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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인칼럼] “아이 러브 유”

2023-01-26 (목) 김태훈 목사 (새누리 선교교회 담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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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암 투병중에 있는 한 교인 가정 심방을 가게 되었다. 이 교인은 5년전에 폐암 말기 판정을 받았지만 기적적으로 지금까지 생명이 연장되어 왔다. 참고로 다른 장기로 전이된 4기 이상 말기 폐암은 5년 생존율이 미처 9%가 되지 않는다고 하는 것을 보면 정말 기적이다. 그런데 이제 항암제가 더 이상 듣지 아니해서 약을 끊고 집에서 요양을 하고 있는 상태이다. 바로 전주에 갑자기 상황이 더 악화되어서 병원에 입원했다가 퇴원해서 집에 왔기에 방문을 하게 된 것이다. 너무나 힘든 상황이라 고통가운데 있으리라 생각하고 긴장하며 그 집에 들어갔는데 이 교인은 오히려 나를 반갑게 맞아주었고 표정이 너무 밝고 좋아보여서 어떤 일이 있냐고 물어보았다. 그랬더니 다음과 같이 놀라운 간증을 해주어서 큰 감동을 받게 되었고 또한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해주었기에 함께 공유하고자 이 글을 쓰게 되었다.

이 교인이 지난 주에 병원에 있을때 방문을 하여 대화를 나누는 중에 갑자기 자신의 큰 아들에 대한 속상한 마음을 표현하였다. 아버지인 자신이 이렇게 아픈 상황가운데 있는데 아들이 짜증을 내고 화를 냈다는 것이다. 아버지를 위로하기는 커녕 화를 내는 아들을 보면서 너무나 실망이 되어서 낙심 가운데 있었던 것이다. 아니 낙심을 넘어서 분노 가운데 있었던 것으로 보여졌다. 그 순간 내가 진지하게 교인에게 다음과 같은 말을 해주었다. 큰 아들도 아버지를 무척 사랑하고 존경하는데 지금 아버지가 처한 상황을 볼때에 자신도 너무 속상함으로 아마도 그렇게 행동한 것이라 생각하고 내일 퇴원할때 아들이 모시러 오면 잘 해주라고 신신당부를 했다. 그런데 정말 다음날 아들이 모시러 왔을때 아버지가 이렇게 고백을 한 것이다. “예야 이제 까지 모든 것이 이 아비의 잘못이다. 나를 용서해 다오...” 그러면서 생전 처음으로 35살이 된 아들에게, “아이 러브 유”라고 했다는 것이다. 그랬더니 놀랍게도 아들의 마음에 있던 오래된 응어리가 완전히 풀어지고 아버지와의 관계가 회복이 되었다고 하면서 기쁨의 눈물을 흘리는 것이었다. 그러한 모습이 너무 행복해 보였다. 처음으로 고백한 “아이 러브 유”라는 그 말 한마디에 그 동안 쌓였던 모든 상처가 한 번에 씻겨 내려간 것이다! 역시 사랑의 파워다!

그런데 이 교인의 간증을 들으면서 나의 부끄러운 과거가 생각이 났다. 나 자신도 내 딸에게 처음으로 “아이 러브 유” 한것이 아이가 고등학교를 마치고 대학교 가기 바로 직전이었다. 그 전까지 목회 한답시고 딸아이와 시간을 보내지 못해서 아이가 큰 상처를 받은 것도 알지 못할정도로 무정한 아빠였다. 그러다가 대학교 가는 날 딸아이와 점심을 먹는데 갑자기 그 동안 아빠인 나에게 받은 상처를 쭉 말하는데 그 순간 아차 하면서 눈앞이 캄캄해 졌다. 그리고 나 자신도 모르게, “아빠가 정말 미안해. 용서해줘! 아이 러브 유!”라는 말과 더불어 내 눈에서 폭포수 같은 눈물이 쏟아졌다. 그 덕택에(?) 딸아이와 관계가 회복이 되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그 말 한마디 하는 것이 돈이 들어가는 것도 아닌데 그 잘난 코리안 아빠의 자존심때문에 하지 못한 것이다. 진작부터 했으면 더 좋았을 껄 이라는 후회도 있었다.


이 교인의 놀라운 간증을 듣는 나의 눈에도 눈물이 글썽거렸고 큰 감탄이 흘러 나왔다. 그런데 갑자기 옆에 있던 교인의 아내가, “여보, 이제 나한테도 그 말을 한 번 해보구료!”라고 해서 모두가 박장대소 했다. 아들에게 “아이 러브 유”를 했으니 이제 아내가 “아이 러브 유”를 요구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다! 집을 나서면서 교인에게, “다음에 또 방문하기 전까지 꼭 아내분께도 아이 러브 유”를 하라는 숙제(?)를 주며 흐뭇한 마음으로 돌아오게 되었다.

“아이 러브 유” 그 말에는 분명 치유와 회복의 힘이 있다. 바로 하나님께서 우리가 죄인 되었을 때에, 원수 되었을 때에, 연약할 때에, 우리에게 들려주신 음성이다! 그 음성으로 인하여 우리가 구원받았고 하나님의 자녀가 된 것이다. 간절히 바라는 것은 우리 모두가 먼저 가장 가까이 있는 가족들에게 “아이 러브 유”를 고백함으로 치유와 회복의 축복을 경험하길 간절히 소망한다.

<김태훈 목사 (새누리 선교교회 담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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