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인사이드 - 짜가 세상

2023-02-22 (수) 여주영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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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가짜가 판을 치는 세상이다. 이를 강조하기 위해 가짜를 거꾸로 ‘짜가’라고도 한다. 이 단어가 널리 쓰이기 시작한 것은 1990년대. 외국산 가짜 제품을 소재로 다룬 청소년 드라마에서 ‘가짜’라는 글씨를 뒤로 바꾼 ‘짜가’라는 대사가 공중파에서 사용되면서 이 단어가 일반인들 사이에 유행어가 되었다고 한다.

그보다 앞선 1986년 '신신애'라는 예명으로 출발해 큰 인기를 얻은 가수가 있었다. 당시 서태지와 아이들과 김건모만큼이나 신신애가 유명해진 히트곡이 있다. ‘세상은 요지경’이라는 노래였다. 그런데 그 노래가 지금 생각해도 당시 엄청난 수준의 앨범 100만장 판매 기록을 세웠다고 한다.

신신애는 1993년 드라마에서 뽕짝을 부르는 역할로 출연해 가수 김수희의 권유로 세상에 대한 풍자를 담은 곡을 발표했는데 그게 대박이 난 것이다. 아이러니하게도 노래 가사처럼 된 건지, 세상은 요지경이라는 가사 그대로 그녀는 성공하고 난 후 사기를 많이 당했다고 한다.


어쨌든 세상은 요지경 속임이 분명한데, 그 노래 가사중에는 다음과 같은 내용이 있다. “잘난 사람은 잘난 대로 살고. 못난 사람은 못난 대로 산다. 야이야이 야들아 내 말 좀 들어라. 여기도 짜가 저기도 짜가 짜가가 판친다.”

사람들은 가짜를 뜻하는 의미로 ‘짝퉁’이란 말도 많이 쓴다. 주로 명품에 대한 가짜라는 의미로 보편화된 말이다. 원본 그대로 만들어지는 짝퉁 제품들로 인해 세계적으로도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이제는 짝퉁 제품 거래도 온라인화되어 더 이상 차이나타운 가게나 으슥한 길거리가 아닌 인터넷이나 인스타그램처럼 비대면으로 거래가 활성화되었다고 한다. 아니면 ‘짝퉁 천국’이라고도 불리는 차이나타운이나 아예 바다 건너 가짜 천국 중국 본토를 여행할 때도 빼놓을 수 없는 관광 코스가 짝퉁 시장이라고 한다.

중국 도처에서는 외국인들이 점심 값이면 짝퉁 로렉스 시계를 살 수 있다고 한다. 반대로 하도 가짜가 판치는 세상이 되다보니 진짜의 희소가치를 강조하기 위해 진짜 할 때 ‘진’을 강하게 발음해 ‘찐’이라고 하는 유행어까지 나왔다.

명품 짝퉁의 급증은 명품과 자신의 정체성을 동일화해서 인정받고 싶은 집단 최면 아닐까. 중국산 짝퉁이 전세계 모든 제품을 다 섭렵했다는 얘기는 들었지만, 이제는 인공 미인을 만들기 위해 얼굴에 주입하는 필러나 보톡스까지도 싸구려 가짜가 판친다고 한다.

특히 한국은 정확성이 무엇보다 강조되는 뉴스에도 요즘 하도 가짜가 많아 어느 것이 진짜인지 가리기가 어려운 상황이다.
이제는 하다하다 미국도 아예 중국화된 것인지, 지난해 11월 미 중간선거에서 가짜 학력과 경력을 내세워 연방하원에 입성한 의원이 물의를 일으킨 일도 있다. 가짜 학력과 경력을 내세워 당선된 산토스 공화당 의원에 대해 같은 당 지도자들도 사퇴를 촉구하고 나섰다.

그의 지역구는 다름 아닌 낫소 카운티다. 공화당 지도자들은 지난달 기자회견을 열고 뉴욕 지방검찰청과 낫소 카운티 검찰청의 조사를 받고 있는 그를 파면하라고 요구했다.


그는 지난해 중간선거 과정에서 골드만 삭스와 시티은행 등에서 일했다고 주장했지만 경력이 대부분 거짓이라는 사실이 밝혀졌다. 심지어 15년전 브라질에서 사기 혐의로 기소된 전과까지 있으니 그야말로 상습 짜가 인생이 아닐 수 없다. 공적 선거 자금을 개인 용도로 지출한 의혹도 받고 있다.

양심을 팔고 권력의 화신이 된 나쁜 사람들이야 여야,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널렸지만 그래도 공정과 정의가 살아있다는 미국에서, 그것도 한인들이 많은 곳에도 짜가 짝퉁이 판친다니 몹시 씁쓸하다.

물건은 그렇다 치고 양심 따위는 개나 줘버려라 하며 한인사회를 갖고 노는 비양심적, 비도덕적인 짜가 한인의 경우 이들은 정말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 무슨 좋은 방안이 없을까 머리를 맞대보자.

<여주영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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