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율 스님, KBS 인간극장 5부작 주인공이 되다
2023-04-06 (목)
정태수 기자
북가주 한인불교 경조사에서 신심 가득 음성공양을 보시해온 연화합창단, 아예 없을 때는 몰랐지만 일단 맛을 본 뒤로는 없어서는 안될 음성공양단으로 자리잡은 연화합창단이 태어날 준비를 할 단계(2007년 봄)부터 출범후 자립단계까지 몇년간 합창단을 지도했던 정율 스님, 바로 이 음성공양 수행자가 KBS의 인기 다큐멘터리 주인공으로 입체 조명됐다. 정율 스님이 매스컴을 타는 것이야 새로울 게 전혀 없지만 KBS 인간극장 5부작의 주인공이 된 것은 그 무게감이 예사롭지 않다. 매회 30분남짓 분량의 이 다큐는 ‘산사의 소프라노 정율’이라는 제목으로 3월20일(월)부터 24일(금)까지 닷새동안 아침에 방영됐다. 해당 프로그램 시청은 KBS 누리집에 접속해 다시보기를 하거나 유튜브에서 가능하다.
첫회분 첫장면부터 정율 스님답다. 스님의 면모를 잘 모르는 시청자들은 파격적이라 했을 것이다. 운무가 낀 듯 걷힌 듯 저 멀리까지 이어지는 산과 산과 산, 그 산의 바다를 쭉 훑고는 어느 산허리 혹은 산옆구리로 난 오르막 흙길을 따라 걷는 스님을 비추는 카메라, 어느새 카메라 높이까지 올라와 산의 바다를 발밑에 두고 천천히 걷는 스님의 입에서 흘러나오는 노래 아베마리아.
작가나 촬영팀 누구도 그걸 궁금해했는지 스님은 아베마리아를 부르다말고 “안하다보니 목소리가 정말 안나온다”고 겸연쩍은 미소를 보이고는 “(아베마리아는) 가장 소리를 잘 열리게 하는, 저한테는 좋은 발성 연습”이라고 귀띔한다.
하지만 스님을 아는 이들에게 아베마리아는 단순히 목푸는 용도가 아니라 그간 종교의 벽을 넘은 사랑과 희망의 콘서트에 정열을 바쳐온 스님의 발자취를 상징하는 소리로도 들릴 것이다. 실제로 스님은 캘리포니아 체류 시절 거의 매주 남북가주를 오가는 왕복 2천리 넘는 강행군 속에 연화합창단 등을 지도하면서도 2009년 9월 샌프란시스코 성마이클 성당에서 사랑자비희망 콘서트를 열어 갈채를 받았고 여세를 몰아 미 전역을 순회하며 음성공양 퍼레이드(2007년 봄부터 약 5년간 150여회)를 펼쳤다. 한국에서도 스님은 가톨릭 및 원불교와 손잡고 수많은 음성공양을 했다(사진).
압권은 11일 오후 구례 화엄사에서 시작된 ‘수도자들의 영혼의 울림(4대 종교평화음악회) 버스킹’이다. 스님들과 신부님들과 목사님들과 교무님들이 앙상블을 이룬 이 음성공양단은 화엄사를 시작으로 이곳저곳 교회와 성당과 원불교당과 사찰을 돌며 화합의 화음을 선사할 예정이다. 그러고보니 정율 스님이 한국비구니계의 큰별 명성 스님 후원하에 본격적인 성악공부를 한 배움터는 원불교 산하 원광대학원이다. 스님의 이런 행보가 담긴 동영상에 어느 네티즌은 “종교는 달라도 우리는 한민족”이라는 간단명료한 댓글과 함께 합장 이모티콘 셋을 달아놓았다.
인간극장 ‘산사의 소프라노…’에서도 수시로 신부님 도반들이 등장하고 그들과의 인연 등이 스스럼없이 소개된다. 연화합창단원 등 북가주 불자들에게는 비교적 익숙한 스님과 불교의 인연, 성악과의 인연 등도 담담하게 그려진다. 인간극장 마지막회 초입에는 이 음악회 준비에 너무 열성을 보이다 성대에 탈이 나 치료를 받는 장면이 짠하게 중계된다. 어쩌다 짬이 나면 토굴 뜰에서 나물을 캐거나 찾아온 제자 겸 도반들과 도란도란 정담을 나누는 장면을 눈동냥하는 것 또한 별미다. 가사 하나 표정 하나는 물론 숨 한모금 들이쉬고 머금고 내쉬는 것까지 세세하게 챙기는 합창연습 때의 엄밀한 열정을 보면서 연화합창단의 그때 그시절을 떠올리는 이들이 한둘 아닐 것이다. (기자는 그 연습장에 취재차 들렀다가 남자목소리가 부족하다는 스님의 하소연과 열정에 붙들려 난생처음 합창단원이 됐다.)
한편 연화합창단은 스님이 떠난 뒤에도 초대회장 보월화 보살과 현 회장 자비행 보살 등의 헌신적 노력으로 음성공양 전통을 꾸준히 유지했고, 특히 모이는 자체가 어렵고 모였다 해도 연습하기는 더욱 신경쓰였던 ‘코로나 3년 호된 시집살이'를 슬기롭게 극복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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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태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