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발언대 - 대지(大地)

2023-02-06 (월) 박치우/커네티컷 독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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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땅의 나라 동양에서는 우리나라 인접국 중국, 서양에서는 미국이 대지의 나라이다. 중국은 거리상 옛날에는 걸어서도 갔다. 그러나 미국은 한국에서 지구 반대편에 있어 어디보다 멀다. 중국은 조상들이 자주 갔었기에 낮설지는 않지만 아직도 잘 모른다. 미국은 더구나 영어의 서양문화권이기에 더욱 낯선 나라였지만 우리는 더 미국을 동경하며 1970년대 쯤에는 이민 붐이 현저히 일어났다.

미국은 중국처럼 단일족이 아니며 일설에 들은 것처럼 토착민은 인디언이었는데 후에 영국인들 그리고 이탈리안 같은 유럽인들이 상륙하여 살던 후예들이 살고 있는 것 같았었다. 이민 와서 빨리 자리를 잡고 살아야 하는 것 외의 문화라든가 하는 것에는 관심이 없었다가 차차 자리를 잡으며 느껴지는 것은 이 나라 사람들은 역시 대지 땅 큰 나라 사람답구나 하는 것을 느꼈었다.

법을 어기지 않는 한 첫째 말을 잘못 알아듣거나 무엇에 서툴러도 괜찮다고 하며 오히려 위로를 해주었다. 트레인 정거장에서도 문이 열리면 우리보고 먼저 타라고 손짓을 했다. 신사로 보이는 사람일수록 그랬는데 이 나라 신사도가 겸손(Humble)이라고 했다. 그래서 처음 자리 잡으려고 고생할 때 많이 위로가 되었었다.


이런 나라에 오래 살았는데도 가끔 생각하게 되지만 왜 이 먼 나라에 와 살게 되었지? 자문 해보면 첫째는 미국은 풍요한 나라였기 때문이었다. 학생시절 가끔 USIS 미공보원 회관에 가끔 가면 미국에서 농사짓는 것도 보여 주었는데 광활한 밭에 씨앗도 비행기로 뿌리고 가을에 거둘 때도 트랙터를 타고 했으며 모든 것을 기계로 하는 것을 보여주었다. 한마디로 부러운 기계문명의 풍요로운 대지의 나라였다.

처음에 이 나라에 와서 보니 거대한 교량, 빌딩 같은 시설물, 어디나 갈 수 있는 하이웨이, 그리고 주택가, 뉴잉글랜드 지방에는 영국시찰단이 와서 보고 본토보다 영국전통 문화를 고수하고 있다고 본국에 가서 발표했다는 기사를 어디에 난 것을 읽은 적이 있다.

차차 자리가 잡혀가며 영국, 그리고 유럽 몇 나라를 가서 보고 미국에 돌아와 그런 재래 선진국들과 비교해보니 인디언이 살던 황무지를 개척한 흔적도 없는 대지의 나라다운 것을 작은 나라에서 온 식견으로 무슨 말을 할 수 있을까.

대지하면 좀 다른 뜻이지만 펄 벅(Pearl C. Buck)의 대작 ‘대지'를 떠올리게 한다. 펄 벅은 미국 버지니아 주에서 태어난 지 4개월만에 선교사인 아버지를 따라 중국으로 이주 하여 그곳에서 어린시절을 보냈다.

1910년 17세 나이로 미국에 와 대학을 졸업하고 다시 중국에 돌아와서 그 대작을 써 퓰리처상과 미국 문예 아카데미상 그리고 노벨문학상까지 수상했다. 대작을 쓴 배경을 좀 알 것 같다. 펄 벅 자신이 밝혔지만 미국은 그때 이미 기계문명 사회로 농사도 기계로 짓고 기계에 의존하는 사회 사람을 그리는 것보다 흙에 묻혀 사는 사랑들의 생활상속에 인간성을 그리고 싶었던 것 같았다.

보통 소설은 작가 자기 나라에서 구성(Plot)에 살을 부쳐 쓰는 정도지만, 대지는 진정한 삶의 아름다움의 배경은 호화스러운 생활 속에 있지 않고 인고(忍苦), 어려움을 참고 견디는 애환에 있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우리는 무엇 좀더 넉넉하고 크게 느끼게 하면 그것을 대륙적이라고 한다. 또 어떤 일을 그렇게 대처 하는 사람을 보고는 대지(大地)사람 답다고 한다. 지금 대지에 살고 있는 우리는 과연 어떤지 대지 사람답게 살고 있는지. 논어에 사람 셋이 걸어가면 그중 한사람이 자기의 스승이라고 했다.
누가 ‘대지' 사람 다우면 곁에서도 그것을 보고 배우게 된다는 가르침인 것 같다.

<박치우/커네티컷 독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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