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삶과생각 - ‘ 끌림의 미학 ‘

2022-12-19 (월) 이태상/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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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인생에서 가장 힘들 때 누가 진정으로 너를 생각하는지 사람들의 본색(本色) 본성(本性)이 드러난다. “

“누가 네 곁에 머무는지, 눈여겨보라. 그리고 너를 버리고 떠나는 사람들에 대해 고맙게 생각할 일이다. 그들이 비운 공간 자리에서 네가 성장하고 네가 사랑받을 자격 없다고 느낄 때에도 누가 너를 진정으로 사랑하는지 네가 알 수 있게 되니까.”

“ 점(要點), 핵심(核心)은 너의 존재 가치를 알지도 존중도 하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너의 부재(不在)라는 선물을 주는 것으로 만족하라는 거다.” -작자 미상


이 조언(助言)을 한 마디도 바꿔보면 신약성서 마태복음 7장 6절에도 나오는 “거룩한 것을 개에게 주지 말며 너희 진주를 돼지 앞에 던지지 말라. 저희가 그것을 발로 밟고 돌이켜 너희를 찢어 상할까 염려하라.”이다.

또 이는 사람이나 동물에게만 해당하는 게 아니고 모든 사물에 해당하는 것이리라. 재산, 명예, 직장, 그 어떤 기회도 나와 인연(因緣), 천연(天然), 우연(宇然)이 닿아야 맺어지는 것이리니 싫든 좋든 올 것은 오고 갈 것은 가는 것이리.

요즘은 코로나 팬데믹 사태로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 대면이든 비대면이든 상관관계나 인과관계는 끌림의 유무에 따라 결정되는 것이리니 이 끌림의 미학(美學)을 상고해본다.

첫째 끌림이 없는 만남은 만남이 아니다. 영어로 화학작용을 케미스트리(chemistry)라고 한다. 우리말로는 궁합(宮合)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일이나 사람은 서로 끌림이 있어야 한다는 말이다. 그렇지 않은 만남은 진정한 만남이 될 수 없다. 그 예를 몇 가지 들어보자.

코로나 사태 이전까지만 하더라도 미국에선 기업마다 ‘고스팅(ghosting)’과 ‘노-쇼(no-show)’로 골머리를 앓고 있었다. 요식업이나 항공업계에서는 예약 고객이 연락도 하지 않은 채 나타나지 않아 예약부도를 내는가 하면, 일반 기업체에서는 이력서를 제출하고 면접을 본다고 해놓고 나타나지 않는 ‘면접 고스팅’ 도 있었다.

내일부터 출근하겠다던 신입직원이 다음 날 아침 아무런 연락도 없이 나타나지 않는 ‘출근 고스팅’이 있는가 하면, 기존 직원이 그만둔다는 사표 한 장이나 말 한마디 없이 연락을 끊고 잠적해버리는 ‘퇴사 고스팅’도 있었다.

한마디로 표현하면 ‘끌림’이 없기 때문이다. 모든 것이 기계화 되고 경제와 자본의 논리로 운영되는 자본주의 사회의 열악한 근무 환경에서 착취당하고 있다고 느끼는 한, 그 어떤 열정이나 애정도 생겨날 수 없다. 참된 인간관계의 회복 없이는 일다운 일이나 사랑다운 사랑은 불가능하다는 말이다.

사람은 끌림이 있을 때 ‘죽어도 좋아’라며 미친 듯이 몰입할 수 있다. 이렇게 몰입된 상태에서만 순간순간 지복(至福)의 행복감을 맛볼 수 있다.
둘째 책을 통해 별처럼 많은 사상과 교류하고 삼라만상의 자연과 친해지면서(유튜브를 통해서라도) 인간도처유청산(人間到處有靑山)임을 발견하는 즐거움이다.

“문을 닫으면 마음에 드는 책을 읽고, (인터넷) 문을 열면 마음에 드는 손님을 맞이하고, 문을 나서면 마음에 드는 경치를 찾아가는 것이 인간의 세 가지 즐거움이다.”
조선 중기 학자 신흠(申欽1566-1628)이 그의 시 “소박한 인간 삼락”에서 하는 말이다.

<이태상/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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