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독서칼럼 - ‘실패가 마지막은 아니다’

2022-12-12 (월) 김창만/목사·AG 뉴욕신학대학(원)학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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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희가 조반 먹은 후에 예수께서 시몬 베드로에게 이르시되 요한의 아들 시몬아 네가 이 사람들보다 나를 더 사랑하느냐 하시니 가로되 주여 그러하외다 내가 주를 사랑하는 줄 주께서 아시나이다 가라사대 내 어린 양을 먹이라 하시고 또 두 번째 가라사대 요한의 아들 시몬아 네가 나를 사랑하느냐 하시니 가로되 주여 그러하외다 내가 주를 사랑하는 줄 주께서 아시나이다 가라사대 내 양을 치라 하시고 세 번쩨 네가 나를 사랑하느냐 하시므로 베드로가 근심하여 가로되 주여 모든 것을 아시오매 내가 주를 사랑하는 줄을 주께서 아시나이다 예수께서 가라사대 내 양을 먹이라”(요한복음 21장에서 발췌)

베드로는 예수의 수제자였지만 실수를 반복하여 스승의 신뢰를 얻기 어려웠다. 경쟁의식을 가지고 성급하게 나서며 거짓 충성을 맹세한 일, 불리한 상황이 되자 세 번이나 배반한 일, 예수를 잡으러 온 대제사장의 종의 귀를 단숨에 칼로 벤 무절제의 실수도 있었다.

앞장서서 열심을 내다가 상황이 불리해지면 추풍낙엽처럼 흔들리는 베드로는 지도자로선 적합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예수는 베드로를 내치지 않았다. 오히려 예수는 실수가 많은 베드로를 다시 불러 새 사명을 부여했다. ‘내 양을 먹이라, 내 양을 치라’는 분부는 베드로의 실패한 과거는 덮고, 베드로를 수제자로 세우신다는 미래 계획을 천명한 것이다.


베드로가 예수를 만나 깨달은 것 중 제일 중요한 것은 ‘실패가 마지막이 아니다’라는 진리이다. 예수는 베드로가 이 진리를 확실하게 체득할 때 까지 수없이 반복하며 가르쳤다. 과거의 베드로의 실패는 미래에 베드로가 성취해야 할 사명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다.

과거의 실패를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에 따라 인간의 미래를 좌절로 몰아가기도 하고 도전정신을 일으키는 절호의 기회로 만들기도 한다. 금이 가서 허물어져가는 구름다리의 경우 그 중간에 더 무거운 돌을 얹으므로 훨씬 더 견고한 다리를 구축하게 되는 것과 이치가 같다.

한나 아렌트는 말했다. “사람을 죽이는 것보다 개를 죽이는 것이 쉽고, 개보다는 쥐나 개구리, 벌레를 죽이는 것이 훨씬 더 쉽다. 문제는 시선, 눈동자이다. 수용자의 눈에서 분명한 주체를 발견할 때는 손쉽게 죽음을 집행할 수 없다. 수용자의 두 눈의 시선이 공허하거나 어두우면 죽음은 쉽게 다가온다.” 당신의 두 눈에는 어떤 주체가 빛나고 있는가.

<김창만/목사·AG 뉴욕신학대학(원)학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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