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인사이드 - ‘프란체스코의 사랑의 기도’

2022-12-28 (수) 여주영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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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마스이브에 폭설에 갇힌 한국인 관광객들을 따뜻하게 배려한 한 미국인 가정의 이야기가 들려 감동을 주고 있다.

스토리는 나이아가라 폭포를 향하던 한국인 관광객 9명이 탄 승합차가 폭설에 빠져 움직이지 않자 이들이 삽을 구하기 위해 인근 미국인 집을 두드렸는데, 집 주인이 이들을 모두 집으로 불러들여 2박3일간 머물게 했다는 것이다.

그리고 음식을 같이 만들어 먹으면서 크리스마스 연휴를 따뜻하게 보낼 수 있도록 배려해 주었다고 한다.
곤경에 처한 생면부지의 타인에게 선을 베푸는 것, 이것이 바로 인간애, 사랑이 아니겠는가!


연말은 어려움에 처한 사람을 돌아보며 가진 것을 나누는 사랑과 나눔의 계절이다. 이 때가 되면 생각나는 기도가 있다. ‘프란체스코의 사랑의 기도’이다.
눈 내리는 어느 추운 겨울날, 프란체스코는 자신의 집을 찾아와 도움을 청한 한 나병환자를 집으로 불러들여 따뜻한 음식을 주고 집에서 하룻밤을 묵게 한다.

그리고 자신의 몸을 따뜻하게 녹여달라는 나병환자의 간청을 받아들여 어쩔 수 없이 그의 몸을 꼭 안고 잠을 청한다. 도저히 잠들기 어려운 그 속에서 프란체스코는 깊은 단잠에 빠져들었다가 놀라 잠에서 깨어난다.

일어나 보니 있어야 할 더럽고 냄새나는 나병환자의 모습은 없고 향긋하고 아름다운 냄새만 가득한 걸 보고 프란체스코는 이 것이 진정한 사랑인 걸 알고 엎드려 감사 기도를 올렸다고 한다.

“저를 사랑과 평화의 도구로 써주소서. 미움이 있는 곳에 사랑을, 다툼이 있는 곳에 용서를, 분열이 있는 곳에 일치를, 위로받기보다는 위로하며, 이해받기보다는 이해하며 사랑받기보다는 사랑하게 해주소서!”

누구도 하기 어려운 프란체스코의 경험담은 아마도 사랑과 나눔을 강조한 성경의 가르침을 상징적으로 표현한 것이 아닐까.
지금 한인사회는 오랫동안 코로나 팬데믹으로 경제적으로나 정신적으로 어려운 상황에 처해있다. 하지만 그 속에서도 힘든 이웃을 도우려는 작은 노력이 여기저기서 펼쳐져 연말의 강추위를 훈훈하게 녹여주었다.

뉴욕한인회가 취약계층 한인 가정을 대상으로 사랑 나눔 행사를 개최하고 쌀과 라면을 한인 노숙인 쉘터에 전달했다.
한인 노숙자들의 거처 ‘더 나눔하우스’도 일정한 거처 없이 힘든 한인들의 숙식과 자활을 돕기 위한 나눔의 후원행사를 활발하게 펼쳤으며, 퀸즈장로교회는 사랑의 바구니로 불우이웃 등에 나눔을 실천했다.

사랑은 아무런 대가없이 넘어진 사람에게 내미는 따뜻한 손길이고, 힘들어하고 있는 사람에게 건네는 다정한 격려이자 강력한 힘이다.


우리가 살다 보면 좋은 일도 있지만 힘든 일도 적지 않은 게 사실이다. 우리가 고난과 역경에 부딪쳤을 때 누군가 따뜻한 위로와 격려의 손길을 내밀면 큰 위로가 되고 활력을 얻게 된다. 어떤 이에게는 삶이 긍정으로 전환하는 좋은 계기가 될 수 있고 누군가에는 절망에서 희망으로 바뀌는 삶이 될 수도 있다.

셰익스피어는 말한다. “자선이라는 덕성은 이중으로 축복받는 것이요. 주는 자와 받는 자를 두루 축복하는 것이니, 미덕중에 최고의 미덕이다.”
사랑은 그 자리에 머물고 있으면 의미가 없는 것이다. 행동으로 이어질 때 그것이 사랑이다.

프란체스코가 행한 최고의 사랑, 그리고 그의 감사의 기도를 우리가 생각하는 것은 내가 한 해 걸어온 삶, 내가 이제껏 살아온 삶은 내가 혼자 이뤄온 것이 아니라 다른 이들의 수고와 노력에 의해 받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내가 받은 만큼 나도 다른 사람에게 주어야 한다는 원칙은 당연한 게 아닐까.

<여주영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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