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수현 고려대 안암병원 종양혈액내과 교수는 “유전자 변이 진단법의 발전으로 전체 암의 10~15%에 달하는 ‘유전성 암’ 진단율이 높아지고 있다”고 했다. [고려대 안암병원 제공]
한국인들이 가장 걱정하는 질병은 암이다. 한국인 사망 원인 1위에 올랐기 때문이다. 그런데 일부 사람은 유전적 원인으로 인해 유전자 복구 능력이 떨어져 쉽게 암에 노출될 수 있다. 이렇게 발생한 암을‘유전성 암’이라고 한다. 전체 암 환자의 5~10%로 추정된다. 이수현 고려대 안암병원 종양혈액내과 교수를 만났다. 이 교수는“변이 유전자를 가진 암 환자라면 암 예방ㆍ치료가 일반 암 환자와 다르게 진행돼야 한다”고 했다.
-유전성 암이란 무엇인가.
암이란 어떤 원인에 의해 세포 내에서 발생한 유전자 변이가 축적돼 무한으로 증식하는 상태를 뜻한다. 유전자는 손상돼도 스스로 복구하는 능력이 있지만 복구 유전자에 변이가 생기면 정상 세포가 암 위험에 계속 노출돼 손상된 유전자가 복구되지 못하다가 유전자 변이가 축적돼 암이 된다. 이를 ‘유전성 암’이라고 한다.
유전성 암은 진행 속도가 매우 빠르고 젊은 나이에도 나타날 수 있다. 보통 대장 내 용종이 암으로 악화하는 데 10~15년 걸린다. 그런데 특정 유전자 변이가 있으면 2~3년만 지나도 악성 종양으로 바뀔 수 있다.
-유전자 돌연변이가 발생하면 암이 나타나나.
그렇지 않다. MLH1ㆍMSH2ㆍMSH6ㆍPNS2 등 특정 유전자 변이가 있으면 특정 암이 발생하는 게 아니라 해당 유전자 변이와 관련된 여러 종류의 암이 발생하는 양상으로 나타날 확률이 높다. 가령 30대에 MSH2라는 유전자 변이가 있으면 70세가 됐을 때 방광암이나 콩팥암이 발생할 위험이 40% 이상 올라간다.
또 종양 억제 유전자인 APC의 특정 위치에 생식세포 변이가 있다면 용종이 100개 이상 발생하는 가족성용종증후군이 생기는데 이럴 때 대장암에 걸릴 위험이 90%나 된다. 미국 영화배우 앤젤리나 졸리에게서 발견된 BRCA1 유전자에 특정 변이가 생기면 유방암에 걸릴 확률이 65%, 난소암 위험은 75%에 달한다. 이럴 때에는 유전자 검사로 유전자 변이 여부를 확인하는 게 중요하다.
-부모가 암에 걸리면 자녀도 같은 암이 생기나.
부모에게서 암 발병 소인을 물려받는 경우가 많다. 그렇지 않더라도 특정 유전자가 손상돼 암에 걸리기도 한다. 특히 가족은 생활 습관을 공유하므로 유전자 이상이 아니라도 같은 암에 걸릴 수 있다. 흡연하는 아버지와 간접 흡연하는 가족이 폐암에 걸릴 위험이 높은 경우가 이에 해당한다.
-가족 중에 암에 걸리면 예방적으로 검사해야 하나.
꼭 그런 건 아니다. 암을 진단받은 직계 가족(부모, 자녀, 형제)이 50세 이하에서 암 진단을 받았다면 유전자 검사를 받을 필요가 있다. 할아버지가 80세 나이로 암 진단을 받았다면 유전성 암 검사를 할 필요가 없다.
또한 NGS 유전자 검사 결과는 임상적 상황과 연동해 해석해야 의미가 있다. 건강한 사람의 평균 건강 정보와 비교하며 가족력과 유전자 검사를 종합해 파악해야 하기에 유전자 자체만으로 진단하진 않는다.
-유전자 검사는 어떻게 진행되나.
우리 몸에서 DNA를 확인할 수 있는 어떤 조직에서도 가능하지만, 혈액검사를 시행하면 검사 민감도와 정확성이 가장 높다. 예전에는 혈액검사로 특정 유전자 1개의 돌연변이를 검사했지만, 기술 발달로 요즘에는 ‘차세대 염기 서열 분석(NGSㆍNext Generation Sequencing)’ 유전자 패널 검사로 유전성 암 발생에 관여한다고 알려진 수십 개의 유전자를 한 번에 검사할 수 있다.
-어떤 사람이 NGS 유전자 검사를 받아야 하나.
우선 평균 암 발병 연령보다 젊은 나이에 암 진단을 받았다면 주의해야 한다. 유방암이 40세 이하, 대장암이 50세 이하에 발생했다면 유전성 암을 의심해야 한다. 둘째, 한 사람에게서 시차를 두고 암이 여러 번 생길 때다. 셋째, 가족 중에 같은 종류 암 환자가 많거나 내시경검사에서 다발성 용종증(린치 증후군, 가족성 용종증)이 발견됐거나 직계 가족이나 형제자매에게서 유전성 암이 확인됐다면 ‘유전성 암 클리닉’을 찾아 상담할 필요가 있다.
변이 유전자가 나오면 자녀에게도 유전자 변이가 있을 확률이 50%여서 직계 가족은 추가 검사가 필요하다. 특히 가족 중 가장 어린 나이에 암 진단받은 환자보다 10년 이상 빨리 유전자 검사를 받는 게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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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대익 의학전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