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인사이드 - 우정이 죽은 학폭사회

2023-03-29 (수) 여주영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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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 한인1세대 남자들은 친구끼리 한창 힘자랑을 하며 싸움을 하곤 했었다. 그래도 그 당시는 친구간에 우정을 상당히 중요시 여겼다. ‘마이 뭇다 아이가’라는 대사를 히트시킨 영화 ‘친구’가 생각난다.

1990년대는 조직폭력배들이 젊은 치기를 가지고 치열하게 세력다툼을 벌였었다. 그때 한 조직원이 세력을 넓혀가던 라이벌 조직의 조직원을 어느 도심에서 흉기로 살해하는 일이 벌어졌다. 영화 친구의 배경이 된 부산 양대 조직폭력단이 벌인 폭력사건이었다.

한 인터넷 백과사전 사이트에 의하면, 2001년 개봉한 이 영화는 곽경택 감독이 부산지역의 유명 조직폭력단체 칠성파의 행동대장, 1993년에 칠성파 조직원에게 살해된 20세기파의 정한철과 학창시절 때 경험한 이야기를 바탕으로 만들었다고 한다. 주제는 청소년 폭력이지만 실제는 친구간의 우정과 추억을 담은 영화다.


이런 올드 영화를 보고 있으면 옛 젊은 시절의 감상에 젖어 추억을 떠올리면서 그 당시 분위기를 느끼게 된다. 누구나 유쾌하게 볼 수 있고 감동까지 전해주는 권선징악의 모티브가 살아있는 영화다. 반면 요새 학폭은 사뭇 다르다. 감동이나 우정은커녕 교훈도 없다. 최근 세계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넷플릭스 오리지널 ‘더 글로리’가 화제가 되고 있다.

배경은 학폭에 시달리던 한 주인공이 커서 가해자들에게 복수하는 과정을 그린 학교폭력 액션물이다. 고교때부터 끔찍한 괴롭힘에 시달리던 여주인공이 가해자들을 응징하기 위해 치밀한 복수를 감행한다는 줄거리다. 한국의 경우 매년 학폭 사건은 2만건이 보고되고 그중 40%는 언어폭력에 기반한다고 한다. 무턱대고 허약하고 병약한 아이들을 괴롭히는 이지메의 비중이 커진 것이다.

오죽해 한국 국회의원들이 학폭 관련 법안을 통과시켜 범람하는 한국 학폭 근절에 강한 의지를 갖고 있음을 보여야 한다고 입을 모을까. 하지만 법보다 빠른 것이 입소문의 사회 정의다. 태국의 모 청춘스타는 더 글로리가 가져온 학교 폭력 논란에 발목을 잡혀 연예활동을 접어야 하는 상황까지 이르렀다.

옴파왓이라는 이 연예인은 중학교 시절 친구들과 함께 자폐아 친구를 괴롭혔다는 폭로 증언이 계속 나오자 사과문을 올렸으나 대중의 신뢰와 사랑은 회복되기 어려웠다. 한국에서 뜨는 다수의 운동선수들이나 연예인들도 학폭 논란에 휩쓸리자 모두 사과의 공식 입장을 내놓았다. 그나마 일체 활동을 접고 자숙하겠다고 해야 살아남을 수가 있다.

그만큼 대중은 가해자가 센 처벌을 받아 공인으로서의 모든 특권과 미래가 망가져야 카타르시스가 생기기 때문이다. 하지만 학폭 문제에서 중요한 건 피해 당사자를 어떻게 치유해야 하는 것이다.

학교 폭력을 단순히 아이들간의 다툼으로 치부해서는 안 된다. 피해자들에게는 평생 씻을 수 없는 상처로 남아 가해자가 공인이 되어 온갖 인기와 명예를 누리게 되면 피해자에게 두 번 상처를 주는 상황이 되는 것이다.

얼마전 한국에서는 국가수사본부장에 임명됐던 정순신 변호사의 아들이 학창시절 교우간 언어폭력 문제로 인해 임명된 아버지가 사퇴를 하는 상황까지 생겼다. 학폭 문제가 너무 심각하다 보니 극단의 조치가 만들어지는 것 같다.

뉴욕한인사회에서도 혹여 한인 2세들이 차이나 바이러스네, 중국인이네 하고 놀림을 당하는 일이 발생한다면 한인커뮤니티 전체가 벌떼같이 일어나 우리는 미국과 자유동맹 파트너인 코리언들이라는 사실을 확실하게 주입시켜야 한다.

또 중국 공산당의 지배를 받는 차이나로부터 피해를 받아왔던 입장이지 절대 같은 편이 아니라는 역사적인 가르침을 분명하게 전달해야 할 것이다.. 학폭의 심각성을 고려할 때 지나쳐선 안되겠기에 하는 소리다.

<여주영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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