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독서칼럼 - ‘공감은 생존기술이다’

2023-02-06 (월) 김창만/목사·AG 뉴욕신학대학(원)학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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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찰스 다윈(Charles Darwin)은 친절함을 납득하지 못했다. 다윈의 자연선택설에 따르면 생명체는 다른 무엇보다 자신을 보호해야 한다. 타인을 돕는 것은 그 명제에 맞지 않으며, 특히 남을 돕느라 자신의 안전을 위험에 빠뜨릴 때는 더욱 그렇다.

하지만 인류가 사피엔스의 전성기를 거치면서 공감능력은 급진적인 도약을 이뤄냈다. 다른 사람의 시선을 쉽게 추적할 수 있도록 눈의 흰자가 커졌고, 얼굴 근육은 정교해져 감정을 더 잘 표현할 수 있게 되었다. 그 결과 공감능력은 인류에게 엄청난 생존무기가 되었다. 우리가 흩어진 개인일 때 보잘 것 없는 존재이지만, 함께 뭉치면 굉장한 존재가 된다.”(자밀 자키의 ‘The War For Kindness’ 중에서’)

누구에게 공감한다는 것은 무슨 의미인가. 그것은 실존적 공허에 빠져 허덕이고 있는 사람을 영원한 존재이신 하나님께 연결함으로써 잃어버린 생의 의미와 목표를 확고하게 심어주는 일이다. 문학가로서는 성공을 이루었지만 처절한 실존적 공허와 무의미로 고통당하던 톨스토이는 하나님을 믿고 난 뒤 이렇게 고백했다.


“신앙이 무엇인가. 신앙은 사람을 무엇인가를 위해 살게 하는 힘이다. 무엇인가를 위해 살아야 한다는 의식이 없다면 그것은 전혀 사는 것이 아니다. 나는 신앙 때문에 다른 사람과의 깊은 유대감 속에서 살아야 한다는 공감의 책임을 깨달았다.”

공감(empathy)은 타인의 감정을 공유하고 그 감정에 대해서 함께 생각하고, 배려하는 것으로부터 시작한다. “그 친구가 얼마나 마음이 아팠을까. 지금 그 친구는 무엇을 생각하고 있을까.” 이런 질문에 대답하면서 마치 내가 탐정이 된 것처럼 생각할 때 공감은 시작된다.

공감의 두 번째 단계는 경험공유이다. 경험공유는 배려와 교환 행위를 통해서 이루어진다. 살기가 등등한 아우슈비츠 강제수용소에서 따뜻한 고깃국 한 그릇이 지니는 의미는 심장하다. 작은 국 한 그릇을 질서 정연하게 나누어 먹는 일은 짐승처럼 날뛰는 나치 군인들 앞에서 인간의 존엄성을 지켜내는 숭고한 경험공유이다. 경험공유는 적을 친구로 만들고 경쟁자를 동지로 만든다.

경험공유를 통해서 진정한 공동체는 형성된다. 사람은 홀로 살아갈 수 없는 사회적 존재이기에 사랑과 공감을 받지 못하면 소외감과 박탈감으로 내면이 병든다. 혼자라는 단절감은 절망을 불러오고 사회 공동체는 정체성의 혼란을 겪는다. 공동체의 재창조는 함께 살아가는 공감을 배울 때 얼마든지 가능하다.

<김창만/목사·AG 뉴욕신학대학(원)학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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