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이 아침의 시 - 피라칸사스

2023-02-06 (월) 이은정/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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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새
쏟아진 누
툭 툭 털고
살짝 드러난 너의 붉은 입술
겨울엔
여린 것들이 파랗게 떨려요
추운 것들은 더욱
선명히 드러나
가릴 수가 없어요
피할 수 없는 혹한 계절
뻐근한 가슴 두드려 펴면
들숨과 날숨 사이
작은 공간이 생겨요
그 안을 들여다보면
높이 나는 새가 물고 온
상자들이 열리고
또렷한 눈의 전언을 듣고서
얼음 속 봄기운을 꺼내요.
하얀 외투 걸친 채
립스틱 짙게 바르고
겨울 한가운데 우뚝 선
피라칸사스
중력을 거스르는
계절의 선구자

<이은정/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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