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월에 1명, 12월에 1명, 각 3,000달러씩
올해 5월 처음 알려진 새크라멘토 영화사(주지 동진 스님)의 장학생 선발계획은 여러모로 특기할 만했다. 탈종교화로 신도확보가 쉽지 않고 10여년째 이어지는 경기불항도 모자라 기다리다 기다리다 끝없음을 깨닫고서 부득이 더불어 살 수밖에 없다(위드 코로나)는 결론이 내려진 괴질사태까지, 절이면 절마다 이런 3중고 때문에 허리띠를 졸라매고 곳간문에 빗장을 거는 마당에 영화사가 모기지 상환도 이전불사 마무리도 아득한데 적잖은 돈과 품이 들어가는 장학활동을 시작한다니…
알림작업도 예사롭지 않았다. 언론을 통한 홍보는 최소화하고 영화사 웹사이트(www.younghwazencenter.com)
를 통한 공지에 주로 의존했다. 동진 스님은 좀더 상세한 정보를 원하는 기자에게 기사를 키우지 말고 이런저런 사항만 간단하게 알려달라고 신신당부했다.
지원자격이나 제출서류 등은 더욱 놀라웠다. 엄연히 사찰 주관 이벤트인데 종교를 묻지도 않았고, 명색 장학생인데 성적을 묻지도 않았다. 캘리포니아에 거주하는 전문대생(2년제 칼리지) 이상 대학원생 중 ‘학자금 도움이 필요한 학생’이면 누구나 지원할 수 있도록 했다. 자연히 접수서류(영화사 웹사이트에서 다운받은 소정의 지원서와 자기소개서 각 1부)나 접수방법(일반우편이나 전자우편으로 가능)은 더없이 간단했다.
부처님 도량에서 하는 일이란 걸 알게 해주는 조건은 단 하나, 장학금 수령자는 그 다음해 영화사의 부처님오신날 법회에 참석해야 한다는 것뿐이었다. 이마저 곧 폐지됐다. 장학금 수여식도 없었다. 선발된 학생에게 장학증서와 장학금을 우편으로 보내주고, 받았다는 표식으로 증서를 들고 찍은 사진을 영화사로 보내주면 모든 절차는 끝이었다.
성탄연휴 포함 연말연시를 맞아 대개들 분주한 가운데 영화사가 약속대로 2호 장학생을 선발해 장학금 3,000달러를 지급했다. 이 소식 또한 보도자료가 아니라 웹사이트를 통해 알렸다. “Congratulations!!! 참 좋은 인연입니다.”란 제목이 붙은 23일자 공지문에는 “…하반기 영화사 장학금 수여자는 Desun Moon Oka로 Sacramento State University의 Public History M.A. Program에 재학중이다…영화사 장학금은 앞으로도 별도의 수여식 없이, 진행될 예정이다”라고 적혀 있다.
장학생의 성명을 어떻게 발음해야 하는지 묻는 김에 기자는 지난 여름처럼 또 뭔가 더 많은 정보를 바라는 눈치를 보였다. 기자의 혹시나 메일에 스님의 역시나 답신이 돌아왔다.
“…장학생은 싸이트에 올린 것 이상은 알려드릴 게 없습니다. 신청내용은 신청인 모두의 개인적인 사정이라, 대중에게 공개하지 않을 것입니다. 늘, 누군가에게 베풀 때,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을 생각합니다. 주는 것도 때로는 받는 이에겐 폭력이 될 수 있음을, 어린시절 깊이 깨달았던 글입니다…” ('...일그러진 영웅'은 소설가 이문열의 대표작 중 하나. Desun은 대선으로 발음.)
1호 때와 마찬가지로 장학증서와 장학금(수표)을 우편으로 보내준다는 게 당초 계획이었으나 이달 중순 누군가에 보낸 수표동봉 우편이 제대로 배달되지 않은 일을 겪은데다 2호 장학생이 마침 새크라멘토권 거주자여서 영화사에 들러 받아가도록 했다. 2호 장학생은 법당에서 스님을 대신한 신도로부터 증서 등을 받은 뒤(사진) 법당옆 소요유에서 영화사 신도들과 담소를 나누다 돌아갔다. 스님은 “…보탬을 주는데 의의가 있고 젊은 이들에게 불교 인을 심는 정도의 역할만 하고 싶지, 절에 나와야 하나, 부담을 주거나…” 하고 싶지 않아 해당 학생을 직접 만나지 않고 이날의 모든 과정을 신도들에게 맡겼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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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태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