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나의생각 - 크리스마스 스펙타큘러

2022-12-28 (수) 윤관호/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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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마스 계절에 뉴욕에서 볼거리로는 라디오 시티 뮤직홀에서 공연하는 ‘크리스마스 스펙타큘러(Christmas Spectacular)’ 가 단연 으뜸이라고 할 수 있다. 이 공연은 11월18일에 시작하여 새해 1월 2일까지 계속된다.

라디오 시티 뮤직홀은 1260 6th Avenue, New York, NY 10020 라커펠러 센터 건물 중 하나에 있으며 1933년 12월에 개관했다. 수용인원은 6000명이다. 내가 오래 전에 상사 주재원으로 근무한 사무실이 한 블럭 떨어진 건물에 있어 이 앞을 자주 오갔다.

나도 가족과 함께 여러 해 겨울에 크리스마스 스펙타큘러를 관람했다. 어머니도 즐거워 하셨고 아내와 어린 두 딸들도 재미있어 했다. 극장의 규모와 첨단 기술의 무대장치, 중단 없는 진행, 현란한 의상과 출연진들의 무용실력, 관현악단의 연주, 실물 낙타들의 등장이 기억에 새롭다.


몇십 년만에 큰딸과 사위, 세 명의 어린 손주들, 미혼인 작은 딸, 아내와 함께 금년 크리스마스 3일 전에 라디오 시티 뮤직홀을 찾았다. 온라인으로 미리 표를 샀으나 긴 줄을 서고 나서야 입장했다.

거대한 샹데리어가 빛을 발하고 있었다. 공연장으로 들어갈 때 입체안경을 받았다. 큰 무대 위에는 붉은 색 막이 내려와 있었다. 우리 가족은 지정된 좌석에 한 줄로 함께 앉았다.

시작 시간 5분 전에 막이 오르지 않은 상태에서 관현악단을 실은 무대가 아래서 위로 올라오며 축제의 서막을 알리는 음악을 연주한다. 동시에 2층 양쪽 발코니에서 무용수들이 무대로 내려가 춤춘다.

막이 오르고 별이 보인다. 낙타 두마리에 짐을 싣고 동방박사 일행이 예수님 탄생한 곳을 찾아간다. 동방박사들이 마리아가 앉고 있는 아기 예수님 앞에서 엎드려 절한다. 환희에 찬 율동이 펼쳐진다.

빨간 옷의 산타가 등장한다. 동시에 산타가 썰매를 타고 오는 광경이 영상으로 비춰진다. 입체안경을 끼고 보니 내 코앞에까지 오는 것 같다. 관중들의 탄성이 터진다. 징글벨이 울려퍼지는 가운데 경쾌한 율동이 보인다.

무대 위에서 남녀가 피겨스케이팅을 하는 앞에서 배우들이 춤춘다. 움직이는 버스가 서니 무용수들이 나와 나비처럼 춤춘다. 로케츠무용단이 다리를 하나같이 들어올리며 신나는 춤으로 청중을 매료한다. 배우들이 GLORY N PEACE 글자 하나씩 들고 나온 가운데 모두 나와 인사하고 막이 내렸다.

밖에 나와 라커펠러 광장에 있는 크리스마스 트리를 보며 ‘하늘에는 영광, 땅에는 평화’를 꿈꾸었다.

<윤관호/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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