이에서 우리 인간들에게 아름다움과 희망을 주고 있다. 한국은 5일 어린이날, 8일 어버이날, 15일 스승의 날, 21일 부부의 날로 되어 있고, 미국은 5월 둘째 주일이 마더스 데이이며, 파더스 데이는 6월 셋째 주일로 지키고 있다.

뉴욕 한미충효회에서 효자, 효부, 효행상 시상식과 경로대잔치를 거행한다. 가정의 달을 맞이하여 한국의 모기관에서 실시한 초등학생의 앙케이트 조사에서 가족의 구성원에 애완동물이 등장했고, 할아버지 할머니는 가족 구성원에서 제외되었다니 웃지 못할 일이다.

한국사회의 가족의 역사적 변천과 진화를 영화를 통해서 생각해보고자 한다. 일제 강점기에 징용과 만주 북간도의 수난가족사의 현실을 거치고, 1920년대 ‘미몽’에서 신여성의 등장과 이혼이 급증한 유부녀의 일탈에서 기형의 근대적 결혼관계가 등장하게 되었다.


해방과 더불어 ’이수일과 심순애’의 순애보, 기상천외한 ‘자유부인’ , ‘미워도 다시 한번’등이 출현하고, 1960년대 말에는 국가의 가족 법제화를 통해서 소위 ‘정상가족’이 정착하게 된다.

텔레비전의 등장으로 안방 드라마 ‘여로’나 ‘전원일기’가 한국에서의 근대 가족의 탄생의 본격적 단계일 것이다. 이전에 한국 전쟁의 이산, 도시화와 산업화, 서독 광부와 간호사와 중동 기술자, 베트남전쟁 참전, 글로벌 기업에 따라서 남자는 돈벌이하러 세계를 누비며, 여자는 양처현모로 바뀌어가는 가족관의 등장과 더불어 서서히 해체되는 가정도 부지기수로 나타나기 시작하였다.

예를 들면, 1990년대 ‘정사’ ’아내가 결혼했다’ ‘조용한 가족’은 실패한 이상한 가족사의 면을 그리고, ‘올드보이’는 산업화의 동력이었던 가장의 몰락을 풍자하며, ‘지구를 지켜라’는 세계의 폭력이 아버지의 폭력으로 묘사되고, ‘바람난 가족’은 콩가루 가족사이다.

여기에 ‘가족의 탄생’은 에피소드식으로 전개된 영화에서 미라와 무신, 채현의 이상한 세 사람의 동거와 매자의 유부남과 동거, 채현과 경석, 미라와 무신의 가부장적 사회에 대한 파괴 현상에 도전장을 던진 기묘한 가족의 탄생을 말하고 있다. 또한 일부 영화에서는 붕괴되어가는 가정과 대중의 불안감에서 아버지의 권위를 세우는 측면을 부각하는 필림도 있다.

즉, ‘괴물’, ‘눈부신 날에’, ‘브라보 마이 라이프’, ‘즐거운 인생’은 부성애의 표출이다. 이 영향은 ‘7번방의 선물’과 ‘국제시장’에서 정점을 찍고, ‘부산행’이나 ‘군함도’는 외환위기나 극한 어려움에서 아이들, 세계, 자신을 구할 수 있다는 아버지들의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고 전문가들은 평하고 있다.

오스카상을 수상한 ‘기생충’은 빈부격차로 인한 한국사회의 어두운면을, ‘미나리’는 해외 한인이민가족사의 한 단면을 볼 수가 있다. 실로 인간의 공간적 인적 공동체인 가정과 가족은 인간이 만든 제도 중에서 가장 오래된 제도일 것이며, 이제는 가족의 본질이 혈연 중심에서 관계 중심으로, 혈연공동체에서 정서공동체로 변화해 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더구나 한국사회는 지금 세계 최고로 이혼, 청소년과 노인의 자살, 노인고독사가 증가하고, 급속한 고령화의 진전과 출생율의 감소에서 오는 가정과 가족 문제에 심각한 위협을 받고 있으며, 민간 정부 차원의 대책이 시급하게 요청되고 있다.

프랑스의 고전사회학자 에밀 듀르크하임은 가정과 사회가 해체되고 사회통합을 저해하는 요인으로 자살율, 이혼율, 비행과 범죄율, 정신병 발병율 등의 증가를 들고 있다.
가족의 특성이란 서로 돕고 몰입되어 있으며, 애정과 친밀감, 가치관과 의사 결정, 그리고 자원을 서로 나누는 집단이다(올슨 & 디 플레인, 1994). 가정과 가족의 구조 변화와 가치관의 혼란에서 벗어나 가정과 가족의 기능이 회복되어야 한다.

가정과 가족은 애정, 성, 생식과 양육의 고유기능, 생산과 소비의 기초기능, 그리고 교육(개인의 사회화)와 보호 휴식 오락 종교의 부차적 기능이 있으며, 이런 기능들이 상호보완 관계로 이어지는 한 희망은 있지 않을까 싶다! 기대를 걸어 본다. 그래서 가정이 살아야 사회가 살고 국가가 살지 않을까!

<노재화/전 성결대 학장·사회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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