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세상만사 - 자랑

2022-12-20 (화) 최효섭/목사•아동문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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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누구나 자랑하려고 한다. 아이부터 노인까지 자랑하려고 한다. 얼굴 자랑을 하니까 화장품 가게가 잘 된다. 머리 자랑을 하려니까 미용실이, 옷 자랑을 하려니까 옷가게가 돈을 번다. 재주 자랑, 가문 자랑, 기술 자랑, 신발 자랑 등 자랑의 세계는 무한대여서 다 적을 수가 없다.

인간의 발명품 중 가장 못된 것이 훈장이다. 값싼 물건 하나 가슴에 달아주고 감동도 시키고 복종도 시키고 때로는 생명까지 바치게 한다.
동물의 진화(進化) 과정에서 상대를 위협하여 자기를 지키려는 모습을 많이 볼 수 있다.

나비 중에 날개에 눈알 무늬를 가진 것이 많은데 그것은 약한 나비가 적을 위협하여 자기를 보호하려는 욕구로서 생긴 것이다. 고릴라가 사납게 생긴 앞니를 가진 것은 싸우기 위한 것이 아니라 적에게 위협을 주어 자기를 지키려는 데서 생긴 것이다. 사실 자기 방어의 본능은 사람이나 동물이나 누구에게나 있다.


코로나 바이러스 때문에 요즘은 수 천년의 전통인 악수가 사라지고 주먹을 대는 이상한 새 모습을 볼 수 있다. 고대 인간이 낯선 사람을 만나면 손을 펴고 악수를 하였는데 그것은 자기에게는 무기가 없음을 보이려는 것이었다. 항복의 표시가 손을 펴서 드는 것이다. 역시 무기가 없음을 보이는 표시이다.

뉴욕에 한 아름다운 이야기가 전해지고 있다. 한 소년이 자살을 시도하였다. 일찍 아버지를 잃은 맨하탄 바워리 거리의 이 소년은 알콜 중독자인 어머니에게 몹시 실망하여 자살을 결심한 것이다. 5층 옥상에서 뛰어내리려고 하자 한 신사가 가까이로 접근하여 말하였다. “내가 너의 아버지가 되겠다.

내가 너의 친아버지가 되겠다. 너는 아무것도 걱정할 것 없이 학교에 다닐 수 있다.” 자기에게 접근하지 않고 오직 두 팔을 펴고 웃고 있는 인자한 얼굴을 보고 한참 뒤에 이 소년은 신사의 가슴에 안겼다. 약속대로 이 신사는 소년을 잘 키워 성인이 되어 독립할 때까지 아버지가 되었다고 한다.

바울은 사랑의 훈장을 말하고 있다. “믿음 소망 사랑 이 세가지는 인간이 꼭 가질 덕인데 그 중에서도 가장 큰 덕은 사랑입니다.”(고린도 전서 13:13) 그는 인간이 받을 진짜 훈장은 사랑의 훈장이라고 말하는 것이다.

옛날 알래스카인들은 총이 없어도 백곰 사냥을 하였다. 창과 화살만을 든 사냥꾼들이 거대한 백곰 앞으로 다가간다. 그 중의 한 명이 곰 앞으로 바싹 가서 곰을 화나게 만든다. 화난 곰이 그를 위협하려고 앞발을 번쩍 든다. 그 순간 화살을 일제히 쏘고 창을 던진다.

화난 곰이 자기 앞에까지 다가선 사냥꾼을 덮쳐 죽인다. 그리고 도망치다가 곰도 쓰러져 죽는 것이다. 사냥꾼들은 이 희생자를 가리켜 ‘착한 희생자’라고 불렀다. 그래서 초창기 알래스카 선교사들은 예수를 ‘착한 희생자’라고 설명하여 복음을 전하였다고 한다.
만일 내가 훈장을 줄 수 있다면 꼭 주고 싶은 사나이가 있다. 단지 ‘운동화 사나이’라고만 말하겠다.

그는 운동화 가게를 하는데 매 일요일 오후 뉴욕의 가난한 동네를 찾아서 어른과 아이들에게 운동화 열 켤레씩을 나누어 준다. 내가 “많은 돈이 들어갈 건데 언제까지 계속할 것입니까?”하고 물으면 그는 웃으면서 “제가 운동화 가게를 하는 동안은 계속할 생각입니다”하고 대답한다.

그는 가게를 접고 플로리다로 이사하였으나 내가 존경하는 인물이다. 나는 여섯 종류의 문학상을 받았으나 그 상장 트로피 등은 진열하지 않고 한 구석에 잠들고 있다. 상장 전시에 무슨 의미가 있겠나?

<최효섭/목사•아동문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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