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인사이드 - 케네디와 바이든

2023-01-11 (수) 여주영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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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지금 매일의 일상을 아무 일이 없는 듯 그런대로 평화롭게 지내고 있다. 이것이 전쟁으로 깨진다면 이는 정말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그러나 지금 이런 악몽을 실제로 겪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 러시아의 침공을 받은 우크라이나 국민들이다. 이들은 연일 날아드는 포탄속에 소중한 가족과 안락한 가정을 잃고 비참하게 살고 있다. 벌써 300일째 접어든 일이다.

전쟁은 어떤 이유라도 있어선 안 된다. 모든 것을 짓밟고 황폐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금 장기화하고 있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와의 전쟁은 도무지 끝나질 기미가 안 보인다. 더구나 강한 핵미사일을 보유한 국가들간에 이해관계까지 얽혀 더욱 심각한 국면으로 치닫고 있다.

지금으로부터 60년전인 1962년 10월, 쿠바 미사일 사태가 벌어졌다. 미국 측의 첩보기가 쿠바에서 건설중이던 소련의 미사일기지를 사진 촬영하면서 시작된 미사일 위기(Cuban missile crisis)다. 당시 소비에트연방에게 쿠바는 공산동맹국. 미국 정부는 당연히 미사일의 즉각적인 제거를 요구했다.


1962년 10월, 양국이 13일간 핵무기 발사 버튼을 두고 대치했던 쿠바 미사일 사태는 역사상 처음 벌어진 핵대결이었다. 이때 양국의 핵미사일이 서로를 향해 날아갔다면 아마도 수억명의 무고한 민간인들이 희생되었을 것이다.

미국은 당시 유럽 전역에 소련을 위협하는 전략 기지들을 운영중이었다. 그러니 소련으로서도 미국의 코앞인 쿠바에 기지를 건설하는 것은 미국과의 군사적인 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해서도 어쩔 수 없는 카드였을 것이다.

만약 이때 존 F. 케네디 대통령이 발끈해서 곧바로 쿠바에 공습을 가했다면 아마 핵전쟁 상황으로 번지지지 않았을까. 군대를 동원하여 만약 쿠바의 카스트로를 자극했다면 소련은 유럽 전역에 있는 미군에 반격하면서 또 다른 세계대전이 벌어졌을 가능성이 컸을 것이다.

미국은 해상 봉쇄와 최후통첩 두 카드를 합하여 대응하며 소련의 오판가능성을 없애기 위해 ‘검역(Quarantine)’이라는 말을 공식적으로 쓰며 확전 가능성을 줄였다. 외교적으로도 UN 회의를 통해 소련의 미사일 설치의 부당함을 선전하면서 국제사회의 여론을 돌리는 시도도 잊지 않았다.

결국 소련은 미국의 다단계 억지로 인해 쿠바로부터 철수한다고 발표하게 되었고 13일간의 긴박했던 위기가 종결되면서 세계 평화가 돌아왔다.
반세기가 넘은 지금 인류역사상 가장 위험했던 순간이 또다시 펼쳐졌다. 바이든 대통령도 러시아와 똑같은 상황에 처해져 있는데 차이가 있다면 입장이 정반대라는 점이다.

물론 바이든 정부는 러시아가 먼저 우크라이나를 침공해서 미국이 움직이는 것이라고 여론전을 펴고 있다. 하지만 케네디가 소련과의 정면충돌을 지혜롭게 피했다고 할 수 있다면, 바이든은 어떻게든 러시아를 칠 수 있는 모든 수단과 방법을 찾아 하고 있다고나 할까.

얼마전 조 바이든 대통령은 우크라이나의 젤렌스키 대통령을 미국으로 초청, 러시아를 더욱 자극해버렸다. 완전 전투복장 차림의 젤렌스키는 미의회에서 전쟁에 필요한 돈을 더 많이 달라고 요청하고 돌아갔다.

아무리 좋은 명분이라도 세계 최강의 핵무기 보유국들이 서로 다툼을 하는 것은 지구상의 평화를 위해 좋을 이유가 없다. 이제 세계 평화 여부는 바이든 대통령의 현명한 판단과 선택에 달려있다. 하지만 바이든 정부 출범 이후, 아프간 철군을 포함, 순탄치 않은 미군의 행보를 보면 왠지 걱정이다. 미국의 군수업계, 막강한 로비스트들은 어쩌면 세계 대전쟁을 원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2023년 새해에는 속히 전쟁이 종식돼 지구촌에 세계 평화가 원만하게 정착되기를 바랄 뿐이다. 현명한 외교 전략으로 지혜롭게 핵전쟁의 위험을 막은 고 케네디 대통령이 그 어느 때보다 그리워지는 요즘이다.

<여주영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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