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성지순례를 가면, 광야 지역에 덤불처럼 있는 식물을 볼 수 있다. 성경의 로뎀나무이다. 로뎀나무(학명:Retama raetam, white broom)는 콩과의 관목으로 2-3m까지 자란다. 우리말 성경의 ‘로뎀’은 히브리어 원어를 그대로 음역한 것이다. 로뎀은 중동 지역의 사막의 구릉이나 암석지대, 건조지역에 가장 흔한 식물 중 하나이다. 건조지대에 있는 많은 관목들과 달리, 로뎀은 1년 내내 푸르름을 유지한다.
로뎀나무는 햇빛이 내려 쬐고, 또 나무들이 없는 사막에서 서늘한 그늘을 제공해 준다. 로뎀나무는 몇 달 동안 비가 없는 사막에서도 살아남는다. 비가 거의 없는 광야에서 로뎀나무가 끈질긴 생명력을 갖는 비밀은 뿌리에 있다. 로뎀나무의 뿌리는 땅 속으로 수십 미터까지 뻗어 물줄기가 있는 곳까지 닿아 있다.
이렇듯 광야에 덤불처럼 있는 로뎀나무 아래에서 펼쳐진 아름다운 사랑의 이야기가 있다. 열왕기상 19장 에 보면, 이세벨을 피해 광야로 도망가던 예언자 엘리야는 로뎀나무의 그늘 아래에 누워서 부르짖는다.
“자기 자신은 광야로 들어가 하룻길쯤 가서 한 로뎀 나무 아래에 앉아서 자기가 죽기를 원하여 이르되 여호와여 넉넉하오니 지금 내 생명을 거두시옵소서 나는 내 조상들보다 낫지 못하니이다 하고.”(왕상 19:4)
예언자 엘리야는 아합왕 시절 온 나라가 우상숭배로 가득 차 있을 때에 “오직 여호와 하나님 만이 우리의 하나님”이라고 담대하게 선포한 예언자였다. 엘리야는 이스라엘 땅에 삼 년 반 동안 비가 내리지 않으리라는 하나님의 말씀을 선포하였고, 죽은 사렙다 과부의 아들을 살려냈으며, 갈멜산에서 왕비 이세벨이 거느린 바알 선지자 450명과 대결하여 이긴 하나님의 능력의 종이었다.
그런 예언자 엘리야가 이제는 지쳐 버렸다. 엘리야는 하나님께 “할 만큼 다 했는데도 내 마음을 알아주는 백성은 없고 오히려 왕비 이세벨에게 쫓기는 신세가 되었으니 차라리 죽여달라”고 부르짖는다. 정말 열심으로 일했는데, 이제 그만 지쳐버린 엘리야의 모습이 눈에 선하지 않는가? 우리도 마찬가지다. 정말 열심히 일했는데 다들 내 맘 같지 않고 억울하고 속상한 말만 들려 올 때가 있다.
그때 지쳐 잠이 든 엘리야를 어루만지며 속삭이는 사랑의 손길이 있다. “로뎀나무 아래 누워 자더니 천사가 어루만지며 이르되 일어나서 먹으라 하는지라.”(왕상 19:5) 엘리야는 누군가가 자기를 어루만지며 “일어나서 먹으라”는 소리에 깨어 보니 사막 한 가운데 누워있던 자기 머리맡에 숯불에 구운 떡과 물 한 병이 있는 것이다(왕상 19:6), 이젠 지쳤으니 차라리 죽여 달라는 엘리야에게 하나님은 “네 신앙이 그정도 밖에 안돼냐?” “그럴수록 금식하고 깨어 기도해야지, 늘어져 잠이나 자다니!” 라고 호통치지 않으셨다.
하나님은 오히려 엘리야의 지친 마음을 어루만져 준다. 희미하게 눈을 뜰 때에 “이거 먹고 기운 좀 내라”고 부드럽게 말씀하신다. 그런데 엘리야는 음식 먹고 다시 누워 버린다. 마음먹고 떡과 물을 준비해 주었으니, 이제 기운을 내서 일어나겠지 생각했더니, 그게 아니라, 다 먹고 나더니 도로 드러누워 버린다. 하나님은 그래도 화내지 않았다. “여호와의 천사가 또 다시 와서 어루만지며 이르되 일어나 먹으라 네가 갈 길을 다 가지 못할까 하노라 하는지라.”(왕상 19:7) 엘리야는 하나님의 천사가 공급해 주는 음식을 먹으면서, 40일 만에 하나님의 산 호렙에 도착할 수 있었다. 하나님은 엘리야를 위하여 40일 동안 하루도 빼지 않고 먹을 것을 해 주었다.
열심으로 주의 일을 감당하다가 마음이 상한 분들이 있는가? 정말 사랑하고자 했는데, 진심을 몰라주어 서운한 마음을 가진 분들이 있는가? 이젠 지쳐버렸다고 낙심한 분들이 있는가? 로뎀나무 아래에서 상한 마음으로 지쳐 잠들어 있는 엘리야를 어루만져 주신 하나님의 손길로 피곤함을 씻으시기 바란다. 하나님은 내가 지금까지 잃어버린 것보다 앞으로 얻을 것이 더 많다는 것을 알고 계신다. 하나님은 지금까지 내가 실패했던 것보다 앞으로 더 크게 성공할 것이라고 믿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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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봉대 목사(에벤에셀 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