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이 아침의 시 - 우리, 나비로 날아요

2023-03-20 (월) 이은정/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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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새장에 갇힌
앵무새로 길들여져
다른 사람의 이름을
부르는 것에 익숙해요
들리는 대답은 늘
타인의 목소리

우리는 고유한
이름을 갖고 있어요
이제, 자기 이름을
부르기로 해요
내가 부르고 내가 답하고

거울 속에 비춰진 모습은
나인듯 내가 아닌듯
누가 나인지
복면을 벗은 나를
찾기로 해요


나비가 훨훨
날아다니는 꿈을 꾸어요
골똘히 번데기의 탈출을
궁리하지요
고치 속 외로운 침묵은

자기 이름을 찾는
잠 못이루는 성장통
안녕, 안녕
시린 기억들이 각질처럼
허물을 벗네요
우리, 나비로 날아요

<이은정/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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