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살며, 느끼며 - 다양한 시각으로 보다

2023-03-10 (금) 민병임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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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즈니 월드의 인기놀이기구 ‘스플래시 마운틴’이 30년만인 지난 1월22일 문을 닫고 ‘흑인공주’가 등장하는 애니메이션을 주제로 새단장에 들어갔다. 이 놀이기구에는 영화 ‘남부의 노래’ 캐릭터 모형이 보트를 타고 수로를 내려가며 영화 속 노래가 나온다. 이 영화가 남부의 노예생활을 미화했다는 지적이 있어서다.

캘리포니아주 디즈니랜드의 스플래시 마운틴도 올해 안으로 문을 닫는다고 한다. 이 역시 디즈니 역사상 첫 흑인공주가 등장하는 영화 ’공주와 개구리‘를 주제로 새로 꾸민다고 한다.

2020년 5월 흑인남성 조지 플로이드 사망 사건이후 인종차별 논란이 거세지자 2021년 9월 버지니아주 리치몬드시의 로버트 리 장군 동상이 철거되고 2020년 6월에는 프린스턴대 총장이자 미국 28대 대통령 우드로 윌슨 이름 지우기에 들어갔다.


총장시절 흑인 학생의 입학을 금지하고 백인우월주의집단(KKK)을 지지했다는 것이다. 뉴욕 자연사박물관 입구에 높이 서있던 시오도르 루즈벨트 대통령의 승마 동상도 2022년 1월 철거되었다.

사람들의 인식이 달라지고 사회가 이렇게 변해 가는데 어린이들의 놀이기구가 변화를 모색하는 것은 놀라운 일도 아니다. 공주는 늘 하얗고 예쁜 얼굴에 드레스를 입고 백마 탄 왕자만 기다리는 답답하고 무능한 태도라니, 얼마나 전근대적인 생각인가.

이미 15년 전부터 전래의 동화 뒤집기 역발상 아이디어가 출판에 영향을 주어 각광 받은 적이 있다. 백설공주는 공주를 거부하고 일곱 명의 키 작은 남자, 힘없는 백성들과 함께 다이아몬드 광산에서 일한다. 공주는 보석가공 기술자가 되어 힘을 비축하는데 공주를 따르는 백성의 수가 더 많아지면서 여왕이 거느린 왕국은 무너진다.

‘인어공주’, ‘엄지 아가씨’, ‘백설공주’, ‘신데렐라, ’미녀와 야수‘ 같은 동화에서 여성은 왜 남성과의 사랑에 헌신하는 인어공주 같아야 하는지. 계모는 한결같이 악녀인지, 행복은 미모순이라고 하는 지 등등 많은 동화에 남성중심주의적 가치관이 배어있다는 비판이 일었고 거꾸로 읽는 동화가 쓰여지기 시작했다.

그래서 새로 쓰여진 ‘신데룰라’에서 신데룰라는 신데렐라의 옆집에 사는 여성으로 나온다. 센데렐라는 유리구두를 신고 무도회에 가나 신데룰라는 자신이 번 돈으로 산 납작한 단화를 신고 무도회에 간다. 센데렐라와 센데룰라는 왕궁에서 각자에게 맞는 왕자를 만나 결혼하는데 신데렐라는 따분한 궁중생활에 지쳐가고 신데룰라는 오두막에서 텃밭을 가꾸며 아기자기하게 살아간다.

얼마 전에 나온 영국 찰스왕의 둘째 아들 해리 왕자가 낸 회고록 ‘스페어(Spare)’를 보자. 작년 9월에 서거한 엘리자베스 여왕 2세가 버킹엄 궁과 웨스트민스터 사원으로 조문과 장례식을 위해 타고 가던 황금 마차는 얼마나 화려하고 번쩍이는가.

그러나 책 ’스페어 ‘는 잔혹한 동화 그 자체다. 마치 12시가 넘자 신데렐라가 궁중 무도회에 타고 갔던 마차가 호박으로 변하며 뒤따르던 궁중 경비병 마차 바퀴에 치어 산산조각 났듯이. 신비에 쌓여있던 왕실은 충격적 고백과 폭로로 망신을 당하고 해리 왕자 부부는 방송관계자로부터 거금을 받아 챙겼다.


어린이들에게 다양한 세계를 경험하게 하고 스스로 판단을 내리게 하며 개인의 취향에 맞아 골라 읽을 수 있게 하는 것은 중요하다. 그래선지 요즘 아이들의 장난감 상자에는 흑인소녀 인형이 제법 많다. 흑인공주, 스패니시 공주, 동양인 공주가 좋고 싫고는 각각의 취향이다.

미국은 1965년 이민법 개정으로 유색인종 이민자를 받아들였고 1967년 백인과 유색인종간 결혼 합법화로 다인종 다문화 정책은 획기적인 전화기를 맞이했다. 이민자 문화와 흑인 문화를 존중하는 다문화 교육도 이뤄지기 시작했다.

다민족 다문화가 섞여서 공존 및 교류하는 가운데 상호간 이해하고 인정하게 된다. 그러므로 어려서부터 다양한 시선으로 보고 느끼게 하여 인종차별주의가 뿌리를 내리지 못하게 하자.

<민병임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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