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독서 칼럼 - ‘새 가지 순지르기’

2022-11-07 (월) 김창만/목사·AG 뉴욕신학대학(원)학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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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적인 새 가지 생장은 7월 하순까지 1.2m 정도로 자란 다음, 그 후부터는 생장이 멈출 정도로 서서히 자라고 그때부터 합성된 양분은 과실로 전류된다. 우리나라는 7월에 비가 많이 내려 8월까지도 새 가지가 계속 자라므로 새 가지 관리가 어려운 기후 조건을 지니고 있다.

새 가지가 생장을 멈추지 않고 계속 자라면 양분이 쓸데없이 가지 생장에 많이 쓰일 뿐 아니라 무성하게 자란 새 가지가 덕을 덮어 햇빛과 바람이 잘 통하지 않게 되어 과실의 품질이 떨어지고 병의 발생도 많아진다. 순지르기하면 결실률은 현저하게 향상된다. (이재창의 ‘포도재배의 신기술’ 중에서)

포도농사에서 가장 중요한 일은 이른 봄에 생성된 새 가지를 하나하나 세밀하게 관리하는 일이다. 새 가지에 돋아 난 곁눈을 잘라 내거나, 새가지를 짧게 절단하는 작업을 순지르기라고 한다.


새 가지를 그냥 놔두면 포도나무는 본래의 사명인 열매 맺을 생각은 하지 않고 계속 자기 몸집만 키우려고 욕심을 부린다. 그 결과 과실로 전달되어야 할 영양이 불실해지고 수확량은 급감한다. 순지르기는 개화 직전이 제일 적기다. 이 시기를 놓치면 그해 포도농사는 실패다.

포도농사를 짓다보면 가지와 이파리만 포기하는 것이 아니라 잘 익은 열매를 포기해야 할 경우가 있다. 이것을 그린수확(green harvest)라고 한다. 지혜로운 농부는 포도열매의 색깔이 보라색으로 익어가기 전에 과감하게 잘라내 땅에 떨어트린다. 그린수확의 목적은 극상품 포도를 얻기 위해 의도적으로 생산량을 제한하는 것이다. 일종의 전략적 포기이다.

저명한 부흥사 무디(D. L. Moody)는 회심 후에도 물질에 대한 야망을 버리지 않았다. 사업가가 되어 부를 누리며 형편이 되는 대로 주님의 일을 돕고 싶었다.
어느 날 무디에게 큰돈을 벌수 있는 기회가 찾아왔다. 대사업가인 친구 핸더슨이 갑자기 죽었는데 무디가 그의 후계자로 선정된 것이다.

이 제의를 정중히 사양하면서 무디는 말했다. “제가 보스턴의 작은 구두 방에서 주님을 만난 이후로 한 번도 주님의 곁을 떠난 적이 없습니다. 저에게 큰 기업가가 될 수 있는 기회는 감사한 일입니다. 하지만 만약 제가 기업을 맡으면 영혼을 살리는 일에 전념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저는 이 제안을 정중히 사양합니다.”

새 질서를 일으키는 리더십을 꿈꾸는가. 잡다한 것을 버리고 인생을 본질로 승부하라. 사도 바울은 말했다. “나는 그리스도를 얻고 그 안에서 새롭게 발견되기 위하여 내게 유익하던 것을 버렸습니다.”

<김창만/목사·AG 뉴욕신학대학(원)학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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