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살며, 느끼며 - 올해의 단어‘가스라이팅’

2022-12-09 (금) 민병임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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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스라이팅(gaslighting)’ 음험한 냄새가 나는 이 단어를 우리는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이 단어가 미국 출판사 미리엄웹스터가 꼽은 2022년의 단어로 선정되었다. 타인의 심리나 상황을 교묘하게 조작하여 정서적, 심리적으로 타인을 지배, 현실감과 판단력을 흐리게 하는 행위인 가스라이팅이 올해는 이익을 보기 위해 타인을 속이는 행위로 그 의미가 확장되었다.

최근에는 가수이자 배우인 이승기가 데뷔 후 18년을 함께 해온 소속사 후크엔터테인먼트의 권대표에게 가스라이팅을 당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승기는 그동안 총 137곡을 발표했으나 음원 수익에 대한 정산을 한푼도 받지 못했다며 법률대리인을 통해 내역공개 및 정산을 요구했다. 권대표는 이승기에게 ‘너는 마이너스 가수다’ 라는 거짓말을 하면서 내역제공과 정산을 회피해 왔다고 한다.

2020년 코로나19사태가 발생한 해는 그 해의 단어가 ‘팬데믹’, 2021년에는 ‘백신’이 그 해의 단어로 선정되었었다.
한편 영국 옥스퍼드 영어사전(OED)은 올해의 단어로 ‘고블린 모드(Globlin Mode, 도깨비 모드)로 선정했다. 고블린 모드는 사회적 규범을 거부하며 뻔뻔하고 제멋대로 구는 태도를 뜻하는 신조어다. 이 단어는 2009년 처음 온라인에 등장 했으나 올해 2월 트위터 가짜 뉴스에 등장한 이후로 빈번하게 사용되기 시작했다.


‘가스라이팅’이나 ‘고블린 모드’같은 단어가 올해의 단어로 선정된 것은 요즘의 세태가 그렇다는 것이다. 가짜와 거짓말에, 나태하고 탐욕스럽기도 한 이 시대 상황, 바로 시기적절한 단어임을 보여주는 것이다.

그렇다면 가스라이팅을 유도하는 거짓말쟁이 판별법을 알아두면 도움이 될 것이다. 일반적으로 거짓말을 잘 하는 사람의 특징은 말을 능수능란하게, 화려하게 잘한다. 그 말을 듣고 있다 보면 자신도 모르게 빠져들어 주머니를 모두 열게 된다. 이들은 눈을 자주 깜박이거나 코를 만지는 등 불안 증세를 보이며 자신이 대단한 사람이라는 늬앙스를 풍기며 접근한다. 또 거짓말이 탄로 위기에 처하면 자신을 뭘로 보냐며 지나치게 화를 낸다.

지난 몇 년동안 우리는 가짜 뉴스와 극단주의에 시달릴 대로 시달려 왔다. 유튜브 매체마다 가짜 뉴스 유포에 정신이 없고 SNS 발달에 힘입어 순식간에 수많은 사람들에게 전달되었다. 문제는 평생 올곧게 살아온 사람의 순수한 뇌에 이런 가짜 뉴스가 들어가면 자신도 모르게 믿어버리고 남들에게 이 뉴스를 꼭 봐야 한다고 전달한다는 점이다.
유튜브 일부 매체는 이러한 극단주의자들을 양성한다.

그래서 오프라인의 테러와 극단적 시위로까지 이어지기도 한다. 가짜 뉴스를 만드는 사람은 진짜라는 실상보다 거짓말하는 것이 편한데다가 자신의 상상력까지 보태어 침소봉대(針小棒大)하고도 죄책감이 없다. 왜냐면 자신이 진짜라고 먼저 믿어버리니 거짓말이 습관이 된다. 이러한 병적 거짓말쟁이(Pathological Liar)는 거짓말을 통해 이득을 취한다.

이는 요즘 미국이나 한국의 정치권에서 수시로 보는 현상이다. 여당이나 야당이나 서로를 깎아내리고 거짓말을 참말처럼 하니 사람들을 헷갈리게 하며 급기야 정치를 혐오하게 만든다.
유튜브 기사를 볼 때 기사의 출처와 근거자료, 날자와 작성자를 확인해야 하며 합성사진이나 동영상, 틀린 맞춤법, 물음표, 느낌표가 많은 감정적인 게시물은 조심해야 한다. 가짜와 과잉정보를 잘 선택하여 버릴 것은 과감하게 버려야 한다.

양쪽 주장을 다 들어보고 뭔가 부족하고 확실하지 않으면 절대로 공유해서는 안된다. 기존의 가치와 상식을 찾아서 건강한 비판 의식이 사회에 정착되어야 한다. 지금은 ‘혁명의 시대’ 가 아니라 ‘혁신의 시대’를 살고 있다. 이 혁신의 시대에 거짓말쟁이나 가짜 뉴스에 휘둘려서야 되겠는가. 기술 통신의 혁신은 사람을 바꾸고 사회도 바꾼다.

<민병임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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