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이 발달하면서 많은 종교들이 위기에 봉착했다. 교리의 비과학성 때문이다. 불교는 예외다. 양자역학으로 대표되는 현대물리학이 대세로 자리잡으면서 부처님 가르침은 날개를 단 듯한 모양새다. 그러나 불교 교리의 탁월성이 곧 교세확장으로 이어지지는 않는 것 같다. 한국불교에서는 특히 그렇다. 불과 30년 전만 해도 2,000만 불자라고 했으나 현재는 겨우 700만 불자 시대다. 그나마 한참 과장된 모양이다. 종단개혁의 새 기수로 떠오른 동국대 교법사 진우 스님은 최근 유튜브채널 명진TV에 출현해 한달에 한두번 꾸준히 절에 나가는 신도들만 치면 간신히 200만명이나 될까 모르겠다고 어림했다. 조계종의 대대적인 출가권유에도 불구하고 출가자 숫자도 해마다 줄어 연간 100명 이하로 떨어질 날이 멀지 않았다는 전망이다.
이런 가운데 상월결사 108 순례단이 현지 시간 11일 오전 석가모니 부처님의 첫 설법지인 인도 북부 우타르프라데시주 사르나트에서 21세기 전도선언을 한 뒤38일간1,167km를 걸으며 8대성지를 순례하는 첫걸음을 내디뎠다. 상월결사는 자승 전 총무원장이 중심이 되어 한국불교 중흥을 기치로 내걸고 3년전 출범한 결사체다. 자승 스님은 조계종의 실세 중 실세로 꼽히는 한편으로 개혁파로부터는 청산돼야 할 권승 1호로 비판받는다. 때문에 이번 인도 성지순례를 두고도 침체에 빠진 한국불교에 활기를 불어넣을 대장정이란 찬사와 한국불교를 망친 권승들의 권력연장을 위한 눈가림 행차라는 비판이 교차한다.
‘생명평화, 붓다의 길을 걷다’는 슬로건 아래 진행되는 성지순례 입재식에서 자승 스님은 상월결사 회주 자격으로 “수행자들이여, 세상을 불쌍히 여기는 마음을 가져라. 인간의 이익과 번영과 행복을 위해서 길을 떠나라. 둘이 가지 말고 홀로 가라. 처음도 아름답고 중간도 아름답고 마지막도 아름다우며, 말과 내용을 갖춘 법을 설하라. 완전히 이루어지고 두루 청정한 삶을 널리 알려라”는 내용의 전도선언문을 낭독했다. 동행취재한 불교신문은 이를 두고 21세기 전도선언이라며 이번 성지순례의 목적을 총화한 것이자 이번 순례를 계기로 한국불교는 포교에 전력하겠다는 원력을 세우자는 의미라고 풀이했다.
이날 입재식에는 원행 전 총무원장, 원로의원 보선 스님, 월정사 주지 정념 스님, 중앙승가대 총장 월우 스님, 서울 봉은사 주지 원명 스님, 정토회 지도법사 법륜 스님, 보드가야 분황사 주지 붓다팔라 스님 등 500여 사부대중과 장재복 주인도 대사, 산카 미쉬라 우타르 프라데시주 보건장관 등 외빈들이 참가했다.
순례단은 38일간 하루평균 25km씩 걸어 부처님이 깨달음을 얻은 보드가야, 탄생지인 네팔 룸비니, 열반지인 쿠시나가르 등 8대 성지를 순례한 뒤 3월20일 우타르프라데시주 슈라바스티의 기원정사에서 회향한다. 회향법회에 맞춰 수도 뉴델리에서는 연등회와 사찰음식 등 한국불교문화를 알리는 행사도 열린다고 불교신문은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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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태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