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독서칼럼 - ‘ 리더의 힘, 차별화 ‘

2022-12-19 (월) 김창만/목사·AG 뉴욕신학대학(원)학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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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쿠다 보고서>는 삼성그룹의 일본인 기술 고문이 작성한 56쪽짜리 내부 건의서이다. 이 보고서는 조직을 전면적으로 다 뜯어고쳐야 삼성이 살아남을 수 있다고 주장한 것으로 유명하다. 이건희 회장은 이 보고서를 독일 프랑크프루트행 비행기 안에서 읽고 위기감의 분노가 솟구쳤다고 회고했다.

이 보고서는 새로운 상품을 생산할 때 어떻게 ‘차별적 우위’를 획득할 것인가에 대한 세밀한 기획이 결여되어있음을 신랄하게 비판해서 이건희 회장의 주목을 얻었다. 이후로 삼성은 “우리가 만들면 다릅니다.”라는 차별화로 세계인의 사랑을 받는 일등 기업이 되었다. 개인이든, 기업이든, 국가든 지금은 차별화(differentiation) 하나로 인정받는 시대에 우리가 살고 있다.“
(홍성대의 ‘보이지 않는 뿌리’ 중에서)

창의적인 차별화는 자신의 몸을 던지는 모험을 통해서 온다. 자신의 몸을 안전하게 보신하려는 자들은 진정한 차별화를 실현하지 못한다. 하늘의 지혜는 모험을 감수하는 결단을 통해서 임하고, 믿음과 덕은 험한 세상 속에서 검증됨으로 형성된다. 보라. ‘죽으면 죽으리라’는 모험의 결단이 에스더를 신앙의 영웅으로 만들었다. 거친 풍랑위로 걸어오시는 예수님을 바라보고 배에서 뛰어내려 걸었던 베드로의 담대함이 그를 수제자로 만들었다.


민수기 13-14장에 나오는 12정탐꾼의 이야기는 우리에게 의미심장한 교훈을 준다. 여호수아와 갈렙의 의견과는 반대로 가나안 땅에 들어가지 말자고 보고한 10정탐꾼들은 그들이 가나안 족속들에게 패배할까봐 두려워서 반대한 것이 아니다. 승리자체가 두려웠기 때문에 반대한 것이다.

시내 광야에 머물러있으면 가만히 앉아 있어도 하늘에서 메추라기와 만나가 내린다. 반석에서 생수가 솟아오른다. 낮에는 구름기둥이 밤에는 불기둥이 이스라엘을 지켜준다. 어느 무엇도 걱정할 필요가 없다. 하지만 가나안에 들어가면 상황이 달라진다.

생명을 거는 모험과 고단한 개척생활을 피할 수 없다. 10정탐꾼은 이것이 두려웠던 것이다. 애굽의 노예근성이 아직 남아 있었던 그들은 모험이 따르는 가나안 입성보다 편안하고 안전한 광야의 삶이 훨씬 더 좋았던 것이다.

그래서 이스라엘 백성 대다수는 “risk-free”를 주장했던 10정탐꾼을 따랐고, 그 자리에서 전진하지 못하고 다 도태 되고 말았다. 모험 없는 신앙은 위선이다. 헝그리 정신을 포기한 사람은 차별화를 실현할 수 없다. 하나님은 모험을 꺼리는 자들을 하나님의 도구로 쓰신 적이 한 번도 없다.

21세기는 ‘창의적 차별화’를 통하여 리더십을 발휘하는 시대이다. 크지 않고 거대하지 않아도 좋다. 그 자리에서 자기만의 차별화를 시도하라. 낯선 환경에 치열하게 적응하라. 누군가가 산비탈 언덕 포도원을 영웅의 포도원이라고 불렀다. 랠프 에머슨은 말했다. “영웅은 범인보다도 더 용감한 것이 아니라 용감한 시간이 5분 더 길뿐이다.”

<김창만/목사·AG 뉴욕신학대학(원)학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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