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살며, 느끼며 - 안중근은 어디에 있는가?

2023-03-24 (금) 민병임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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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26일은 안중근 의사의 순국일이다. 1909년 10월26일 하얼빈 역에서 이토 히로부미를 저격하고 사형이 집행된 지 113년이 되었다. 안중근은 “국권이 회복되면 조국에 묻어달라.”고 유언을 남겼지만 아직 그의 유해가 어디 있는 지도 모른다.

소설가 김훈은 ‘칼의 노래(2001년) ’에서 이순신 장군의 비애를, 소설 ‘하얼빈’(2022년)에서는 약육강식 제국과 맞서 싸운 안중근의 빛나는 청춘을 그려냈다.

‘칼의 노래’ 속에 당시 임금 선조는 무력하므로 사악했다. 왜군을 피해 압록강 물가 의주까지 달아난 조정, 삼도수군통제사 이순신을 잡아들였다. 죄목은 조정을 능멸했고 임금을 기만했으며, 조정의 기동출격명령에 따르지 않았다는 것이었다. 임금은 가토의 머리에 걸린 정치적 상징성을 목말라 했다. 그러나 이순신은 정치적 상징성에 모든 조선의 군사를 바꿀 수 없었다.


정치와 권력의 폭력으로 이순신은 즉각 기소되고 의금부에서 문초를 받았다. 이후 원균이 이끌던 조선수군 연합함대가 칠천량에서 전멸되고 한산 통제영 휘하의 모든 연안 포구와 섬들에 적의 깃발이 휘날렸다. 그러자 조정은 이순신 더러 방책을 찾으라고 한다.

“지난번 그대의 벼슬을 빼앗고 그대로 하여금 백의종군케 한 것은 역시 나의 모책이 어질지 못함에서 생긴 일이거니와 그리하여 오늘 이같은 패전의 욕됨을 만나게 된 것이니 내 모슨 할 말이 있으리오, 내 무슨 할 말이 있으리오...”

이것이 임금이 할 소리인가. 이렇게 다시 충청, 전라, 경상의 삼도수군통제사가 되었지만 통제할 수군이 없었다. 이순신은 “신의 몸이 아직 살아있는 한, 적들이 우리를 업신여기지 못할 것입니다. ” 라고 답했다.

도요토미 히데요시는 조선의 국토를 여러 봉토로 찢어서 일본 막부의 가신들에 나누어주는 것이 전후 조선 경영구상이었다. 1598년 11월19일 노량해전에서 이순신이 죽음으로 지켜낸 조선은 300년이 지나 다시 침입한 일본에 의해 철저하게 유린당한다.

을사오적(이완용, 이근택, 이지용, 박제순, 권중현)은 대한제국의 외교권을 일본에 팔아먹었다. 이토 히로부미는 500년이 넘은 나라의 통치권을 입수했다. 1895년 청일전쟁에서 이긴 일본은 동학 우두머리 전봉준을 붙잡아 처형하고 일본 낭인들이 경복궁을 습격해서 조선 왕비를 죽였다.

이렇게 1592년 임진왜란을 일으킨 도요토미 히데요시의 욕망은 질기게도 살아남아서 조선 땅을 밟고 가서 기어코 중국의 항복을 받아냈다. 이토 히로부미는 도쿄에서 시모노세끼, 대련, 여순, 봉천을 거쳐 하얼빈까지 만주 여행을 하며 일본제국의 위엄을 과시하고자 했다. 안중근은 이토를 하얼빈 역에서 저격해야만 했다.

3월26일은 안중근의 기일이다. 오전 10시, 형장에 서서 말하길 “나는 대한독립을 위해 죽고, 동양평화를 위해 죽는데 어찌 죽음이 한탄스럽겠소.” 안중근은 의연했다. 향년 31세였다.


‘감옥법’에 의하면 사망자의 유해를 가족에게 내주기로 되어있다. 그러나 일본은 안중근의 묘소가 독립운동의 성지가 될 까 우려하여 가족에게 돌려주지 않았다. 패전 뒤에는 전쟁범죄 관련 자료를 모두 소각하였다.

중국 만주 현지보도에 의하면 안의사 유해는 하얼빈산 소나무관에 안치된 뒤 공동묘지에 매장되었다고 한다. 해방 후 김구 선생을 중심으로 임시정부 요인들이 독립운동가 유해 송환을 주장했지만 김구의 암살 이후 흐지부지 되었다.

2008년 남북 공동으로 안중근 의사 유해발굴사업이 진행된 적이 있었다. 뤼순감옥장 딸이 보관한 한 장의 사진을 토대로 감옥 뒤편 매장지를 수색했으나 성과가 없었다. 뤼순 감옥이 중국 땅이다 보니 유해 발굴을 하려면 중국 정부와 협의를 진행해야 한다.

이번에 진행된 한일정상회담은 정상간에 무슨 이야기가 오갔는 지 모르지만 이번 기회에 안중근 유해 찾기 프로젝트를 가동시켜야 한다. 근거 있는 공식자료나 안의사가 감옥에서 저술한 ’동양평화론‘ 원본, 뤼순감옥 관련자가 개인적으로 보관한 자료나 일기 같은 것을 찾으려면 일본의 도움이 절대 필요하다.

<민병임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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