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인사이드 - ‘꺾이지 않는 마음’

2023-01-04 (수) 여주영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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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한 해 우리는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 장기간에 걸친 코로나 팬데믹과 그에 따른 경제적 피폐함과 정신적 번뇌, 거기에 사회적인 불안까지 겹쳐 우리의 생활은 말이 아니었다.

그러나 우리가 또 한 해를 새롭게 맞을 수 있던 것은 그 속에서도 우리를 버티게 하는 원동력이 있었기 때문이다. 감동과 기적의 힘이었다. 비록 포화의 전쟁 속에 난민들이 집으로 돌아가지 못했고, 계속되는 경기침체와 인플레이션의 고통속에서도 우리에게 기적과 감동을 준 것은 꺾이지 않는 사람들의 열정과 의지였다.

지난해 말 카타르 월드컵에서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 주장 손흥민이 안와 골절 부상에도 안면 보호대를 쓰고 출전, 어려움 속에서도 대한민국을 16강으로 이끄는데 성공했다. 이러한 결실은 꺾이지 않는 마음과 의지 때문이었다. 9%밖에 안 되는 확률을 뛰어넘은 그야말로 기적중에 기적이다.


아들을 월클로 길러낸 손흥민의 아버지 손웅정씨의 말을 들어보면 여기까지 오는데 얼마나 힘든 길을 쉬지 않고 걸어온 것을 알 수 있다. “하루 쉬면 본인이 알고, 이틀 쉬면 가족이 알고 3일 쉬면 관객이 안다,” 즉, 끊임없이 채찍질하고 훈련하지 않으면 아무 것도 나올 것이 없다는 것이다.

16강 진출이라는 기적의 역사는 실의에 빠진 국내외 한국인 모두에게 희망을 불러일으켰고, ‘하면 된다’는 불굴의 의지를 심어주었다. 현대건설 창업주 정주영 회장이 남긴 ‘위기는 기회다’. 박정희 대통령의 ‘하면 된다’, ‘우리도 할 수 있다,’ 삼성 이병철 회장의 ‘우리가 힘만 모은다면... 등의 명언을 떠올리게 하는 결과이다.

이들은 강한 신념으로 전쟁통에 폐허가 된 대한민국을 세계 경제 10위권에 올려놓기까지 초석을 다진 신화적인 인물들이다.
2023년 계묘년 새해가 왔다. 이번 토끼해는 어떻게 보내야 할까? 새해가 되니 모두들 “복 많이 받으세요”, “건강하세요”, “행복하세요” 등등 인사들이 다양하다. 그리고 저마다 무언가 이루려는 꿈과 계획들을 설계한다. 이를 위해서는 하나라도 열심히, 줄기차게 이어가는 자세가 중요하다.

부지런한 자는 한 일로 평가받고 게으른 자는 하지 않는 일로 평가받기 때문이다. 나이가 드는 것은 열정이 없는 것이 아니라 열정이 없어서 나이가 드는 것이라고 한다. 꺾이지 않고 이어가는 마음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말이다. 이런 자세가 있어야만 무엇이든 이루어낼 수 있다는 것이다.

대한민국 대표팀이 카타르 월드컵에서 16강 진출이 확정된 순간, ‘중꺾마-중요한 것은 꺾이지 않는 마음’이라고 쓰여진 태극기를 펼쳐 보이면서 화제가 된 말이다. ‘중꺾마’ 속에는 우리가 살아가면서 무엇이든 이루어내기에 필요한 의지나 집념, 투지, 인내 등이 점철된 불굴의 의지, 희망이라는 개념이 들어있기 때문이다.

경북 봉화 아연광산 수직갱도 지하 190미터에 매몰된 광부 2명이 221시간 절망가운데 희망을 포기하지 않고 견뎌낸 끝에 회생한 것도 결국 중꺾마의 힘이다. 이들이 살아 돌아오리라는 것은 거의 불가능했던 일, 그들은 끝까지 희망을 놓지 않고 사투를 벌인 끝에 9일만에 빛을 보았다.

이들 덕분에 우리는 기적과 감동의 도가니에서 희망의 빛을 발견하고 그 힘으로 새해를 맞이할 수 있었다. 생존자 박씨는 역경에 처한 이들에게 말한다. “희망을 잃지 않으면 한 줄기 빛이 반드시 찾아올 거라고 믿는다. 제가 그 증거입니다.”

우리 앞에는 또 어떤 시련이 닥칠지 모른다. 우리는 그저 의연하게 받아들이면서 묵묵히 걸어갈 뿐이다. 녹록치 않은 현실이지만 그래도 우리 ‘중꺾마’를 힘차게 외치면서 올 한해를 거뜬히 돌파해야 하지 않을까. 어떤 역경이 있더라도 우리는 뜨거운 열정을 가지고 도전을 멈추지 않을 것이다.

<여주영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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